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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나눔의 길 후배·제자들 감사할 따름입니다!"

"함께 걷는 나눔의 길 후배·제자들 감사할 따름입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3.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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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장미회 이사장

자신의 고향에서 농민들에게 무료진료활동을 하는 의사선생님을 존경했던 한 소년은 성장하여 그 선생님이 졸업한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되어 간질환자들에게 무료진료 및 상담을 지원하는 '장미회', 긴박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생명의 전화', '한국 자살예방협회'등의 단체를 설립했다. 또한 1996년에 '한국 간질협회'를 설립하여 2003년까지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간질환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운전 금지 규정을 제정하는 등 간질환자의 복지와 권리증진을 도모하였다. 그 소년은 40년이 넘도록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이제 수백 명의 후배들을 나눔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바로 박종철 원장(73)의 이야기이다.

 

▲ 박종철 장미회 이사장

 ▶ rose club, Since 1965

"장미회와의 인연이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그때가 1966년이죠. 전역해서 연세대에 근무할 때인데, Dr. 로빈슨이라는 미국인 선교사가 간질발작을 일으킨 학생을 데려왔어요. 다 큰 학생을 손잡고 데리고 온 데는 이유가 있었죠. 당시는 간질 치료약이 흔하지도 않았지만 약값이 없어서 병원에 갈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많았죠. 그 여학생도 그 중 하나였고요."

그때의 인연으로 박종철 원장은 인천 기독교 사회관에서 간질에 대한 강의와 진료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1971년 Dr. 로빈슨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간질병 환자의 진료와 선교사업을 서울기독교의사회에 인계했고,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자 서울기독교의사회가 중심이 되어 1974년 사단법인 '장미회'를 발족했다. 이후 장미회는 200여 명의 의사가 참여하고 9만 명의 간질환우들을 돕는 큰 단체로 발전했다. 박 원장은 2대 장미회 회장으로 취임하여 17년간 장미회를 이끌었다. 지금도 이사장으로서 수많은 후원사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9만 명을 진료한다는 건, 인적자원도 많아야 하지만 9만 명을 위한 무료약이 필요하다는 거 아닙니까. 어마어마한 규모죠. 후원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의료보험이 확대되면서 1만 2000 명 정도의 간질환자들이 장미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후원사들이 지원해주는 약은 이제 장미회 뿐 아니라 20곳이 넘는 단체를 통해 국내외 간질환자들을 위해 쓰여지고 있지요."

장미회에서는 몇몇 교회로 정기적인 순회진료를 나가고, 동시에 전국의 회원 병원을 중심으로 위탁진료를 하고 있다. 박 원장은 매일 병원을 찾는 장미회 환자들을 진료하고, 한 달에 두 번 장미회 본부로 순회진료를 나간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지역 쉼터에서 상담 봉사도 하고 있다.

"의논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자신을 밝히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화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생명의 전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다 보니 "나, 약 먹었어요"라면서 마지막 순간에 전화를 걸어 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박 원장은 2003년에 자살예방센터를 열어 상담교육을 하다가 2004년에 '한국 자살예방협회'를 창립,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자살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지침 제정과 모니터링, 자살 방지를 위한 상담교육과 일반시민 교육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 네팔 방문 경비를 모으는 즐거움

"내 강의를 들은 네팔 여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더니 네팔에도 장미회처럼 간질환자들을 돕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해와서 약품과 후원금을 보내준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네팔인 제자 의사의 요청을 받은 박종철 원장은 장미회 초창기에 미국과 독일의 도움을 받았던 감사함을 기억하여 1985년 네팔 장미회를 설립하게 된다. 이후 1990년 간질환자 진료를 중점적으로 하는 병원을 설립해 한국 의사들을 파견하고 있으며, 1995년 네팔 국립직업훈련소를 위탁받아 네팔정부와 공동 운영함으로써 네팔 젊은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또한 2003년에는 극빈자 밀집지역에 진료소를 설립, 소외된 환자들을 위한 진료와 재활, 복지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박 원장은 1993년부터 네팔학생 12명을 한국에 초청, 자신의 집에서 같이 기거하면서 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박 원장은 이러한 일련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네팔국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65세가 되던 해에 돈 버는 의사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 나 말고 3명의 의사들이 있었는데 '3명이 벌어서 1/4는 나에게 송금해다오. 나는 네팔에 가서 네팔 간질환자들을 돌보고 있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 중 한 명이 '그건 어렵지 않은데 거기 가시면 여기 일은 누가합니까?'라고 되묻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개인병원에서 진료하는 일만 있는 게 아니더란 말이죠. 나머지 일을 맡길 사람이 없어서 포기했지요."

박 원장은 '본인의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는 본인의 재정으로 지출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팔에 가기 위해 차까지 팔았다. 지금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를 머무르는 네팔 여정이 67번이나 반복되었지만 관광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병원, 진료소, 학교, 직업훈련원 등 둘러볼 것이 너무나 많으니 말이다. 그래도 네팔에 갈 경비를 모으는 게 부부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 '내가 당신의 처지에 있었을지 모른다'

북한은 신경정신과 분야가 낙후하다. 1980년대 이전 한국도 경제가 어려워 수많은 간질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리라. 박 원장은 미신에 의지하거나 신경정신과 질환을 부끄러운 병, 숨겨야 할 병으로 생각하는 사회풍조 속에서 치료를 포기하는 간질환자들만 따로 모아 치료받게 하고, 서로 대화하고 교육받도록 함으로써 많은 간질환자들의 건강증진과 복지에 기여하여 왔다. 북한에서도 박 원장의 역할은 비슷하다. 1997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래 1998년 '한민족 복지재단'설립에 참여하여 의료담당 공동대표로 재임중 13차례 북한을 방문 하면서 평양의과대학병원, 평양 제1인민병원, 평양 암 연구소 등에 중요 의료장비지원과 교육협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이념과 체제가 다른 북한관계자와의 협의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때 절대 언쟁하는 일이 없이 상대가 원하는 것 중에서 가능한 것을 먼저 선택하자고 설득한다. 혹시 이념적 이견을 보이면 그는 "우리 부모가 2차대전 이전에 북쪽에 살았더라면 내가 당신의 위치에 있었을지 모르고 당신도 반대로 나의 위치에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서로 좋은 것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어 갖는 관계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내가 당신의 위치에 있었을지 모른다'는 그의 생각은 북한과의 관계뿐 아니라 40여 년간 그가 해 온 수많은 활동을 당연하게 해 준 동력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봉사한다'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봉사하는 것보다 되돌려 받는 게 훨씬 많습니다. 내가 먼저 부탁한 적도 없는데 먼저 알고 전화해서 지원해 주는 후원사들이 있고,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신경정신과 출신 제자들과 후배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젠 내가 제자들을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끌려 다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약 력>>

 1958년    연세의대 졸업
 1972년    연세대 의학박사 학위 취득
 1972년 ~ 1975년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역임
 1973년 ~ 현재 연세의대, 이화의대 정신과 외래교수 역임중
 1975년    박종철 신경정신과의원 개원
 1982년 ~ 1984년 서울의대 외래교수 역임
 1989년 ~ 1990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 역임
 1990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연구과정 수료
 1996년 ~ 2001년 아세아-태평양 지역 간질협회장 (초대) 역임
 1996년 ~ 2003년 한국 간질협회 회장 역임
 1998년 ~ 2002년 국제간질협회(IBE) 부회장 역임
 2004년 ~ 현재 고려대학교 신경과 외래교수 재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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