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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느껴져야 참 인술"

"진심이 느껴져야 참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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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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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울진료회 홍성태 지도교수

이화여자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의과대학생으로 구성된 학생동아리 이울진료회가 벌써 25년째 선후배간 대물림을 해가며 오지마을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울진료회 홍성태 지도교수는 "비록 차려놓고 하는 진료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한 지역을 꾸준히 방문해 유대감을 쌓고, 학생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성을 쌓아가는 '양날의 효과'를 지닌다"고 말한다. 아직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주축으로 꾸려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더욱 진심이 담겼고, 그래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홍성태 지도교수를 만나 이울진료회의 활동과 이울인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계촌…, 26년 지속된 우정
무의촌 진료를 함으로써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의료 혜택을 주고 예방 보건 계몽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보건 지식을 향상시킨다는 이울진료회의 이념은 어쩌면 다소 소박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여 결성된 이 동아리는 지역주민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었으며, 그 도움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무려 26년 동안이나 지속됐다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화의 '이'와 서울의 '울'이 합쳐 만들어진 이울진료회는 1965년 창립되어 경기도 포천 무의촌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방학이면 어김없이 강원도 곳곳을 돌며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으며, 주말에는 도시 영세민과 의료취약지구를 찾아다니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왔다. 서울 면목동 보육원, 경기도 부평 그리스토의 집, 관악구 봉천동 일대를 비롯해 대방동, 남대문로 등 곳곳을 돌며 주말을 할애했는데, 지금도 격주마다 방화동의 영구 임대 단지를 돌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은 바로 198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의료봉사. 이울진료회는 26년간 지속되어온 이 활동으로 작년 겨울 아산상 청년봉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금 전액은 추운 겨울에 더운물마저 잘 안 나오는 취약지의 어른들께 속옷을 사드리는 '속옷 사드리기 운동'에 사용됐다고 한다.

1994년부터 이울진료회의 지도교수를 맡은 홍성태 지도교수는 이들의 활동이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으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평창 계촌을 찾는데 그곳 주민들이 이제는 때가 되면 학생들을 기다리곤 합니다. 초등학생이 어느덧 어른이 되어서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지역주민들에게 얻은 신뢰가 대단합니다."

계촌 주민은 1100여 명으로, 평창군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방림면과 의료기관이 있는 계촌면사무소와는 13km 거리로 마땅한 교통수단도 부족한 실정. 많은 인구에, 보건지소의 접근이 어려워 내용적으로는 무의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울진료소는 계촌이야말로 의료봉사 활동의 적지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시작한 인연은 이제 26년 우정이 됐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고들 하잖아요. 우리 '이울인'의 활동 역시 순수한 열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니까 빛을 발한 거죠. 이울진료회는 무슨 일이든 능력껏 벌리자는 주의에요. 소외된 분들을 위한 토탈 케어를 하되 연속성과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이울진료회는 다른 단체와 달리,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넘친다. 학생들은 팀을 나눠 가가호호 방문 진료를 다니는데, 그들의 활동은 의료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아들이 되고 딸이 되어 혹은 형이나 누나가 되어 마치 한 가족처럼 소소한 일상을 접하고 도움을 주게 된다.

"처음 이울진료회의 지도교수를 맡아달란 말을 들었을 땐, 단번에 거절했죠. 솔직히 그런 단체나 모임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십년이 넘게 같은 곳으로 봉사를 하는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이 끌리더라고. 아, 학생들이 약을 뿌리고 다니거나 연애질이나 하려고 이런 모임을 만든 게 아니구나, 했지요. 진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인술보다는 소중한 봉사활동을 몸소 터득하는 학생들과 더불어, 이제 전문의가 된 졸업생들은 첨단의료시설을 이용해 골다공증 등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전문의 치료를 받기 힘든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특별진료를 실시한다. 매년 그러한 의료혜택을 받아온 지역주민들은 옥수수, 감자 등 정성껏 마련한 간식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공부만 해온 사람들은 인성부족으로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울진료회의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본이 갖춰지는 것 같아요. 비의료적인 현장경험을 통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접해보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가짐을 갖추게 되는 거죠. 가끔 예방보건활동을 나가면  학생들에게 무엇을 할지 직접 창의성을 발휘해서 시도해보라고 가르치곤 해요. 스스로 느끼고 뭔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거죠."

홍 교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참된 인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울진료회의 정신적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격려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이울인
이울진료회는 서울대학생과 이화여대생의 비율이 1:2로 여성파워가 막강한 편이다. 이화여대가 맨파워를 제공한다면 서울대는 약품의 상당부분과 교통편을 제공한다. 매년 참여하고 있는 20~30여 명의 졸업생들 역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40여 년 동안 지속된 봉사활동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계촌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학생들은 모두 진료부, 약국부, 예방보건부 등 파트별로 나뉘어져 활동하게 되는데요. 의료활동뿐 아니라 설거지나 빨래, 청소, 음식 준비까지…, 처음 해보는 일도 주저하지 않고 쓱쓱 잘 해내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홍성태 교수는 아마추어인 학생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라서 더욱 재미있고 보람차다며 지난 하계의료봉사 활동 후 펴낸 이울지를 내밀었다. 이울진료회의 학술팀이 발간한 이울지 표지에 쓰인 '이상은 높고 행동은 깊게'라는 말은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에 복지부에 계시던 직원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어요. 물론 예전 개념의 무의촌이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저희는 기존 정부의 시스템을 흩트리려는 게 아니거든요.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서서 도움을 주자는 거죠."

학생들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홍 교수는 마지막으로 보령의료봉사상의 경우처럼 많은 기업인들이 사회 환원 활동에도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리고 계촌 봉사활동은 이울인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하는 일이니만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사각지대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많은 기업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봉사란 거창한 게 아니고 그저 시간이 흐른 후에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추억입니다. 이울진료회의 활동을 지켜보시고 격려하시는 분들 모두가 이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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