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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세계속에 심는 계기 만들것

'한강의 기적' 세계속에 심는 계기 만들것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7.06.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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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 교수 WHO 집행이사 선출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산과 사업을 책임지는 집행이사로 지난 달 선출됐다. 한국인이 WHO 집행이사에 선임된 것은 이번이 3번째. WHO 설립 초창기 순번제로 돌아가는 집행이사를 맡은 적이 있고,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이 한창 높아가던 90년대에 한 차례 더 맡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국가적인 위상과 인적 자원 등 주변 환경이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현재 한국은 이미 유엔 분담금을 세계에서 12번째로 많이 내는 국가가 됐으며 UN과 WHO의 수장을 배출했다. 소프트웨어 역시 만만치 않다. 불과 몇십년 만에 국제 기구로부터 수혜를 받던 처지에서 지원을 하는 위치로 올라간 우리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많은 개발도상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 교수는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지금이이야말로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며 집행이사 선임의 의미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이사 활동을 통해 경제 뿐 아니라 보건의료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발전 노하우를 세계 속에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는 각오다.

한국이 집행이사를 배출했다는 것의 의미는?
시대적 사명이다.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그 성장 노하우를 국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데 쏟아 달라는 요구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산업혁명 이후 100여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한 선진국들의 발전 노하우에서 공감을 느끼기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일군 한국의 발전상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한국이 체득한 생생한 성장 노하우를 세계에 전달하고 국제 보건의료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집행이사 선임이 한국과 한국인이 국제 기구를 통해 세계 보건의료를 발전시키는데 가교역할을 하라는 무거운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집행이사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예산위원회 활동을 해야 하고 WHO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들의 운영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WHO가 세계인의 건강과 관련한 표준을 만들면 그 표준이 곧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업 추진 방향은 철저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결정된다. 집행이사는 그 과정들에 참여한다.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 전체 지구촌을 생각해야 하고 각국들의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만큼 집행이사의 업무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성격도 띤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집행이사를 보건 분야를 책임지는 자국 장관들에게 맡기고 있다.

과거에는 각국의 전염병을 관리하는 정도로 WHO의 역할이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되고 결정된다. WHO가 다양한 이슈로 눈을 돌린 것은 보건의료라는 것이 더 이상 정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후 부터다. 과거에는 대만을 옵저버로 가입시키느냐 정도의 정치적인 이슈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고 이종욱 사무총장이 등장하며 WHO의 성격이 국제 정치의 중심기구로 탈바꿈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담배규제 협약 발효 같은 것은 담배를 주요 수출품으로 하는 개발도상국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 기상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을 국제규약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이익이 대립한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국제 규격을 어떻게 정하느냐도 민감한 정치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나라에서 혈청을 얻어 선진국에서 백신이나 치료약을 개발했을 때 혈청을 제공한 나라에 어떤 인센티브를 얼만큼 줘야 하는지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주로 약을 개발하는 나라는 선진국들이고 혈청을 제공하는 나라는 개발도상국들인 경우가 많다. 알코올이나 담배 등의 세금정책도 원산지와 소비지 국가 간에 풀어야할 문제들이다. 이젠 건강관련 이슈들은 국제 정치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 국가가 다루기 힘든 문제들도 많고 자칫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자간 협상을 통해 아직까지는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행이사로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한국의 발전 노하우를 개발도상국들에 전달하고 싶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저수가란 문제가 있지만 빠른 시간에 국민들의 의료 접근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부러운 시선을 받고있다. 그런 것들 중 이전하거나 접목시켜 줄 부분이 있다면 그렇게 해 볼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법령과 윤리에 관한 것들도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함께 발전시킬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교류를 통해 함께 나아가야 할 부분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또한 미국 중심의 SCI 중심의 학술활동에서 벗어나 중국이나 한국 과학자들의 논문을 공유할 수 있는 교류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중국이나 필리핀·호주·한국·베트남 등 서태평양지역 학자들의 논문 중에는 SCI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E-헬스와 관련된 것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서 그런지 많이 앞서 있고 그로 인해 다른 나라에 도움 줄 일도 많다.

국제 기구의 특징은 어떤 직위든 연임은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집행이사의 경우 3년 했으면 한 2~3년 쉬게 한다. 그래서 3년 이란 임기를 가정해서 활동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3년 이란 짧은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 집행 과정을 시스템화하고 WHO 각 부서의 사무국장과 차장 등을 한국 학자들과 연계시키는 사업도 할 것이다. 임기 동안 한국 학자들과의 교류도 활성화시켜 많은 한국인들을 국제 기구에 진출시키고 싶다. 젊은 의사들이 좁은 국내 무대에서 벗어나 국제 기구에서 자신들의 넓고 다양한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나로 인해 넓어진다면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

WHO에 관여하면서 고 이종욱 사무총장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이 총장의 업적은 WHO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취임하기 전 20년 동안 단 1원도 못 올렸던 WHO 분담금을 10%나 올린 분이 이 사무총장이다.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있던 첨예한 건강 관련 이슈도 이 사무총장재임 때 진전을 봤다.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끌어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총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 모든 것을 미완의 작업들로 남겨놓았다. 참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곧 한국이 국제 기구 발전에 더욱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세계 보건의료를 끌고 갈 수 있는 위상과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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