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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환 본인부담 인상 놓고 '찬반' 대립

경질환 본인부담 인상 놓고 '찬반' 대립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7.02.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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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민노총, 경질환 본인부담 인상 반대
복지부, 중증질환자 보장성 위해 불가피 주장
학계 원칙적 찬성…약사회 정액제 인상 제안

외래환자의 본인부담 정액제를 폐지하고 정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을 늘려 아낀 건강보험재정을 중증질환자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보건복지부안에 대해 학계·약사회·경총은 찬성을, 의료계·민주노총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지출구조 합리화를 위한 본인부담 조정 및 보장성 강화방안' 공청회에서는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 및 정률제(30%) 적용을 통한 보장성 강화 방안에 대한 각계의 입장이 찬반으로 확연히 구분됐다.

 

정부 "중증환자 보장 강화" vs 의료계 "경증환자 의료접근 차단"

이날 주제발표를 한 박인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장은 "현행 외래환자에 대한 본인부담 정액제를 폐지하고 정률제 30%를 적용할 경우 건강보험재정이 2800억원 절감된다"고 밝혔다.

또 "본인부담 정액제(진료비 1만5000원 이하일 때 일괄 3000원 부담)는 본인부담률(30%)을 적용할 때보다 본인부담을 할인받는 격"이라며"그동안 복지부가 제대로 문제해결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아울러 "일반적인 본인부담률(30%) 대신 의원(외래)·약국 본인부담금 정액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건강보험에서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은 2005년 기준으로 3974억원이었다"며 "중증환자 보장에 쓸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낭비됐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암 전체에 지원하는 건강보험이 1조3000억원에 불과한 점을 비교할 때, 경증질환의 외래에 지원되는 4000억원을 보장성 강화에 활용한다면, 항암제·고가 수술재료 등의 급여확대는 물론 출산자원 강화 등에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20년간 수가는 계속 올랐으나, 정액본인부담제도는 미미하게 상향조정됐으며, 결국 경증환자가 오히려 본인부담이 할인되는 제도로 취지가 퇴색됐고, 상대적으로 중증환자만 본인부담을 더 내야 했다"며 정액제를 폐지하고 정률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종욱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은 "경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사전진단과 예방적 치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중증질환으로의 이행을 차단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경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확대될 경우 자칫 환자의 비용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결국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이 약화되고 1차의료기관의 진료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며 "건강보험재정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시적 미봉책에 불과한 정부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정액·정률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민노총 "저소득층 의료이용 억제" vs 경총 "정률제 40% 인상"

민주노총과 경총의 입장도 엇갈렸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복지부가 발표한 정책은 전체적인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증질환보장을 낮추고 중증질환 보장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또 "외래본인부담 정액제가 의료이용을 부추긴다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며, 전반적인 의료이용 증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가 건강보험의 최종목표인양 간주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증질환자의 자발적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도 높은 외래본인부담금을 또 인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접근을 가로막아 중산층 이상의 중증질환을 지원해주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지출구조 개혁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본인부담 불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률제 30% 적용보다는 40% 적용이 돼야 한다"며 정부보다 더 높은 정률제 적용안을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외래 본인부담정액제를 폐지하고, 경증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을 평균 외래진료비의 40%수준으로 상향조정한 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위한 지출구조 합리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포괄수가제 도입 등을 언급했다.

 

학계 "조건부 찬성"…약사회 "정액제 인상" 주장

정부 정책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쪽의 의견이 많았다. 반면 약사회는 정부정책을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정률제 적용보다는 정액제 부담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감신 교수(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한다"고 밝힌 뒤 "보장성 강화를 위해 재정확보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보험재정을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데,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 교수는 "정률제를 적용할 경우 외래수요와 급여비를 감소시키는 간접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의원 입장에서는 수입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진료량을 늘리거나 서비스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본인부담제도 개선이 의료이용자와 제공자, 보험재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는 속단하기 힘들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정형선 교수(연세대 보건행정학과)는 "이번 정부 정책이 본인부담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증환자의 부적절한 부담을 완화해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점에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현재도 환자들의 본인부담이 높은데 본인부담을 더 늘린다는 것은 부담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특별히 반대할 것은 아니다"며 복지부 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신광식 대한약사회 보험이사도 "전체적인 방향과 방법에 있어서 약사회의 입장과 부합하므로 이에 대해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서는 좀도 세심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소아의 본인 외래부담의 50% 경감을 전액 무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하며, 정률제로 전환했을 때  남는 보험재정 3000여억원은 정액제 금액에서 500원 정도만 인상하면 가능하다"며 정액제 본인부담금 인상을 주장했다.

 

복지부, "1만5천원 이하 환자들 손해 감수해야"

지정토론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정부정책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방청객 질의에서 나오자 박인석 팀장은 "경증환자가 대부분인 1만5000원 이하의 환자들을 챙기는 것보다 1만5000원 이상의 중증환자를 위해 보험재정이 더 투입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할 뜻을 거듭 밝혔다.

또 "경증·중증한자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소액·고액환자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며 명칭으로 인해 혼란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아동진료에 대해 본인부담을 무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정률제 적용으로 인한 요양기관의 행정처리부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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