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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의협 2000년

다시 돌아보는 의협 2000년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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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된 힘, 의권확립 전면전

새로운 세기의 문을 두드리는 2000년, 의료계는 “정부의 `잘못'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강한 의지로 출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99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의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올바른 의약분업을 쟁취하겠다”는 전국 회원의 뜨거운 열기를 모아 12월 21일 `의권쟁취투쟁위원회'를 발족시켜 의권 확립을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낮은 보험수가와 불합리한 의료제도로 억압받아 온 의사들은 대규모 집회를 통해 분노를 터뜨렸으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자”고 절규했다.

정부와의 전면 투쟁을 선포한 만큼, 모두들 강력하고 단결된 의협을 원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1월 8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김두원 회장직대 체제를 갖추고, 의약분업에 관한 모든 사항은 의쟁투에 전권을 주는 등 투쟁전선을 구축했다.

의쟁투 전면부각 투쟁전선 구축

의료계의 강력한 요구에 대해 정부가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회원들의 불만과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이런 회원들의 욕구에 편승해 대한의사협회 의쟁투는 2월 17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2차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과 면허증 반납 이라는 `극한 카드'를 내밀며 전국 7만 회원의 결열한 의지를 정부에 표출했다.

의쟁투의 활동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라톤 대책회의를 거듭했으며, 과도기의 의협 집행부와 전국 시·도 의사회장 등 의료계 지도부도 투쟁에 힘을 쏟느라 여념이 없었다.

“의사들의 투쟁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는 정부의 오판속에서 협상의 별다른 진전이 없자, 김재정 의쟁투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위원은 3월 21일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열흘이 훨씬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의협 집행부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29일 김두원 의협회장 직대·라석찬 병협 회장·김재정 의쟁투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하기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원만한 사태해결을 당부했으며, 배석한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 면담 이후 차 전 장관은 태도를 180도 확 바꾸면서 의료계가 “말을 바꾸었다”며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전면 뒤받아 쳤다. 한가닥 희망을 내걸었던 의료계는 다시 분노의 물결에 휩싸이게 됐다.

차흥봉 전 장관 말바꾸기에 공분

이에 의협은 “정부의 확약 없이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보다 강력한 집행부를 구성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4월 22일 열린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는 `강한 의협, 일하는 의협'을 내세운 김재정 초대 의쟁투 위원장을 총 사령관으로 선출했다.

김 회장은 “전 회원의 단결된 힘과 뜻을 모아 빼앗긴 의권을 반드시 돌려 주겠다”고 공약했다.

본격적인 투쟁 궤도에 진입한 의협 집행부는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투쟁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그야말로 전 직역이 참가하는 `6·4 과천 집회'를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3차 집회에서 의협은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추가재원 확보 등 10개 요구사항을 갖고 정부측과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결의대회가 끝나고 일주일 뒤 김재정 의협회장이 서울지검에 소환됨에 따라 협상 테이블은 깨지게 됐고, 다시 회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만여 전공의와 임상강사, 그리고 병원의사 등 의료계의 전 직역이 합세한 투쟁대열은 8월 31일 과천 보라매 공원에서 열린 4차 결의대회로 이어졌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부은 악천우속에서 강행된 이날 집회는 전국 4만여명의 의사가 참석한 가운데 “끝까지 하나가 되어 의사의 권리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자”고 굳게 다짐했다.

혹한·빗속에도 꺽이지 않은 투쟁불길

결국 2000년도 마지막 집회가 된 보라매 공원 결의대회에서 의약분업과 중장기 의료발전을 주요 내용으로 담은 12개의 대정부 요구안을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 요구안에는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4조 2,000억원(약국 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재정을 반드시 확보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김세곤 비공소위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10인 소위는 요구안을 바탕으로 정부와의 협상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의·정 및 의·약·정 협상이다. 투쟁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협상에서 의료계는 정부로부터 약사법 재개정과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50%를 약속했다.

대체조제 등 이른바 약사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상태에 있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의료계는 한차례 내홍을 겪어야 했다.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상정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급기야 11월 20일 전국 회원 투표를 부쳐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키로 어렵사리 결정했다.

이같은 내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열흘 뒤인 30일 명예회장·원로회원·상임이사·시도회장·의쟁투 등 범 의료계가 모여 대책을 논의했으나, 결국 나이가 지긋한 원로 회원들까지 크게 실망한 채 12월 9일 의협 임총을 소집해 국회 상정건을 다시 확인하고 김재정 의협 회장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2001년 새해를 맞으면서 의협은 지난 투쟁과정에서 맹세한 `의협 개혁'과 `의료제도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투쟁 결실 의협·의료제도 개혁에 온 힘

김재정 회장이 공약한 `6월 회장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강하고 민주화 된 일단계 의협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의협 정관개정안을 마련중이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의 `의료발전특별위원회'의 가동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새 회기가 시작되는 53차 의협 정기총회가 약 보름앞으로 다가왔지만, 의협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작년 투쟁때보다 결코 적지 않음을 실감케 해 준다.
투쟁의 결실이 여물려면 아직도 험난한 고비가 여러차례 남아 있지만, 어쨌든 현재의 상황은 의료계의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했다.

김재정 의협 회장을 비롯,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신상진 의쟁투 위원장·최덕종 의쟁투 중앙위원·박현승·배창환·사승언·이철민·홍성주 운영위원·김광훈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이 옥고를 치루었으며, 그 밖에 보이지 않은 희생이 오늘날 정부와 떳떳하게 대면할 수 있는 `강한 힘'의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8·31 보라매 집회 이후 고인이 된 전 강릉시의사회 김광윤회장도 반드시 의료계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의권과 국민건강권을 위해 분연히 일어난 투쟁의 초심을 생각한다면, 사소한 일로 서로를 헐뜯기 보다는 앞으로 의료계의 장래를 내다보고 서로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화합의 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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