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8 21:27 (목)
전문의시험 중장기 계획 마련돼야

전문의시험 중장기 계획 마련돼야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1.02.01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공의들의 거부로 연기가 우려됐던 전문의고시가 애초 일정대로 지난 1월 11일 1차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문의고시 연기 사태를 겪을 뻔 했던 최창락 고시위원회 위원장에게 그간의 사정과 시험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컸을 텐데

1차 시험을 잘 치르게 돼서 기분이 아주 좋다. 전문의고시는 지금까지 43차례 실시되면서 단 한번도 일정이 연기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원칙대로 실시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단 원서 접수 기간은 연장할 수 밖에 없었는데 김재정 의협 회장과 지제근 의학회장의 도움이 컸다. 특히 접수 조건이 각기 다른 학회들이 모두 양해 해줘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전국 병원장에게도 전공의들의 원서접수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는데, 잘 협조해 줬다. 더이상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 형성이 컸던 것 같다.

매회마다 지적됐던 난이도 문제를 어떻게 고려했나

사실 1차 시험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엄격한 기준을 거친 수련기관에서 공부한 수험생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통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2차 구두 시험과 면접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1차 시험은 보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수련 기관의 질 향상을 위해 기관별 시험 결과를 평가분석해 성적이 좋지 않은 곳은 전공의 신규모집 때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련기관 질 향상에 대해 좀더 얘기해 달라

자격 기준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는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에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병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한 경향이 많았다. 대기업 초임과 비교하면 전공의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수련기관의 질을 높이는 것은 전문의 수준과 전공의들의 대우 향상에 직접적인 형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중소병원과 대형병원이 연계된 그룹별 트레이닝을 도입해 볼 만 하다. 수련의 질과 전공의 처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중소병원은 전공의 보다는 펠로우들에게 일 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공의 문제를 말할 때 수련병원의 재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양질의 수련을 위해서는 수련병원이 전공의를 수익 창출 인력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 하다. 외국에서는 수련기관에 대한 다양한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런 혜택 없이 행정적 규제·억제만 있다. 정부가 지원을 못하겠다면 의협·병원에 수련 업무에 대한 자율권을 줘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전공의 보다는 펠로우 등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전문의가 과잉 배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전문의제도가 국가 의료에 기여한 점이 많지만 전체 의사의 90%가 전문의라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자격을 취득한 후 제대로된 전문의 역할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의대 졸업생 수의 50% 정도로 전문의 수를 줄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전문의 인력 수급은 의료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된 걸로 알려졌는데

고시 실행위원회에서 향후 2년간 해당 수험생의 응시 자격 박탈 결정을 내렸다. 수험생이 나이가 많은 등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지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학회에서도 선처를 호소했지만 원칙대로 처리했다.

시험 운영과 관련해 당부할 말은

전문의고시 업무는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각 학회의 고시 담당자를 자주 교체하지 말고 꾸준히 단계적인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고시위원회 역시 위원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위원 전체를 교체하지 말고 3분의 1씩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다단계 인수인계'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느 한 사람에게 독점되지 않도록 여러 대학·기관에서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협의 학술국 전문인력을 외국에 연수시켜서 행정가적인 전문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전문의 고시의 중장기 계획을 개발, 보건복지부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