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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결'의 매력에 빠지다

각양각색 '결'의 매력에 빠지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7.09.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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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백(중앙의대 교수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나무를 매만지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던 김영백 교수의 작업실은 자연을 닮았다. 여기가 서울에서 20분 떨어진 곳이 맞던가 싶을 정도로 사방이 색색의 꽃과 수풀에 둘러싸여 있는 그의 작업실을 들어서면, 켜켜이 쌓여있는 수십가지 나무들로부터 그윽하게 베어나오는 향내가 코끝을 간지른다.

하지만 정작 작업실 내부의 모습은 자연과는 거리가 있다. 너비가 2m는 족히 될만한 쇠붙이 기계들하며, 송곳처럼 생긴 크고 작은 연장들은 예술이 이뤄지는 장소라고 보기엔 어쩐지 삭막하게 느껴졌다.

 

"나무로 뭔가를 만드는 일은 막노동이나 다름없어요. 나무를 자르고 이어 붙이고 표면을 사포로 문지른 뒤 재단하고 짜맞추고 기름칠하고…. 장비도 많이 필요한데, 한가지 다행인 건 목공예에 쓰이는 도구들이 척추 수술용 도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이죠. 신경외과 의사란 점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학창시절 '건축'학도를 꿈꿨던 '의사'가 '공예'를 시작하게 된 건 자연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건축과 가구 모두 균형감·미학·실용성 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건축가 중에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이 많단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무에 빠지게 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무는 종류가 참 다양해요. 사람의 지문처럼 같은 나무를 잘라도 나무결이 한군데도 같은 것이 없어요. 나무를 같은 크기로 잘라, 한데 묶어놓기만 해도 그럴싸한 작품이 되지요. 저는 절대로 나무에 색을 칠하지 않는데, 자연적인 것이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죠."

건축에 대한 열망을 잠시 접었던 김 교수는 미국 연수시절 끌을 잡았다. 딸을 위해 만든 인형의 집이 그의 첫 작품이다. 미국에서 목공예를 시작한 이유는 "나무 구하기가 쉬워서"였다. 그만큼 국내에서 좋은 나무를 구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우선은 재료값이 비싸요. 어떤 건 재료값만 수십만원쯤 거뜬히 넘어가니까요. 그리고 제제소에서 소규모 거래를 취급하지 않아서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워요. 막상 좋은 나무를 구해도 보관하는 게 일이죠. 지난해인가는 단풍나무에 곰팡이가 나서 약을 뿌리고 전부 긁어내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만들다가 실패해도 아까워서 그냥 버리질 못해요. 다른 걸 만들든지 하다못해 땔감으로라도 씁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목공예는 '기다림의 예술'이다. 나무가 틀어지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가며 말리는데만 1년반에서 2년. 막상 작업에 들어가도 나무판을 붙이고 마를때까지, 또 기름칠을 하고 마를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뭘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6~7시간이면 한가지를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나무를 붙이고 칠해서 말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결과적으로 몇 주는 걸리는 셈입니다. 더욱이 저처럼 목공예를 취미로 하는 사람은 매일같이 할 수 없으니까 몇 달씩 걸리기도 하죠. 주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서 작업하는데, 어쩔 땐 미처 못끝낸 작업 생각에 휴가도 내요."

없는 시간을 쪼개 만든 작품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할텐데, 김 교수는 지난해 그동안 만든 작품 대부분을 기꺼이 경매에 내놨다. 암 환자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비싼값에 팔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드는 동안 스스로 행복하기 때문에 아쉽진 않아요. 앞으로 은퇴하면 본격적으로 목공예를 공부해볼까 합니다. 시간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는데, 그거 다 만들어봐야죠."

나도 한번 목공예를 해봐?

먼저 신중하게 생각해보라. 목공예를 하려면 공간과 장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요즘은 목공예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 인터넷 동호회 등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처음 목공예를 시작한다면 주방용품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도마나 그릇받침은 만들기 쉬우면서 실용적이다. 게다가 돈이 꽤 들어가는 취미생활을 유지하려면 집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필요하다.

공부방 책상은 화려한 색의 나무보다 단단하고 차분한 색의 호두나무가 좋다. 호두나무는 특별히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쓰면 쓸수록 광이 나고 색감이 좋아진다. 반면 응접실 테이블을 만든다면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나무가 좋다. 요즘은 색이 옅은 나무를 사용해 일부러 커피 등을 쏟아 자연스럽게 얼룩이 생기게 하기도 한다.  나무색이라면 흔히 암갈색을 생각하기 쉽지만, 옅은 보라빛을 띠는 '퍼플하트'란 녀석도 있다. 개인적으로 흑단은 색이 좋고 단단하며 칠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한다. 비싼게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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