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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감기약으로 마약제조 적발

일반 감기약으로 마약제조 적발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5.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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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제 감기약 전문의약품 전환"
식약청, 수차례 국회 지적 무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복합제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제조·투약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복합제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을 묵살한 보건당국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는 1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미교포 추모(45)씨와 최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추씨 등은 올해 초 서울과 충남시내 약국에서 감기약 100만 원어치를 구입해 환각 성분이 포함된 원료 물질(슈도에페드린)을 추출, 염산·아세톤·알코올 등과 혼합하는 방법으로 약 50g(1억 60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제조한 필로폰은 16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검찰 조사결과 추씨는 미국에 거주할 당시 인터넷을 통해 필로폰 제조 방법을 알게 됐으며 2005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최씨와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미국마약청(DEA)에 필로폰 제조공정이 소개된 사이트 폐쇄를 요청하고 이번 사건에 사용된 감기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도록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의약품을 외국에서 몰래 들여와 필로폰을 제조한 사례는 과거에 있었지만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국회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해 이번 사건을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8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PPA(페닐프로판올아민)성분 함유 감기약관련 현안보고'에서 식약청장은 "복합제 감기약에는 슈도에페드린이 미량으로 들어있어 마약을 만드는데 쓰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2005년 9월 국정감사에서 감기약을 이용한 마약추출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추궁받자 단일제 감기약만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6년 2월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슈도에페드린 복합제에 대해서도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으나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같은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고 의원이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 마약제조가 가능한 감기약 유통대책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고경화 의원은 "복합제 감기약의 마약전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는데도 식약청은 이를 묵살하고 대책없이 방관해왔다"며 "특히 복합제 감기약에 대한 아무런 검증실험도 없이 단일제에 대해서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조치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에서는 감기약에 함유된 마약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까지 개발돼 있는 상황에 비하면 식약청의 대처는 한심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미국은 2005년부터 주요 제약업체들이 슈도에페드린을 '페닐레프린(phenylephrine)'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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