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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검진기관 '무차별 폭격'에 반발

특수검진기관 '무차별 폭격'에 반발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03.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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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노동부 무더기 행정처분…"의사 진료권 침해했다"
전공의 1~3년차 검진 허용·의료계 정도관리 권한 주장

지난 2월 말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이 무더기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의료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인력부족 등 열악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처벌에만 급급한 처사인데다 의사의 진료권까지 간섭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의학과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현행 특수검진 인력기준을 완화해 2~3년차 전공의도 특수검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특검기관의 정도관리를 의료계에 맡겨 처벌 위주가 아닌 질 향상 위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앞서 노동부는 2월 22일 2006년 하반기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대해 일제히 실시한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총 119개 기관에 대해 지정취소(3곳)·업무정지(93곳)·시정조치(23곳)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처분을 받지 않은 1개 의료기관은 점검기관 동안 검사이력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건진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법 위반 사례로 지적된 것은 ▲무자격 의사의 건강진단 ▲건강진단 실시방법 미준수 ▲건강진단 결과의 부실판정 등 세 가지다. 특검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은 일반의사나 전공의가 검사를 실시했거나, 근로자에 대해 문진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생물학적 노출지표의 시료를 채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실판정'처분은 '의권침해"=의료계의 불만을 가장 많이 사고 있는 것은 '부실판정' 부분이다.한국특수건강진단협회(한특협)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의사의 판정에 관한 내용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제정한 '근로자건강진단실무지침'에 두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는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의 관행과 의사로서의 전문지식에 의존해 판정해왔는데 판정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개별적 사안을 구분하지 않고 판정오류라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차봉석 한특협회장(연세대원주의대 예방의학 교수)은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의 52%가 부실판정을 했다고 지적됐는데, 이는 전문지식을 통해 판단하는 의사의 진찰권을 침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마다 조금씩 다른 판정을 내릴 수 있는데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무차별하게 '부실판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명백한 의권침해라는 게 차 회장의 설명이다.

원장원 경희의료원 산업의학과장 역시 "판정을 내릴 때 환자마다 고려할 사항이 많고 의사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기준에 맞추라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공의 3년차도 검진 허용해야"=이번 행정처분에에서는 일반의·전문의 등 지정기준에 미달한 의사가 검진을 해 수십 개의 병원이 업무정지처분을 받았다.경영난을 고려하더라도 산업의학 전문의가 특검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공의 4년차 이상부터만 특검을 실시할 수 있게 한 현행 기준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원장원 경희의료원 산업의학과장은 "모 의과대학에서 4년차 전공의가 특검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며 "산업의학 전공의들의 수련에도 제한이 있는 만큼 3년차 이상으로 자격을 완화하든지 해서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한 인하의대 교수도 "산업의학전문의가 최종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일정 교육을 거쳐 전공의도 특검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전공의에 대한 지도방안 등을 정의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위복의 기회…제도개선 주력=의료계 내부에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자는 지적도 만만찮다. 대한산업의학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식이 부족한 전공의나 임상병리사 등이 진찰하는 등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철저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임종한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전문가의 부실판정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자정 및 정도관리 노력을 강화해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인 관리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봉석 회장은 "노동부는 평소에 특검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없이 갑작스런 점검을 통해 서류 하나라도 실수로 빠뜨리면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의료기관의 건강진단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한특협이 정도관리를 담당하고, 새로운 검진기관을 지정할 때도 의료계에서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직업상 질환으로 분류된 근골격계·뇌심혈관계 질환도 특수건강진단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차 회장은 "특검은 질환치료라기보다는 예방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직업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검사대상을 넓혀야 한다"며 "경영자단체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반대하고는 있지만 산업재해 예방기금에서 지불하는 등 대안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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