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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 된 서울 토박이 이야기

제주 사람 된 서울 토박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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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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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훈 회원(제주 함춘내과의원장)

<유경훈 회원>

이름

유경훈

소속

제주 함춘내과의원

경력

1994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9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 취득

 

1999~2002 제주의료원, 제주대학교병원 내과 과장

 

2002~ 함춘내과의원 원장

 

"환자 사랑 갸륵한 '된사람' 중 하나"
김효수 회원(서울의대 심장내과 교수)
칭찬할 사람을 꼽으라면 두 종류의 사람이 떠오르네요. '난사람'과 '된사람'이죠. 두 사람 모두 훌륭하지만 굳이 한 명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된사람을 꼽아야겠지요.
유경훈 선생은 된사람하면 선뜻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개원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제자였습니다. 그때도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제주도에 공보의로 갔다가 아예 정착한 흔치 않은 경우인데요, 능력있는 친구이다보니 제주도에서 제법 열심히 심장내과 환자를 보는 모양이에요. 가끔 환자를 전원시킬 때 연락하곤 하는데 환자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갸륵한지 몰라요. 환자들도 늘 칭찬하고요.
제주도와 서울에 떨어져있다보니 1년에 한 번 학회에서나 만나는데, 자주 만나기 어려워 아쉽습니다.
제주도 전통배인 '테우'를 타고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제주도 푸른밤 그별아래
…… …… …… ……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떠나요 제주도 푸른메가 살고 있는곳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제주도에서 살기를 꿈꿨을 것이다.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높은 산이 있고, 독특한 생활습관, 색다른 말투까지, 제주도는 우리가 꿈꾸는 판타지를 채워주는 섬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떠나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그것이 제주도의 한계다. 수많은 다큐멘터리에서 보듯 섬사람이 뭍으로 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뭍사람이 섬사람 되기는 드물다.

하지만 늘 예외는 있다. 유경훈 원장 같은 경우다. 어쩌면 30년 동안 살았던 서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이 뭔가 큰 충격이었는지도 모른다.

"1999년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제주의료원(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공중보건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3년만 지나면 모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더 해볼 작정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3년이 지났는데도 제주도가 주는 매력을 져버릴 수가 없던걸요."

유 원장은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 사람들이 대체로 서울 이외의 지역을 모두 '시골'이라고 통칭해 부르는 걸 감안하면, 그에게 제주는 시골 중에 시골이다. 친구들이며 가족들이며 모두 서울에 살고 있으니 서울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다는 건 모험이었다. 제주 사람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국내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를 천천히 사로잡았고, 정착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즐거움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곳에선 환자들과의 끈끈한 정이 유난하답니다. 제주도의 특성상 환자들이 해녀이거나 뱃사람인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 덕분에 철마다 싱싱한 소라·전복·갈치·고등어 등을 맛볼 수 있는 것도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호사이지요. 하하."

이쯤되면 그의 진료실이 눈에 선하다. 옛말에 먹을 것을 나눠먹어야 빨리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가족을 뜻하는 단어 중에 '식구'란 말이 있을까. 이웃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그가 부럽기도 하고 환자들과 얼마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도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결은……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의사라면 환자에 대한 애정과 친절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겠습니까.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봐도 마찬가지에요. 요즘엔 사회적으로 애정과 친절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가짐보다는 계약관계나 법을 중시하다보니 많이 삭막해졌어요."

그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 김효수 교수는 그가 한 번 환자를 보내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고 너스레를 놓았다. 환자를 보낸 후 잘 부탁한다고 꼬박꼬박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요, 환자들이 섬사람들이라 왔다갔다하기 어려우니 당일에 좀 봐달라고 조르기도 예사란다. 그만큼 유 원장의 환자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며 은근히 제자 자랑이다.  

" 전공의 시절에 김효수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헛힘 쓰지 말자'는 말씀인데,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줬고 지금까지도 제 아들에게 자주 해주곤 합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서 헛짓 하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헛짓이 꼭 나쁜 마음가짐으로 하는 일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더 공부하고 더 많이 알아야 환자 한 명을 보더라도 확실하게 진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비록 작은 일이지만, 환자들의 건강은 물론 마음과 시간까지도 챙겨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됐다. 직장인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 휴가철도 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언제나 1순위 답안이다. 간단한 배낭 하나면 떠날 준비가 충분한 데다가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위치한 제주. 일상을 벗어나 이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으면서도 원없이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끈끈한 우리네 이웃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올 여름에는 제주도를 찾아 "언젠가는 지인들을 위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조그마한 쉼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유 원장의 계획을 조금 앞당겨달라고 졸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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