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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와의 인연이 절대적인 믿음으로…"

"적십자사와의 인연이 절대적인 믿음으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11.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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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휘 침례병원 성형외과 과장

친구의 권유에 따라 우연히 적십자사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도 절대적인 믿음이 되어준다는 정용휘(55) 침례병원 성형외과 과장. 지극히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인 말투에서 사람 좋아하고 도울 때 화끈하게 돕는 진정한 경상도 사나이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성형외과를 선택한 그는 개원 후 장애아동캠프, 소록도 나환자 위문, 저소득 주민과 노인 진료, 해외교포 진료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왔다. 1994년 사회봉사유공 지사회장표창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사회봉사유공 총재표창에 이어 지난 해 청룡봉사상까지 수상한 정용휘 과장을 만났다.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특별히 있었다기보다는, 의사로서 그저 당연히 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도 영 어색하네요."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돌아온 너무나 솔직한 단답형 대답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경상도 말투에서 묻어나는 진중함은 그의 헌신과 노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용휘 침례병원 외과과장은 1986년 친구의 권유에 따라 선뜻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청년봉사회원으로 등록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적십자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제대로 봉사를 할 줄 아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으며 그 믿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청년봉사회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개최한 소년원 백일장 및 위안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고 매회 각종 부상 및 기념품을 후원하여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소년원생들의 교화에도 앞장서왔음은 물론이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이 다시 밝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얻는 위안은 중독성이 있어요. 노력하면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하듯 아이들의 밝아진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즐거운 기분이 들죠."

1992년 8월에도 영도의 천성재활원생들을 초청하여 진행한 하계캠프에서도 1박2일 동안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재활을 도왔다.

 

■ 손길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누구에게든

정 과장의 봉사가 비단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소외된 곳곳에 사랑을 나누어주고자 하는 마음은 외국인 근로자·노인에서부터 나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달됐다. 1994년 9월 한국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에게 1박 2일간의 위안잔치를 겸한 캠프를 열어 한국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1996년 9월 청년봉사회 회장으로서 홀로 사는 노인들을 초청하여 효도관광을 보내주는 봉사 활동을 주관하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 9월에는 소록도 나환자 병원을 방문하여 환자들을 위로하고 각종 위문품을 전달한 바 있다.

대상에 구애됨이 없이 장소에도 구애될 것이 없었다.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1992년 7월에는 청년봉사회원들과 함께 사할린을 방문하여 현지인들과 교포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활동을 했죠. 1995년 국제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베트남 호치민시를 방문하여 언청이 무료시술을 하는 등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진료해주고 구호품을 전달하기도 했구요."

정용휘 과장은 1999년 2월부터 노숙자 쉼터인 보현의 집과 삼복의 집을 매월 방문하여 피부과·외과 진료에 임하면서 직접 준비한 약품과 소모품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었다. 당시 IMF로 시작된 경제난에 직장과 가정마저 잃고 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에게 정 과장은 건강을 되찾고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웠으며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이 됐다. 외과적인 수술을 요하는 환자들에게는 기꺼이 자신의 병원으로 내원토록 하여 무료로 수술과 치료를 해주었다. 지금까지 6명의 구순열(언청이)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었는데, 특히 3년간 6차례에 걸친 수술을 무료로 실시하여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상준이를 생각하면 가슴 뿌듯하다고.

"그때만 해도 개업의로 활동하고 있어서 환자들을 데려와 돌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침례병원이라는 종합병원에 와 있고, 긴장을 잃지 않고 바쁘게 살고 싶은 생각에 다시 종합병원으로 온 거니까 후회는 없어요. 다만 전보다 시간이 잘 안 나네요. 이제 몸도 안 따라주는 게 사실이고. 허허."

그는 병원 일을 제외하곤 틈이 날 때마다 무료진료 활동을 하기 위해 곳곳을 돌아다녔다. 1999년부터 적십자에서 운영중인 무료급식소에 280여 명의 저소득 노인 및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2000년 2월에는 부산시내 취약지역인 기장군 지역 저소득 주민들을 대상으로, 2001년 2월에는 강서구 천가동 지역 저소득 주민 및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활동을 펼쳤다. 정 과장의 눈빛에서 당신의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어디든 언제든 시간을 내야 한다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 적십자사와의 인연으로 함께 걸어온 길

"의사라고 무조건 의료봉사만 해야 된다는 건 일종의 편견이 아닐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하는 거지 뭐. 우리들 같은 의사의 경우는 의료봉사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기왕 할 거 가리지 말고 뭐든 하자는 주의에요."

정용휘 과장은 1997년부터는 적십자봉사회 부산지사협의회장을 맡게 됐다. 해마다 지사협의회 특별회비를 아낌없이 기탁하는 한편, 봉사원들의 크고 작은 봉사활동 현장에 나와 봉사원들을 격려하고 활동지원금을 수시로 지원함으로써 봉사원들의 활동에 큰 힘이 되어줬다. 그 후 2001년 2월까지 지사협의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시기에는 저소득 환자 수술비 지원을 위한 '생명의 금고' 기금 모금을 위한 재활용 바자회를 매년 2회씩 개최하여 성금을 기탁하였으며 '생명의 금고' 운영위원으로 심의회의시마다 참가하여 의사로서의 소견을 제시하고 친분이 있는 병원장에게 의뢰해 최소한의 진료비로 진료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5명의 환자들이 무료수술을 받았으며 4명의 환자들이 최소진료비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정용휘 과장은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적십자사와의 인연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에게 적십자사에 대한 인연은 훗날 믿음이 되었고 때문에 적십자사의 후원회원 모집에 적극 참여하여 122명의 후원회원을 직접 모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봉사원들과 시민들에게 적십자 후원회원이 되도록 적극 홍보했다. 그리고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회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지사협의회 발전과 봉사회 자율적 운영을 위하여 노력했다.

"부산 적십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명의 금고라는 곳이 있어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금고 개념이지. 또 한 곳 선아원이라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도와주는 곳이 있는데. 혹시라도 대상 타서 상금 나오거든 나에게 주지 말고 바로 생명의 금고 반, 선아원 반 나눠주자고요. 나에게 주면 세금만 떼이고 별로야, 그렇게 해요. 허허…."

2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해왔고 가족들과 친구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을 터. 하지만 20년 감회를 물어도 별 다른 게 없다고 짧은 대답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이 느껴진다. 인터뷰 와중에도 찾아온 환자들을 차마 기다리게 하지 못해 시종 바쁘게 오가던 정용휘 과장은 후배 의사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봉사활동은 그야말로 자신들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고, 강요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만인 거지. 하지만 의사라면 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존경받는 의사가 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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