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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방사선과 왜 어려운가
진단방사선과 왜 어려운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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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방사선의학회 홈페이지의 토론마당에는 진단방사선과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회원들의 분노와 자조의 목소리가 하루 십여건씩 올라온다. 판독료를 잃어버린 학회 임원진에 대한 질타, 생존권을 위한 투쟁위원회 구성을, 또는 총 파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작년 상대가치 고시(안)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학회에서도 정책현안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보험 정책이나 수가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표면적인 성과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위기의 실체는 의료보험 수가의 상대적 가치 하락으로 취업의 자리가 줄었고, IMF이후 장비의 가격이 상승하여 개업이 쉽지 않아 휴직이나 무급 전임의, 파트타임을 포함하여 정상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회원이 10%를 넘고 있다.

진단방사선과의 위기설과 함께 1998년에 200명에 이르던 연차별 전공의 수가 1999년 100명 이내로 줄었고 금년에는 60명 선으로 감소하였다. 진단방사선과 수련병원 98개 중 32개 병원만이 1년차 전공의를 채용하였고 이들도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 종합병원 위주의 수가 정책
방사선검사의 검사료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항상 종합병원에서 먼저 정해진다. 또한 종합병원에서의 방사선검사 수입은 대부분 임상과로 배분되기 때문에 병원 소속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는 대부분 검사료에 무관심하다. 상대가치의 원가계산에서도 마찬가지로 종합병원 중심의 수가 정책이 추진되었기 때문에 개원의의 수지에 관한 수가의 적정성에 대하여는 고려되지 않았다.
 
2. 보험수가의 불균형적 인상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가장 민감하게 비교하는 항목은 위장조영촬영과 위내시경이며 보험수가의 변화를 1981년, 1991년, 2001년의 10년 간격으로 살펴보면 위장조영검사는 15,850원, 22,770원, 30,272원(전문의 가산율 10% 포함)으로 인상된 데 비하여 위내시경검사는 8,000원, 12,660원, 32,940원으로 인상되었고 상대가치 역시 내시경이 월등히 높게 책정되었다.

위장 투시용 방사선장치의 가격과 공간점유비용, 소요시간 등 모든 면에서 위장조영술의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잘못 산정된 상대가치로 인해 방사선검사항목의 수가가 평가 절하된 것이 큰 문제이다. 또한 최근 의약분업의 도입에 따라 진찰료, 처방료 등의 인상으로 보험수가가 40%가량 인상되었지만 영상진단료는 인상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3. 행위별수가로의 전환에서 문제점
1999년 11월 15일 보험 수가체계가 변경되었다. 즉 영상진단료가 과거의 촬영료와 판독료가 통합된 행위별 수가로 되면서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판독소견서를 첨부함으로서 받을 수 있었던 30%에 해당하는 특수검사의 판독료 부분이 없어지고 전문의 가산료 10%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없는 의료기관에서 행하는 특수검사의 수가가 인상된 것이다.

또한 뇌 CT찰영의 수가는 판독료 18,690원을 포함하여 104,930원에서 단일수가 66,396원(전문의 가산료 10%포함)으로 일시에 37%가 삭감되었다. 판독보고서 없이도 수가를 지급 받게 됨으로써 임상 개원의들의 방사선검사장비 보유가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개원비용의 증가는 국가적 낭비이다. 아울러 중소 종합병원에서 진단방사선과 전문의 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의약분업과 함께 비방사선과 전문의(non-radiologist)가 시행하는 방사선검사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 자가의뢰행위(self referral)의 문제점과 제2의견(second opinion)의 중요성
방사선검사를 순수 진료의 목적으로 이용하여야 하는데, 일종의 수입원으로 잘못 인식되면 검사를 남용하여 보험재정에 악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검사는 소견에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주로 자기환자를 자기가 검사하는 자가의뢰행위에서 일어난다. 반면에 진단방사선과 전문의에게 의뢰하면 불필요한 검사가 줄어들고 제2의견은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인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방사선 영상검사나 임상병리검사의 자가의뢰 행위를 법으로 철저히 금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5. 판독소견서의 중요성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는 영상정보를 반드시 소견서로 작성하여 임상의에게 보내며, 이 소견서는 법적 책임을 갖는 중요한 의무기록의 일부이다. 촬영된 사진은 결과를 얻기 위한 자료일 뿐 진료의 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판독소견서가 부착되지 않은 의무기록은 불완전한 것이 되므로 소견서가 부착되어야 보험급여가 이루어지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6. 영상화질의 차이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는 임상의사가 환자의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방사선 진단 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완전한 검사와 좋은 화질의 사진을 만들 의무가 있다. 따라서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촬영장치, 검사방법 및 화질에 대한 정도관리가 항상 이루어지고 있다.

검사의 완전성과 화질은 진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의료기관에서 진단에 적합치 못한 검사가 보다 많이 일어난 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화질평가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7. 영역의 다툼(turf battle)
모든 임상과 사이에도 영역의 문제가 있으나 임상과와 진료지원과 사이에서 영역의 침범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후자에서는 환자를 서로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검사 부분을 전문가에게 맡길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이며, 진료지원과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증가하여 환자의 고통과 비용이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영역의 침범으로 고유환자를 가질 수 없는 지원과 성격의 진단방사선과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8. 상대가치의 문제점
5년여에 걸쳐 연구된 상대가치는 원가 계산을 대규모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즉 검사 건수가 많은 종합병원의 경우 아무리 파이가 커도 건수가 많으면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산출된 상대가치(3차 연구결과)를 의료보험수가와 비교하였을때 진단방사선과의 상대가치가 타과에 비하여 약 70% 수준으로 나타나 회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진단방사선과도 모든 임상과와 함께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 나라 의학이 정상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 진단방사선과의 전문성이 인정되어야 보험 재정도 보호되고 진료의 질도 향상될 수 있어 의료서비스를 한차원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상대가치가 형평성 있게 재산출되어야 하고, 전문의 가산율의 인상, 보고서 작성의 의무화, 자가의뢰 검사에 대한 제한, 방사선영상의 화질평가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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