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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원칙 고수하는 참여율 1위 의사회"
경북…"원칙 고수하는 참여율 1위 의사회"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6.09.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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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6개 시도의사회를 가다

"밥도!, 아는!, 자자!" 흔히 경상도 하면 떠오르는 무뚝뚝한 이미지가 함축된 단어가 아닐 듯 싶다. 물론 무뚝뚝한 이미지의 이면에는 화통하면서도 뒤 끝이 없는 사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여성은 또 어떤가. "어데예!"라며 말부리를 부여잡는 서글서글한 애교 속에는 신라 가시내의 깊고 오랜 정이 금세라도 묻어날 것 만 같다. 투박하면서도 화통한 말과 글 속에 영남학파의 오랜 전통과 선 굵은 풍류가 얽히고 설켜 특유의 문화를 빚어내고 있는 경북을 찾았다.
경북의사회는 내륙의 양반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안동·의성을 중심으로 남으로는 천년고도 경주에서부터 동해바다와 접하고 있는 포항·영덕·울진까지 소속돼 있다. 서쪽으로는 문경·상주를 비롯해 내륙으로는 대구광역시를 둘러싸고 있는 고령·성주·칠곡·군위·영천·경산·청도 등이 경북의사회의 그늘 아래 있다. 이뿐 아니다. 동으로 바닷길 너머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아우르는 울릉군의사회까지 모두 10개시 및 13개 군으로 구성돼 있다.  경상북도의사회와 대구광역시의사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본래 한 집안에서 가지를 치고 뿌리를 내렸음을 알 수 있다. 공인된 의사회의 출발은 1946년 6월 5일 한국원·계용순·손인식 등을 중심으로 창립한 경북의사회를 들 수 있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간 기록에는 1943년 10월 한국인 의사 8명과 일본인 의사 9명이 모여 결성한 의사단체(명칭 불명)는 물론 1915년 대구의사회까지 미처 정사에 편입되지 못한 기록도 남아 있다. 경북의사회는 1981년 7월 1일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분리되면서 각기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지만 대구시 북구 대현 2동에 의사회 주소를 같이 두고 1층은 경상북도의사회, 나머지는 대구광역시의사회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를 유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 대구시 사이좋은 '한 지붕, 두 가족'

정치인의 당리당략에 따라 골 깊은 지역감정 문제가 독버섯 처럼 자라나던 1980년대 군사정권 당시  "사회지도층 만이라도 지역적인 배타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대화와 친선의 물꼬를 튼 것이 당시 양 의사회를 이끌던 오삼달 경북의사회장과 김병주 전북의사회장. 1987년 6월 6일 경북의사회와 전라북도의사회 임원진이 한 자리에 모여 첫 발을 뗀 영·호남 친선교류 행사는 해마다 한 번씩 번갈아 가며 돈독한 형제의 정을 쌓아오고 있다.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양대 의사회의 교류행사는 의사회 뿐 아니라 영남권과 호남권의 교류를 대표하는 행사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이름이 나 있다.

2006년 8월 26∼27일 울릉도와 독도에서 열린 제21회 전북·경북의사회 친선행사는 때마침 불거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역사왜곡과 군국주의 부활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로까지 확대돼 KBS 방송을 타기도 했다.

전북·경북의사회 친선행사는 의료계의 중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 협조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대화와 결속의 무대로 자리를 잡았을 뿐 아니라 호·영남지역의 날조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 10월 1일 약국의 임의조제 허용과 급여행위 허용 입법예고 반대성명, 의과대학 신증설 반대 성명서(1994), 복지부 임의분업안 반대 성명(1999), 준비안된 의약분업 규탄 성명(2003), 약대 6년제 및 약료 반대 성명(2005) 등 중대 의료현안에 대한 성명서 발표를 통해 의료계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 영·호남 친선행사 의료계 화합 이끌어

경북의사회는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북재난안전네트워크에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와 함께 회원단체로 가입, 예기치 못한 재난 발생시 구호품 및 이재민 관리·의료구호·인명구조 등에 협조하고 있다. 경북의사회는 매년 수해지역과 농어촌돕기 의료봉사는 물론 외국인 결혼 이주 여성과 자녀들을 위한 가족캠프에 참여, 청진기를 들고 있다. 올해 초에는 베트남 타이응우엔성 룽반마을에 의료장비를 기증하며 개도국의 소외받는 주민을 돕기 위한 일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매년 대구시의사회·TBC 대구방송과 함께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무료개안수술은 대구·경북안과개원의협의회의 주관 하에 대구시·경상북도·대구경북내과개원의협의회 등이 힘을 모아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밝은 세상'과 '새로운 희망'을 환자들에게 전해 주며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을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무료진료 펼치며 국민 속으로…

싱그러운 가정의 달 5월에 전국 18개 시도의사회 가운데 가장 먼저 '의사의 날'을 예고하는 '경북의학제'는 춘계종합학술대회·체육행사·회장배 테니스대회 등이 이틀 동안 이어지면서 경북지역 의사 회원과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잔치 한마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북의학제는 바둑·탁구·족구는 물론 윷놀이·줄다리기·2인3각 등 회원과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가족과 선·후배 간의 돈독한 애정을 확인하는 장으로 28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 27∼28일 경주코오롱호텔에서 열린 경북의학제는 500여명의 회원과 가족이 어울려 신바람 나는 화합 한마당 잔치를 연출하기도 했다. 경북의학제 전야제 행사인 회원 친선의 밤은 관현악기 연주와 클래식 및 판소리를 넘나드는 재야 회원들의 숨은 실력을 발휘하는 무대로 입소문이 나면서 장기자랑의 벽을 넘어선 지 오래다.

 

■ 화합 한마당 '의학제' 28회 역사 자랑

대의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가 지난 3월 경북의사회장에 선출돼 제40대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이원기 회장(경북 포항·이원기외과의원)은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선비 정신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단합하지 못하고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의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직선제에서 비롯된다"며 "회장 선출방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회원의 의무를 실천하고, 동료들을 이해와 관용으로 서로 존경해야 한다"며 "지성과 신사정신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을 내 가족같이, 환자를 내 몸 같이' 사랑으로 대할 때 비로소 존경받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이 회장은 "흘러간 물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의사생활에 있어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알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인보다는 2400여명의 회원을 위해 봉사의 길을 택한 경북의사회 한 상임이사는 "항간에 알려져 있는 경상도의 무뚝뚝한 이미지는 잘못된 선입견으로 봐야 한다"며 "살다보니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적극적인 성격에 매료됐다"고 했다.

박재영 경북의사회 사무국장(시도사무국장협의회장)은 "16개 시도의사회 가운데 각종 투표와 설문조사에서 경북의사회의 참여율은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집행부 임원들이 헌신적인 노력과 회원들의 높은 참여율은 자랑할만한 모습"이라고 했다.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원칙'을 앞세우면서도, 의리를 중시하고, 화통한 문화적 전통을 쌓아가고 있는 경북의사회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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