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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새 천년 의료계 話頭 `生死기로'
새 천년 의료계 話頭 `生死기로'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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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의료계 話頭 `生死기로'
기자 放談 月間醫街산책 1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결연한 意志속 단합 공감대
`제2의 결의대회' 17일 決行


 대망(大望)의 새천년이 밝았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의 어려운 실상을 알아주기나 하듯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벌써 올해 들어 여섯 차례나 반복되고 있다는 기상청의 발표는 냉냉한 기운마저 감돌게 하고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한가닥 생사길에 놓여 있는 의료계는 다른 어느때보다도 비장하고 결연한 의지를 갖고 의연하게 새천년을 맞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상 초유 '회장 사퇴' 홍역

 ―새천년 시작과 더불어 의료계는 `의협회장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홍역을 치루었습니다. 의약분업에 대한 대다수 회원들의 강한 불만과 함께 의료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에게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반영된 셈이지요.
 ―대한의사협회는 8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유성희회장의 사퇴안을 가결하고, 회장 직무대행에 김두원씨를 선출했습니다. 회장사퇴를 놓고 갑논을박 논란도 많았지만, 유회장은 결국 총회장에서 “회원들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임기를 3개월여 남겨 놓은 채 사퇴를 받아들였습니다.
 ―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한 이날 임총은 의료계의 최대 현안인 의약분업과 관련해 임의조제 금지 등 의료계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임총은 특히 이같은 의료계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의약분업에 대한 전권(全權)을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하고, 활동에 필요한 성금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의했습니다.

'국민보건 바로 세우기' 초점

 ―회장 직대에 선출된 김두원회장은 임총 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보건 바로세우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효율적인 회무를 추진하는 동시에 현안해결에 정책 당국과 적극적인 대화채널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하고 부회장단과 상임이사진을 새로 구성했습니다. 회장 특별자문위원으로 의료현안에 베테랑인 3인을 추천받아 임명한 것도 이번 인선의 특색 중 하나라는 평도 받았죠.
 ―새 집행부가 의협 정기총회 전까지 3개월 정도의 짧은 잔여임기를 맡았지만, 이 시기는 의료계의 장래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중요한 만큼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의쟁투 적극 활동에 기대

 ―의협과 의쟁투의 적극적인 활동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전국 6만여 회원들은 지난해 `11·30 결의대회' 이후 한층 강화된 단결력을 보이며 성금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기금모금은 개원을 막 시작한 젊은 회원에서 60대 원로 회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경북의대 30회 졸업생 모임인 `이화회'의 한 회원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인데도 의료계가 처한 어려움을 그냥 둘 수 없다며 마이너스 통장에서 대출받아 100만원을 전달, 주위를 숙연케 하기도 했습니다.
 1월말 현재 의쟁투 성금은 약 2억원 정도 모금돼 회원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단결력을 키워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의약분업안을 꾸짖는 개원가의 목소리는 한겨울 차디찬 냉기를 후끈한 열기로 바꿔 놓았습니다. 젊은 의사들이 추위도 잊은 채 벌써 한달 이상 서울시내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불합리한 약사고시를 거부한다며 약대생들이 거리에서 밤을 새고 있지만, 의료계 역시 동네의원 살리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민주의사회·전공의협의회·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이 주축이 돼서 광화문과 명동성당 앞 등지에서 어려움에 처한 의료계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몸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동네의원 살리자" 큰 목청

 ―동네의원 살리기 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특히 23일 명동성당 앞에 모여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동네의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수가가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침묵시위와 가두행진 등을 벌여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이같은 주장을 한낱 푸념 정도로 여겼던 주요 일간지나 방송매체들도 최근들어 실제 처해 있는 의료계의 현실을 비중있게 보도하는 것은 의료계로서는 커다란 수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동살모' 등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의료인들 때문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7월 의료계 빅뱅'대비 화합

 ―오는 7월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빅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의료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어느때 보다도 강력한 단결과 화합이 필요합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실제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것이죠. 분업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도 의약분업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2명꼴로 나타났습니다. 국민불편과 경제적인 추가부담 그리고 의료체계의 혼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분업전에 반드시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고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강행보다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 조성에 먼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제2의 결의대회' 決行 결의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따라 정부가 얼마전 수가정책위를 구성, 당근용으로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강행한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변죽만 울린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협 의쟁투 중앙상임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더이상 믿고 기대할 수 없다며 2월 17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제2의 결의대회를 결행(決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의료계의 앞날은 의료계가 스스로 알아서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의료계는 현재 험난한 `삼각파(三角波)' 앞에 놓여 있습니다. 십수년 동안 무분별하게 인가해 준 의대 신증설 정책에 따라 매년 3,000명 이상의 의사인력이 배출, 의사인력의 적정선은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턱없이 낮은 의보수가로 정상적인 진료는 더이상 불가능해졌으며, 여기에 한의사와 약사들이 시나브로 의료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의권수호를 쟁취하기 위한 의료계의 활동도 막중하기만 적정 의사인력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의료질서를 해치는 내부의 적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술을 상술 정도로 격하시키는 과대·허위 광고라든지 의사 윤리에 먹칠하는 비윤리적인 행동은 앞으로 의료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의사단체에서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정의의 목소리가 점점 굵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전 의료계가 힘을 합쳐 역경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펼치자”고 신년 교례회에서 다짐했듯이 전국 6만여 회원이 하나가 되어 올바른 의료정책을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정리=吳允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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