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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보다' 김미화' 되고 싶다"
"'손석희' 보다' 김미화' 되고 싶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7.05.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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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 광주 아이안과의원장

고난이나 좌절, 패배 등과 같은 수식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그런 것들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말 그런 말들과 그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늘 활기차고 즐겁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낙으로 또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들을 열정적인, 액티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왠지 옆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도 '업'되는 느낌이 든다. 모든 일이 어려움없이 술술 풀릴 것 같은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지기도 한다. 서정성 원장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전형적인 사람이다. 그와 만나고 있으면 힘이 나고 즐겁고 함께 일을 하면 어떤 불가능한 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이던 그가 드디어 물을 만났다. 광주MBC가 매주 일요일 7시 10분 방영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생생토론 따져봅시다'에서 패널이 아닌 진행을 맡게 된 것이다. 먼저 "의사가 어떡하다 시사토론회 사회를 맡게 됐을까"라는 생각보다 "그가 방송일을 무척 즐기고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 원장이라면 틀림없이 잘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악플로 상처입었다는 말에 웃음날 뻔…

그런데 그를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첫 녹화 때 엄청 떨렸으며 아직도 긴장한다는 그 답지 않은 말을 했다. 특히 첫 녹화 이후 사투리 억양을 지적하는 '악플'이 몇 개 달렸는데 악플때문에 상처를 입었단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날 뻔 했다. "천하의 서 원장이 그깟 악플 몇 개에 상처를 입다니" 하고 말이다. 하지만 방송이 재미있고 솔직히 체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에 여전히 낙천적이고 액티브한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로서 전문방송인도 쉽지 않다는 시사토론회의 진행을 맡게 된 경위를 물어봤다. 그는 광주MBC가 자신의 가능성을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기존 시사토론의 형식을 뒤엎어 패널로 교수나 전문가들보다 이슈 당사자들을 부르고 진행자도 전문방송인 보다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원했는데 자신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노먼 배쑨'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와 파키스탄 지진 피해 구호단과 케냐 의료봉사단을 취재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눈에 띤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맡은 프로그램 '생생토론'은 기존 시사토론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포맷을 갖는다.

구조조정을 당한 근로자와 구조조정을 단행한 회사 담당자가, 교복 제작업자와 학부모가 패널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정말 우리들의 생생한 일상이 주제다. 서 원장의 사투리 섞인 억양 역시 '생생토론'의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사투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그것 때문에 고민 많이 했단다. 악플도 달리고 유명 교수와 전문방송인을 쓰자는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발탁한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서 원장의 사투리가 의외의 반향을 일으키며 상황이 역전됐다. "광주지역 프로그램인데 사투리를 좀 쓰면 어떠냐"는 반응에서 "인간적이어서 좋다"는 반응까지. 지역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2006년 11월 처음 전파를 탔으니 방송을 시작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됐다. 이제 방송이 손에 익고 나름의 진행자론도 생겼다.

시사토론 진행자로 명성이 높은 손석희 아나운서 보다 코미디언에서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한 김미화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진행자론이다. 손 아나운서는 훌륭한 진행자지만 너무 시니컬하고 김미화가 친근해서 좋단다. 각자의 이해가 부딪히는 토론회를 진행하며 논리적인 명분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사람사는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되겠다는 나름의 생각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서로 양보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기본 자세가 없으면 토론은 그냥 말잔치일 뿐입니다. 생생토론을 말잔치가 아닌 이웃들이 자신의 이웃들을 이해하는 기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이 의사로서의 삶을 살던, 그 밖의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잘될 수 있도록 추동하는 동력이 되고 싶다는 그는 보건·복지 분야를 넘어 온갖 세상사에 관심이 크고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송이든 소위 제도권 안이든 심지어 WHO나 UN 등과 같은 해외기관에서든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환자를 보는 의사의 일이 가장 즐겁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의 토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보다 넓은 영역에서 자신의 뜻을 펴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졌다.

마지막으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물어봤다. "그런 거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청 당부드립니다. 하하하!"

서 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수년 전 의약분업 재평가를 요구하는 지역 의사회 주최 궐기대회장에서 였다. 마침 북상한 태풍으로 대회장은 아수라장 직전이었지만 양복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와중에서도 여전히 쾌활하고 여유있었던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마치고 개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의 성공적인 개원을 의심하지 않았다. 성공의 개념이 경제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다.

성공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성공을 그려낼 줄 아는 서 원장이기에 그가 그리는 미래 역시 그의 것이 될 것이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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