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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의료급여 공방
안타까운 의료급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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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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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의료급여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분위기가 심상찮다.

의료급여 제도는 그동안 의료쇼핑을 유발하고 정부 재정을 축낸다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에 이르러 마침내 '도마'에 올랐다. 유 전 장관은 '칼'을 빼들고 "의료급여 대상자들의 도덕적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며 제도의 개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새로운 '의료급여 오남용 방지제도'가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의료급여 1종 수급자라 해도 병·의원을 지정해 해당 병·의원만 다녀야 하며 매달 가상계좌로 지원되는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 범위 내에서만 의료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이 범위를 초과하면 1종 수급자라 해도 본인이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자격관리 시스템을 병·의원에 설치토록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의료급여 환자를 방치함으로써 건강안전망이 붕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당장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의료급여 제도가 참여정부가 그동안 줄곧 주장해왔던 복지국가 구현과도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은 여기에 이 제도가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추가로 지적하고 있다. 의사가 의료급여 환자의 자격을 확인하고 선택 병·의원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또 의료급여 환자의 자격관리 의무는 정부의 책임인데도 병·의원에 전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이 제도를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왜 정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까.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이 제도의 시행 이유에 대해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인정한다.

의료급여 진료비 통계를 보면 정부로서도 고민이 될 것 같다. 2002년 2조313억 원이던 의료급여 진료비는 2006년에 3조9251억으로 늘었다.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모든 의료급여 환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소의 의료급여 환자만 의료쇼핑을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쇼핑을 다니는 사람이나 횟수가 훨씬 높다. 따라서 복지부는 이대로 두면 의료급여 재정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 생각하는 듯 하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더 내고, 풍족하게 거둔 그 돈을 바탕으로 저소득층에 대해 무상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항상 그렇듯 정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현재 돌아가는 정국을 보면 쉽게 결판이 날 것 같지 않다. 정부는 강행의 뜻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고, 의료계는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와 정부는 이미 의료법 개정 파동 이후 만들어진 껄끄러운 관계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양측의 논리가 팽팽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면 파국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양측은 '공정한 테이블'에 마주앉아 대화를 해야 한다.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얼마의 재정이 절감되는지, 그 재정은 어떻게 국민건강에 활용할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료계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의료급여 환자의 병·의원 이용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의사들의 수입이 감소하니까 극구 반대하는 것이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 대해 '순수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측이 극적인 협상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협상 테이블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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