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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사 입증책임 전환 분쟁법 소위 통과

환자→의사 입증책임 전환 분쟁법 소위 통과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8.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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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대안 가결
의료계 반발, 본회의 통과는 미지수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법안소위(위원장 양승조·대통합민주신당)는 29일 회의를 열고 민주신당 이기우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제출한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병함 심의하고 통합 대안을 가결했다.

대안은 우선 법안의 명칭을 '의료사고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로 정하고 의료기관 외에서 행해진 의료행위로 말미암은 환자의 생명·신체·재산상 손해까지 의료사고 범위에 포함시켰다. 의사의 왕진이나 환자 이송 중 발생한 환자의 피해가 이에 해당된다.

논란이 된 의료사고배상책임(제4조)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입은 피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되, 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이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지 않고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 및 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하도록 했다.

즉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측이 아닌,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한 것이다.

대안은 또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를 설립, 의료사고 분쟁을 조정토록 하되, 조정절차는 환자의 선택에 맡기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했다.

다시말해 환자측은 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반드시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을 요구해 온 의료계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안은 이와함께 보건의료인이 종합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형사처벌특례'를 도입했다.

그러나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한 경우 등 중과실을 저지른 경우는 형사처벌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밖에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종합보험은 임의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건의료인단체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보건의료인의 공제조합 가입은 의무가 아닌 임의에 맡겼다.

한편 애초 이기우 의원안과 안명옥 의원안은 무과실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책임 명시했으나 이날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과실 책임주의'원칙에 따라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입증책임 전환, 의료계 '반발'

의협은 2005년 2월 이기우 의원이 법안을 마련할 당시부터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은 수차례에 걸친 국회 의견서를 통해 입증책임 전환은 사법관계의 기본원칙인 '무기 대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며,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켜 '방어진료'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의 판례 경향이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법률해석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인위적으로 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 대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올해 3월 개최한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한 전현희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의료과오 소송에서 입증책임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원고측이 피고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입증책임을 의사측에 전환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먹구름'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야 한다. 소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하더라도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복지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제사법위위원회의 결정이 남아있다.

특히 법사위는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떠나 법리적 타당성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므로, 기존 소송 구조를 뒤엎는 '입증책임 전환'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와는 다른 시각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법사위 심의 과정에는 법무부의 의견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법무부는 과거 의료분쟁조정법 추진 과정에서 형사처벌특례에 일관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 97년 정부가 의료분쟁조정법안 추진했으나 당정협의에서 법무부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결국 무산됐다.

2002년에도 의료발전특별위원회가 입법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으나 역시 법무부가 형사처벌특례 인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환자측에 유리한 분쟁조정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국회가 더이상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실련은 법안소위가 열린 29일에 맞춰 성명을 내고 입증책임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등 국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달 3일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열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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