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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건 세계 기생충 퇴치사업"
"평생을 건 세계 기생충 퇴치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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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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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종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기생충학을 하겠다는 꿈을 가진 게 어찌나 다행인지···. 어려서 꿈이 그대로 다 이루어졌습니다." 75세 나이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보다 더 행복한 회고가 있을 수 있을까? 젊어서는 국내 기생충 퇴치에, 퇴직 후에는 어쩌면 더 하고 싶었던 오지의 기생충퇴치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는 임한종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봉사하는 자로 인터뷰를 청했으나 어려서의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과의 만남이 되었다.

 

개구리의 기생충을 찾아낸 소년이 기생충학계의 선구자가 되기까지

병명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기생충에 전 국민이 노출되었음에도 대응책 하나 없었던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 중학교 4학년이었던 임한종은 기생충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경기중학교 4학년 시절, 그러니까 1948년이었죠. 선생님께서 네가 과학을 좋아하니 과학전람회에 한번 나가보라면서 기생충에 대해 출품해 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마침 개구리 해부를 하면서 창자에서 벌레를 본 기억이 나 다음 해 봄에 개구리를 300마리나 잡았죠. 그리고 창자와 내장에서 기생충을 꺼내 분류했습니다. 결국 10여 종의 기생충을 찾아냈고 제1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상을 타고서 기생충학이 내가 평생 해야 할 학문으로 여겨지더군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1960년도까지만 해도 국민의 95% 이상이 여러 가지 기생충에 감염되었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기생충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임한종 교수(75)는 약조차 없던 시절 동물 및 임상실험을 통해 약을 찾고 용량을 결정했으며 세계 최초 간디스토마 치료제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연구에 몰두한 결과로 임 교수는 국내외 30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100여 명의 석박사를 배출했다.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보건계몽사업, 구충 시료사업 및 조사연구사업 실시를 위해 1964년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설립되었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임한종 교수는 이 협회의 설립부터 참여해 대국민 홍보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1994년에는 회장직을 맡게 된다. 1966년 기생충질환예방법이 공포되고 보건사회부의 기생충박멸사업이 국가적인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협회의 사업도 활기를 띄었고, 그 결과 기생충박멸사업을 실시한지 30년 만에 기생충 감염률이 90%에서 거의 0%에 가깝게 감소되었다.

"1986년에 감염률이 15% 이하로 떨어졌지요. 그래서 기생충에 국한된 협회 이름을 지금의 '한국건강관리협회'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1994년에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제일 먼저 한 일이 중국의 기생충박멸사업이었지요."

 

중국 1995 - 2004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후원하는 주혈흡충증 국제 심포지엄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주혈흡충증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질병으로 중국의 양자강 유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중국의 중요한 풍토병 중 하나이다. 이 심포지엄에 참여했던 임한종 교수는 중국 풍토병 퇴치사업에 대한 시찰을 위해 1993년 중국을 방문하였고, 귀국 후 정부의 후원을 얻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보건복지부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1970년대 우리나라처럼 기생충 관리 대책이 시급해 보였고, 인적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전문가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은 간절한데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예산이 모자라서 고민하던 차에 5년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NGO 프로그램 보조금을 받게 되었고 건강관리협회의 자체 예산을 합쳐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매년 2~3회에 걸쳐 임 교수를 비롯한 몇 명의 기생충학 교수들과 건강관리협회의 검사요원들로 구성된 10명의 팀이 중국 세 곳의 자치구에서 기생충 관리사업을 위한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주민들의 대변 및 생활환경, 식습관 등을 조사한 결과 지역과 연련층에 따라 기생충의 종류와 감염률이 다르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중국에 구충제 및 관련 기자재를 제공했고 5년간 73명의 중국 전문가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중국 사람들은 생선회를 안 먹는 줄 알았는데, 난닝시에 가 보니 생선회를 즐기는 장면을 어디서든지 볼 수 있더라구요. 농촌으로 들어가 보니 양어장 안에 변소가 있어서 변이 바로 양어장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고···. 기생충의 종류가 여러 가지인 만큼 그 원인이 되는 환경을 찾는 답사도 오래 걸립니다. 5년간 이런 조사를 마치고 나니 좀더 적극적으로 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에서도 원했구요. 결국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외무부에 정식으로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2000년도부터 5년간의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었죠. 계속해서 구충제와 기자재를 지원함은 물론 중국에 기생충 및 혈청 진단 기술을 전수하여 해당 기관의 기생충 질환 관리 능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2000년부터 5년간 시행한 KO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에서 임교수팀이 검변한 사람이 연 13만 명을 넘고, 투약한 사람이 연 5만 명을 넘는다. 약을 나눠주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재감염 예방을 위한 주민 홍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소책자와 VCD를 나누어 주고 현지 라디오와 TV에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 홍보와 보건 교육을 실시했다. 이렇게 10년간 중국 기생충박멸사업에 몸 담았던 공적으로 임한종 교수는 중국으로부터 2003년, 2004년, 2005년에 걸쳐 'Lushan Award', 'Golden Silk Ball Award', 'Friendship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라오스 2000 - 2004, 아프리카 탄자니아 2005 - 2009

세계보건기구 기생충성질환 전문 자문위원인 임교수는 1995년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라오스의 기생충 감염률이 90%를 넘으며 그로 인해 유아사망률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한다. 1997년 현장답사를 하고 1999년 라오스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2000년 드디어 국내 전문가와 건강관리협회 직원들로 연구·의료진을 구성해 라오스로 떠났다. 그리고 3개 지역 초등학생 1만 500명을 대상으로 검사와 투약을 실시했다. 임 교수팀의 활동은 2004년까지 꾸준히 이어져 실제로 라오스 보건국 공무원들이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기생충 감염률을 떨어뜨렸다.

2003년 인터뷰에서 이미 '라오스의 기생충 퇴치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2004년 이후에는 아프리카에 기술을 나눠 주고 싶다'고 밝혔던 임 교수는 실제로 2005년부터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기생충 퇴치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 2명이, 두 번째는 4명이, 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7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현지에 방문하여 학생들의 신체검사 및 대소변 검사를 해왔다. 7월에 네 번째 검사를 위한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일년에 두 번씩 방문하여 2,000km를 움직이며 1,300여 명의 학생들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기생충 관리뿐 아니라 아이들의 발육 상태를 확인하여 건강을 증진하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다른 나라와 달리 대변보다 소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습니다. 주변 환경을 조사한 결과 피부를 뚫고 들어가 방광 주위 혈관에 침투하여 알을 낳는 우렁이 애벌레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습니다. 작년에는 감염된 아이들에게만 약을 먹였는데 올해는 모든 학생들에게 약을 먹일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으로 생각한 부모들의 항의가 있었고 국가에서도 규제하는 바람에 먹이지 못했죠."

이런 예를 들면서 임 교수는 해외 의료지원사업이란 것이 단순히 약을 나눠주거나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교육, 그리고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의욕은 있으나 나라가 가난해서 돕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며 60년대 우리가 받은 도움을 이젠 베풀어야 할 때라고, 자신은 정년퇴직 후 진정 원하던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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