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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WHO 사무총장 타계
이종욱 WHO 사무총장 타계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6.05.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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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뇌출혈 22일 사망
WHO 총회 개막식 앞서 5분간 묵념
▲ 2004년 9월 한국을 방문한 이종욱 WHO사무총장이 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공동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기구 사무총장인 이종욱(61)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오전 7시 43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자문단으로 WHO 총회에 참석 중인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은 이승철 상근 부회장과의 통화를 통해 "22일 오전 10시 총회 시작 직후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5년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운명했다. WHO 위상을 높이 올려 놓은 분께서 오늘 떠나셨다'는 총장 비서의 발언에 이어 전세계 140개국 대표자들이 5분간 묵념을 올렸다"며 이종욱 사무총장의 사망을 재확인했다. WHO 총회는 애도와 비통한 추모의 분위기 속에 개막됐다.

외교통상부도 22일 오후 WHO로부터 이 총장의 사망소식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WHO 총회 준비에 매달리며 과로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욱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제네바 사무실에서 갑자기 구토를 일으킨 채 쓰러져 스위스 제네바 칸토날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뇌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페루에서 결핵퇴치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동갑내기 부인인 가라부키 레이코 여사와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외아들 충호(28) 씨가 급히 제네바에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으며, 한국에서 날아간 동생 이종오 계명대 교수도 고인의 임종을 지켜봤다.

장동익 회장과 김성오 총무이사는 WHO 사무국 건물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장 회장은 "이종욱 사무총장은 에이즈·조류인플루엔자·백신 사업 등을 통해 질병으로부터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데 앞장선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며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갑작스런 부음을 접하고 나니 애통할 뿐"이라고 했다.

고인의 대학 후배인 유근영 국립암센터원장은 "큰 별이 떨어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WHO 총회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정부대표단과 자문단으로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해 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사협회 등 6개 보건의료단체장이 참석했다.

한편, 고인의 국내 분향소는 24일(수)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2동에 위치한 외교안보연구원(지하철 3호선 양재역 8번 출구)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설치되며, 28일(일)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제네바 현지에서는 22일 오후 1시 WHO 사무국 건물 현관에 조문소를 설치했으며, 장례미사는 24일(수) 제네바 노틀담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의협은 대한의사협회장 명의의 조화를 분향소에 보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문의(☎총무과 02-3497-7708, 안내실 02-3497-7706).

 

■ 이종욱 사무총장 발자취

공과대학을 거쳐 다른 동기들보다 다섯살 많은 나이에 서울의대에 입학한 이종욱 박사는 동기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 대신 사회봉사에 일찍 눈을 떴다. 경기도 안양 나자로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위해 의료봉사를 하면서 가톨릭 신자로 한국에서 봉사하고 있던 반려자 레이코 여사와 인연을 맺었다. 1979년 의대 졸업 후 3년 뒤 레이코 여사와 결혼한 이 박사는 1981년 미국 하와이 주립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983년 WHO남태평양 사무처 한센병퇴치팀장을 맡아 가난하고 소외받은 지구촌 오지인 타히티·뉴칼레도니아 등 남태평양지역을 돌며 한센병 퇴치에 팔을 걷었다. 서태평양 지역사무처 질병관리국장을 거쳐 1995년 WHO 백신면역국장 재직시 소아마비 유병률을 세계인구 1만명당 1명 이하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두자 미국의 과학잡지 <Scientific American>은 이 박사를 '백신의 황제'라며 칭송했다. 이 박사는 WHO 내부에서의 눈부신 공헌을 바탕으로 2003년 1월 28일 제111차 WHO집행이사회에서 7차 투표까지 치른 끝에 벨기에 출신의 페터 피오트 유엔 에이즈퇴치계획 사무국장을 2표차로 제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6대 WHO 사무총장에 당선되는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이 박사 당선을 위해 권이혁 전 복지부장관(성균관대 이사장)은 이종욱박사선거후원회장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회에는 신상진 전 의협회장을 비롯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 교수(현 국립암센터원장)·김성호 전 장관·신언항 전 복지부차관(현 심사평가원장)·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특보·문경태 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현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등을 비롯 병협·제약협회 등과 외교부가 총력전을 펴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은 5년 임기가 끝나는 2008년 이후에도 2기 연임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WHO는 물론 제네바 외교가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힝기스·빌게이츠 등을 비롯한 전세계 유명인사로부터 각종 질병 퇴치기금을 유치하는데 앞장 섰으며,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구촌 보건의료 문제에 관한한 인종과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국가간 공동대응을 이끌어 내는데 비상한 능력을 발휘했다.

 

■ 이종욱 사무총장 약력

1945년 서울생

1976년 서울의대 졸업

1981년 미국 하와이대 공중보건학 석사

1983년 세계보건기구(WHO) 남태평양 한센병퇴치팀장

1991년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질병예방관리국장

1994년 WHO 백신면역국장

1998년 WHO 정보화담당팀장

2000~2003년 7월 WHO 사무총장 수석정책보좌관 겸 결핵관리국장

2003년 7월~ 제6대 WHO 사무총장

 

■ 수상

2002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3년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2005년 자랑스런 서울대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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