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 대한 '거침없는' 불신
의사에 대한 '거침없는' 불신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7.03.07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대한의사협회가 1988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국회에 건의한 이래 거의 20년 동안이나 입법에 좌절을 겪어온 분쟁조정법이 17대 국회 막바지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날 공청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법조계 대표들이 공술인으로 참석한 공청회의 최대 이슈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의료계는 현행 민법 체계를 따라 소송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시민단체측은 의료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이유로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이인재 변호사(의료소비자시민연대 의료법 연구위원)의 이날 발언 내용 중에는 의사가 들으면 억장이 무너질만한 대목이 있다.

이 변호사는 의료분쟁소송에서 중요한 증거 자료로 사용되는 진료기록 감정에 대해 "의료사고 발생시 분쟁을 염려한 의료인측이 사실대로 정확하게 진료기록을 장성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진료기록을 감정하는 의료인 역시 '가재는 게편',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진료기록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감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 말인 즉,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진료기록을 조작하고, 다른 의사들은 이를 감싸주는 행태가 보편적이어서, 환자가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주장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측에게 신속한 보상을,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극한의 대립 대신 합리적인 합의와 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다. 합의와 조정은 당사자간의 존중과 신뢰가 없으면 이뤄질 수 없다.

'모든 의사는 믿을 수 없다'. 이날 공청회는 의사에 대한 시민단체의 무시무시한 불신의 벽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