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없고 기술만 남다
철학은 없고 기술만 남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6.06.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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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EHR(전자건강기록) in Asia&Future'란 주제로 보건복지부 주최 Seoul EHR Forum이 열렸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EHR(또는 e-health) 국제 세미나가 대부분 산자부와 정통부를 주축으로 열렸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기자는 이번 세미나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EHR은 여느 IT/정보화 사업과는 달리,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건의료분야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문적인 식견과 단단한 철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기술 중심으로 진행됐던 그동안의 세미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 '표준화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등 진보된 기술에 대한 설명외에 '왜 국가간 보건의료정보 공유가 필요한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선 어떤 장치가 필요한가' '어떻게 사회적(혹은 국가간)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가' 등 EHR의 근본적 가치와 이슈에 대한 토론은 부족했다.

아무리 국가보건의료정보화 사업을 복지부가 주축이 되어 진행한다지만, 아직 국내에서조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사업에 대한 균형감각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몇 개 빅 병원들을 제외한 다른 민간병원들이 다른 나라와 보건의료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라고 물은 한 연자의 문제제기는 보건의료정보표준화에 대한 자신감과 칭찬일색 사이에서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효율성'은 개인의 자유와 맞바꿀 수 없다. 최근 헬스케어 분야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보험회사는 물론, 바이오/제약업체·IT업체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건강 정보 수집에 나서는 것을 보면 대규모 정보의 집적에 대한 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세미나는 단지 EHR에 대한 논의의 '출발'이었다고 믿고 싶다. 앞으로 진정한 인간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 어떠한 가치와 철학이 필요한 지, 어떤 제도적·기술적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철저한 논의와 검토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교육행정의 효율화'란 미명아래 학생기록부를 전국단위로 묶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개인정보 및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끝내 보건 정보를 제외한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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