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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LE합격해도 '미국의사 만만찮네'
USMLE합격해도 '미국의사 만만찮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6.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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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합격해도 영어 회화 미숙으로 태반이 '탈락'
영어 실력 쌓고 병원 매칭되면 곧바로 영주권 수속 밟아야
▲ 한 USMLE 전문 학원에서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는 수험생들.

미국병원에 취업하기 위해 미국의사자격시험(USMLE)을 치른 K씨.USMLE 3단계 시험(Step 1, Step 2CK, Step 2CS)을 좋은 점수로 합격했지만 병원 레지던트로 채용되는 데는 실패했다.몇 군데 병원에 원서를 넣어봤지만 인터뷰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다.

미국의사고시 전문 학원인 '지메스'에서는 지난해 시험에 약 100여명 정도가 응시, 이들 중 25명 정도가 실제 미국에 취업했다고 밝혔다.또 다른 학원인 '파레토메디칼'에서는 지난해 약 500~600여명이 응시, 총 100~200여명이 레지던트로 취업했다고 밝혔다.두 학원을 종합해 보면 응시자의 1/4 정도만 취업에 성공하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USMLE를 준비하는 의사들이 급증했다.미국 내에서 장차 의사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잇따른 보도도 한국 의사들의 USMLE에 대한 열기를 더해준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병원 취업은 까다롭다.미국에서 국내 의사들의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은 '의대졸업증'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의사면허·전문의자격증은 물론이고 의대 교수로서의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 취업 내지 개원을 하기 위해서는 USMLE를 치러서 미국의사자격증(면허증이 아니다)을 취득한 후, 수련기간을 거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영어, 유창하게 하십니까?

미국 취업의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언어장벽이다.레지던트 '매칭'(병원에서 레지던트 후보를 '매치(Match)'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하는데 그 선발과정을 Matching이라 한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 인터뷰에 통과해야 하는데 많은 응시생들이 인터뷰에서 어려움을 겪는다.설령 매칭에 성공했다 해도 미숙한 영어로 수련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한 USMLE 전문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비영어권국가 중에서 영어 독해력은 가장 뛰어나지만 회화력은 가장 뒤처진다"고 귀띔했다.

물론 매칭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USMLE 점수가 중요한 요건이다.이 경우 Step 2CS(임상진료실습)는 'Pass/Fail'과목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못 되지만, 필기시험인 Step 1과 Step 2CK는 합격의 중요한 변수다.

전문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칭 커트라인 점수는 대략 75점이지만, 75~80점으로는 실제로 매칭에 성공하기 어렵다.85점이 돼야 안정권이고 90점 이상이 돼야 매칭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이 점수를 뒤집는 변수가 바로 영어다.전문학원 '지메스'의 장준희 대표는 "지난해 USMLE 점수가 80점대이면서 영어회화가 뛰어난 응시생이 그보다 고득점을 받은 응시생을 제치고 매칭에 성공했다"며 영어실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화영어회화나 인터넷을 통해 CNN 방송이나 미국드라마를 청취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USMLE 준비생 신현진 씨(공보의)은 "임상실습시험이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예상질문에 대한 답안을 미리 마련하고, 발음교정까지 정확하게 준비하기 때문에 인터뷰에는 성공해도 막상 취업 후 미국생활을 어려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롱 아일랜드 병원 매칭에 성공한 장귀범 씨은 "인터뷰는 오전 7시~오후 2시까지 이뤄졌는데 미리 말하는 것보다 물어보는 말에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다"며 "될 수 있으면 같은 병원에  두번 인터뷰하지 말고, 기회가 닿는다면 매칭 전 인턴프로그램인 옵저버십에 참여해 영어도 익히고 미국의사 추천서도 받아두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자·영주권'도 장벽…제도 지원 있을까?

비자나 영주권 취득 문제도 어려움이다.USMLE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면 H-1비자(취업비자)를 받도록 도와주는 병원도 있지만, 대체로 J-1비자(문화교류비자)를 받는데, 이 경우 추후  J-1 비자에서 H-1 비자로 발급받기 위해선 본국으로 귀국해 2년동안 체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충영 usmlemster.com 대표(춘천·삼성의원)는 "전문인력의 비자를 면제해주는 제도적 혜택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실제로 멕시코 등에서는 전문인력의 비자쿼터 제한을 풀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장 대표는 "일단 매칭에 성공하자마자 영주권 취득 수순을 밟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얼마전 한국 간호사들을 미국 병원에 취업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한국 간호사들에게 영어교육은 물론 J-1 비자와 관련한 미 국무부의 특별승인(연수 후 국내귀국의무 면제)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의사에 대한 이러한 작업은 아직까지는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미숙 산업인력공단 취업지원팀원은 "의사에 대한 지원도 한두번 논의된 적은 있지만 간호사와 달리 의사는 미국 병원에서의 수련 뒤에 면허를 취득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구체화되진 않았다"며 "취업조건만 맞게 진행된다면 지원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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