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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19:35 (금)
화이자의 'Truthiness'

화이자의 'Truthiness'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12.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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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암웹스터 영어사전이 'truthiness'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얼마전 보도됐다.

'객관적인 증거나 논리에 따른 진실이 아닌, 직감이나 결단·용기에 근거해 진실이기를 믿고 싶어하는 개념이나 사실'이란 뜻이라고 한다.

세계 1위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최근 자사의 유망한 콜레스테롤약 '톨세트라핍' 개발을 포기했다. 임상시험에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극적으로 올려주는 여러가지 수치로 인해, 업계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기대를 안고 관심있게 기다리던 약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천문학적 개발비용이 허공으로 사라졌음은 물론, 주가하락 등 회사측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화이자가 M&A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니 이번 사건의 충격을 가늠해볼 만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화이자가 이다지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소요한 시간이, 분석결과 보고로부터 채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의문을 한국화이자에 문의하자 되돌아오는 말은 비교적 간단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결정한 것이며, 이런 결단은 '화이자니까' 가능했다"고.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환자를 위하는 정말 윤리적인 회사니까…'란 의미.

안전성검토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임상시험을 강행할 회사가 어디인지 기자도 모르겠다. 다만 이번 임상시험은 두 군간 일정 수준의 사망자 차이가 발생하면 자동 중지되도록 설계돼 있었고 톨세트라핍 군의 사망자수가 82명이 되는 순간 이 기능이 작동한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즉 이번 결정은 화이자의 '결단'이라기보단 '원래 그렇게 하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가지 더 알고 싶은 점이 있으나 한국화이자가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는 부분도 있다.

일반적인 임상시험에서 두 군간 유의적 차이를 알아보게 하는 P-VALUE는 0.05지만 화이자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이를 0.01로 설정했다. 즉 0.05였다면 더 빨리 종료됐을 임상시험이 오히려 더 오래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그들의 'truthiness'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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