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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백신 시대 도래…과연 비용효과적일까?

암백신 시대 도래…과연 비용효과적일까?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7.05.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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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 국내 소개 임박
백신 사상 최고가 예상…지속기간·안전성 등 해결할 문제는 '산적'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감염비율도 낮아…'냉정한 판단' 요구

올 하반기면 우리나라 여성들도 최초의 암백신 '가다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두번째 백신인 '서바릭스' 역시 미국 FDA 승인을 코앞에 두고 있어 자궁경부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해 준다는 이 두가지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논란도 거세다. 지난해 6월부터 가다실이 판매되기 시작한 미국의 경우, 학교 단위에서 필수 접종할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발매 초기에는 찬성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이제는 '비용 대비 효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들도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급전환한 데는 최근 발표된 두개의 연구결과가 큰 몫을 했다. 두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효용성을 좀 더 냉정히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00%'란 숫자의 의미

MSD의 가다실, 그리고 GSK의 서바릭스 등 두가지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임상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국내외 언론들은 "자궁경부암 백신, 100% 효능 입증" 란 제목의 기사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왔다. 제목만 보면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에 100% 걸리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린다.

자궁경부암은 HPV(Human Papilloma 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주로 성접촉을 통해 여성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HPV는 약 30종이고 이중 '암'과 연관된 HPV는 15개다. 그리고 15개 중 두가지 HPV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에 걸렸다면 이 두가지 HPV 중 하나 때문일 가능성이 70%다.

시판중인 암백신은 이 두가지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만을 예방한다. 그리고 그 효능이 100%란 얘기다(최신 연구에서는 98%로 보고됐다).

"자궁경부암 백신, HPV 16, 18형 두가지 바이러스로 인한 자궁경부암을 98% 예방"이란 제목이 좀 더 사실에 가깝다.

하늘과 땅 차이 98%와 0.34%

하지만 위 제목보다는 오히려 "이 백신의 혜택을 보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극소수"란 문구가 더 현실적이다.

지난달 미국질병관리본부(CDC)가 발표하고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HPV 분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14∼59세 미국 여성 중 불과 2%만이 백신이 예방해주는 바이러스 2가지(16, 18형)에 감염돼 있었다.

가다실의 경우 HPV 6, 11형에 의한 성기사마귀까지 예방하므로 이를 합한다 해도 3.4%에 불과했다.

HPV에 감염됐다 해도 자연치유되는 비율이 90%에 달하므로 나머지 10% 즉 전체의 0.34%만이 결과적으로 백신의 혜택을 볼 '대상'이 되는 셈이다.

물론 16, 18형의 경우 자연치유율이 다른 타입의 바이러스보다 낮기 때문에 혜택 대상은 이보다 다소 많을 수 있다.

또 0.34%란 확률은 일정 시점에서 노출된 '위험'을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일생 전반에 걸친 누적 위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확률은 이보다 높아지게 된다(그렇다고 해서 백신이 평생 예방효과를 주는 것도 아니다) .

결국 CDC 연구의 핵심은 이 백신들이 매우 드물고 낮은 가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며, 의사나 접종 당사자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발암 가능성보다 더 부담되는 것은 '가격'

3회로 구성된 가다실의 미국내 접종가는 360달러에 달한다. 한국내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다실의 국내 판매사인 한국MSD측이 "한국의 생활수준을 고려할 때 선진국과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같은 수준(약 33만원)이 될 공산이 크다.

한편 미국내 관련 학술단체들이 '성경험 이전 11∼13세(FDA 허가는 9∼26세)'를 접종 1순위로 꼽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초등학교 4∼6학년 아이에게 성경험 후 0.34%라는 가능성에 대비해 33만원짜리 백신을 맞추라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성생활을 이미 시작한 경우엔 비용 대비 효과가 더욱 미미해진다.

93%가 성경험자인 미국 여성 6087명을 대상으로 가다실의 효능을 본 FUTURE II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투여하고 3년을 관찰한 결과 3.6%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직전단계인 CIN2, 3단계의 암병변까지 발전했다. 위약군이 4.3%인 것에 비하면 단지 17% 감소 효과인 셈이다.

게다가 CIN 단계의 암병변이 실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10% 미만이므로 기대효과는 더욱 적어진다.

그런데 백신을 맞았는데도 왜 3.6%나 암병변이 발생했을까. 자궁경부암이 16, 18형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6, 18형이 자궁경부암의 7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발생건 중 37.8%만이 16, 18형으로 인한 것이었다. 결국 나머지 62% 여성은 백신이 막아주지 못하는 HPV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백신을 맞고도 암병변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험 여성은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을까? 가다실의 경우 두가지 암유발 바이러스와 두가지 성기사마귀 유발 바이러스를 예방해주므로 자신이 4가지 중 일부에만 감염돼 있다면 나머지 바이러스 예방차원에서 백신의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 이전에 어떤 HPV에 감염돼 있는가를 미리 알아보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이미 성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혜택을 볼 확률이 더 낮아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극적 권장 VS 소극적 권장'

위 수치들을 단순 요약해, 진료실에서의 상황을 재연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경험이 없는 11세 소녀의 어머니가 백신 접종 필요성을 묻는다면, "CDC자료에 따르면 따님이 앞으로 성관계를 하게 돼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하필 자궁경부암이나 성기사마귀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3/100입니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자연치유되지 않고 암 혹은 성기사마귀를 유발할 수 있는 암병변으로 발전할 확률은 3/1000입니다. 가격은 33만원입니다."

20세의 성경험 있는 여성이 같은 질문을 한다면, "FUTURE II 연구에 따르면 당신에게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10% 수준인 암병변이 발생할 확률은 앞으로 3년간 4.3%입니다. 그런데 이 백신을 맞으면 그 위험이 3.6%로 줄어듭니다. 가격은 33만원입니다."

여기에 백신의 효능이 몇 년간 지속될지, 추가 접종이 필요할지, 혹은 장기적인 안전성은 확보됐는지 등 질문들은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는 점도 덧붙여야 할 중요한 정보다. 

이에 관해 3월 2일자 JAMA 사설에서 고스틴 박사 등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과 연관된 바이러스 감염이 매우 드물며(3.4%를 말함) 백신의 장기간 효과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이 백신을 맞도록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미국내 의무 접종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견이다.

그들은 또 "환자를 돌보는 많은 의사들이 백신을 권고하려 하겠지만 그들(당사자 혹은 가족)이 압박이나 강요를 느끼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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