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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CEO에게 듣는다<6>지훈상 연세의료원장

병원CEO에게 듣는다<6>지훈상 연세의료원장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6.06.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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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 통해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발돋움'
사명감과 열정, 친화력은 나의 힘!

새 그릇에 맞는 비전을 담아야...

새 세브란스병원 개원을 앞두고 지 원장은 솔직히 덜컥 겁이 났다. 새 그릇에 맞는 비전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개원을 1년여 앞둔 의료원장으로 임명되기 한 달 전 부터 이런저런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는 2004년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이튿날 가방을 싸서 미국 엠디 앤더슨 병원으로 날아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인 의사인 홍완기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전에 1시간 정도 약속을 잡고 홍 박사를 만났지만 그날 저녁 홍 박사의 집까지 가서야 만남이 끝났다. 지인이라도 쉽사리 만나주지 않는 홍 박사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지 원장은 의료원의 비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세계화와 전문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홍 박사의 견해가 필요했고 그의 열정이 홍 박사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곧이어 엠디 앤더슨과 학생교류는 물론 임상시험연구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자매결연병원 협약을 맺고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했다.

암질환 전문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던 그는 엠디 앤더슨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메이요 클리닉과 존스홉킨스로 이어졌다.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함께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세브란스를 이룰 수 있고 의료원이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유수의 병원들과 각종 협약을 맺는 것에 비해 중국 청도에 설립 예정인 청도세브란스병원이나 NYP와 협력병원 체결을 한 것은 시장 개척의 의미가 크다.

이미 의료원은 암진료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암전문병원 건립에 들어갔으며 통합진료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 최고 의료기관들의 격전지인 암진료 시장에 뛰어 들었다.

모두 세계화와 전문화를 글로벌 세브란스의 비전으로 삼은 지 의료원장의 진두지휘로 이뤄진 일이다.

지 의료원장이 비전 제시에 이렇듯 목을 맨 것은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야 말로 CEO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 세브란스병원 전경 모습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CEO의 조건으로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미덕은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지 원장은 현대 자동차 상하이 공장과 폭스바겐 공장에 견학을 가 민간기업의 결정 구조를 보고 리더의 결단력과 추진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단지 의료원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세브란스 병원을 개원하며 각종 첨단 의료기기인 토모테라피·iMRI 등을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일이나 암전문병원·어린이병원 건립, 고급화 전략인 VIP병동 운영을 추진했던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특히 첨단기기를 도입할 때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젊은 교수들의 지원을 업고 도입을 밀어 붙였다.

젊은 교수들의 자신감과 예리한 분석 자료들은 큰 힘이 됐다. VIP병동도 반대가 심했던 일 중 하나다. 하지만 고급의료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추진한 병동운영 계획은 높은 병상가동률 뿐 아니라 최고의 병원이란 이미지 형성에도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입원으로 VIP병동은 최근 언론의 높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병원 건립은 의료의 공공성을 잃지 않는 의료원의, 그리고 지 의료원장의 고집이자 자존심이었다.

주변에서 적자 운영이 불을 보듯 하다며 만류했지만 세계 최고의 의료원은 수익과 매출액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소신을 꺾지 못했다. 어린이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연세의료원의 설립 모토인 봉사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사명감과 열정, 친화력은 필수조건

지 의료원장의 CEO로서의 장점으로 많은 사람들은 친화력을 꼽는다. 격의 없는 대화방식에 능해 직원들이나 의대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다는 평이다. 결국 그의 친화력과 좋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최고 경영자로서 자칫 인의 장벽에 갇힐 수 있는 위험성을 상당부분 감소시키고 있다.

친화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선천적인 부분 외에 많은 부분 그의 노력의 산물로도 보인다. 의대생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위해 다음 학기부터 강의를 맡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책을 읽고 시간만 나면 인터넷을 통해 웹서핑에 들어간다. 그러자니 시간은 절대부족이다.

오전 7시나 7시 30분에 출근해 오전 회의 주재하고 저녁 일정을 좇다 보니 이동하며 차안에서 5~10분씩 잠깐 잠깐 조는 잠이 달다. 그렇지만 높은 친화력 못지않은 그의 열정은 의료원을 경영하며 오는 모든 피로를 녹이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의료원장에 취임한 직후 하루가 멀다 하고 다녀 온 미국 출장기록(3일 만에 미국 동부를 다녀온 적도 있다)과 엠디 앤더슨의 홍 박사를 감복시킨 사명과 열정. 누구나 CEO나 리더의 가장 원초적인 필요조건으로 열정을 결국 꼽는 이유를 지 의료원장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다.

지 의료원장은 사명감과 열정, 친화력이란 선천적인 리더로서의 조건을 가진 동시에 영동세브란스병원장 등 주요 코스를 충실히 밟아 왔다는 점에서 CEO로서의 훌륭한 전형을 보여준다.
 

100여년의 연세의대 혹은 연세의료원의 역사에서 지 의료원장이 첫 임기를 보낸 2년의 의미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부분으로 다가온다.

90년대 말부터 기획했던 세브란스 새병원이 2005년 그의 임기 중 개원한 것부터 인천 경제특구에 들어설 미국 NYP병원과의 협력체결과 중국 청도에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통해 글로벌 연세의료원의 토대를 마련한 것 등의 업적을 고려한 결과다.

경기도 용인시와 용인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한마디로 최근 굵직굵직한 건수는 지 의료원장의 임기 내 다 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이야 후세에 상당한 성과로 남을 일들을 일구었다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껀수(?)로 만들어 내느라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때때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기도 했으며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 원장은 그럴수록 조직경영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으며 자신만의 경영원칙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한해 매출액이 1조원에 달하는 연세의료원이란 거대 조직을 이끌며 틈틈이 의료원 역사에 획까지 그어 온 지 의료원장으로부터 그만의 노하우와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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