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좀 봐주는" 식약청
"업계 좀 봐주는" 식약청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05.03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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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성자료 조작사건으로 제약계가 한바탕 뒤집어지더니 이제는 의약계 갈등구조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변이 시끄러워서인지 정작 파문의 진원지인 식약청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이목(?)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이번 파문의 근본 원인은 식약청의 관리소홀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식약청 사람들은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식약청 관리들과 생동성 조작에 관해 대화할 때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업체를 너무 몰아부치지 말아달라", "잘해보려고 하는 업체들도 살려줘야 하지 않나"는 식의 말이다. 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업체 보호까지 챙기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식약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립목적을 보자. "예방 중심적인 식품·의약품 체계의 구축·운영을 통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자 설립"이라 돼있다.

식약청 설립목적에 '국민건강 보호'란 문구가 없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관련 산업의 경쟁력 향상은 산업자원부와 같은 기관이 하는 일 아니었던가?

식약청은 식품, 의약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관이나 업체를 관리·감시하는 책임을 가진 정부기관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업계를 감시 대상보다는 제 식구로 보며, 왜 그들의 '이익'에 그토록 민감해 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국민의 건강보다는 산업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려다 보니 "잘못은 했지만 좀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이를 방증하듯 업계에서는 식약청의 친 업계 기조에도 불구하는 이번 생동성 조작기관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데는 행정관료 출신의 청장이 한 몫했다는 말이 많다. 약계 출신 전문가 청장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란 뜻으로 들린다.

3일 국회에선 식약청 해체 찬반을 논하는 공청회가 열린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식약청은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낫다. 그러나 식약청이 본연의 존재 목적을 인식하고 홈페이지 문구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면 기자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식약청 존속'에 한표 던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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