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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줄기세포 허브, 그러나 현실은?
한국은 줄기세포 허브, 그러나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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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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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한(동아일보 기자)

한국의 10월은 줄기세포 허브 만들기 달이었다. 10월 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연말까지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비에만 치중해 책정하다보니 그동안 소홀하게 다룬 성체줄기세포에 대해 민간에서 투자하겠다는 의지였다. 천주교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이라며 줄곧 반대해 왔었다.

14일엔 포천중문의대 차병원이 미국 캘리포니아 아널드 슈워제너거 주지사가 조성한 3조원의 줄기세포 연구기금 일부를 사용하는 첫 한미 공동 연구가 이뤄지는 내용을 발표했다. 18일엔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에서 박세필 박사팀이 냉동배반포기배아를 이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드는 기술 미국 특허를 획득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 20일엔 이젠 황우석 연구팀에서 서울대병원에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구성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날엔 서울시에서 성체줄기세포 허브를 만들겠다며 향후 5년간 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젠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이들이 연구 및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것도 비슷하다. 모두 척수손상 뇌졸중 심근경색 파킨스병과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들이다. '허브 만들기'로 이젠 국민들이 큰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척수손상으로 삶의 의지가 꺽였던 환자들이 다시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11월부터 황우석 연구팀에서 당장 척수손상 파킨슨병 난치성 신경계질환 환자부터 등록하겠다는 기사 이후 필자의 메일엔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를 했다. 한 독자는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데 황 연구팀의 이번 발표로 이젠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지푸라기라도 잡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며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기대에 부푼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연구가 되고 있다는 신경계 질환에 대해서도 언제쯤 치료제가 개발될지에 말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성체줄기세포가 신경계 질환에 대해 임상 적용 단계에 와 있다지만 치료 효과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등록이 치료와 이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는 답장 이외에 해 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배아줄기세포는 이제 동물실험 단계이므로 임상까지는 상당히 기간이 있어 보인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기초 연구 및 동물시험을 거쳐 임상 1상~3상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 있고 또 그 사이에 특허권 문제, 임상 허가 등의 기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치료제까지는 10년 이상 걸릴 수 있으며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병원에 현재 조성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초청돼 주위를 둘러본 기자들은 "현재는 책상하고 컴퓨터만 몇 대 있는 것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것과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은 열악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기초 연구원과 임상 연구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멍석이 깔렸다. 앞으로 막연히 언론 홍보성 발표보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논문에 발표되는 실력으로 무장해서 환자들에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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