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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1:33 (수)
3월, 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으며….

3월, 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으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3.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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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인턴)

3월의 세상은 새로운 꽃들이 넘치고 3월의 병원은 새로운 사람들로 넘친다.

봄이 오는 병원에는 신규 레지던트·신규 인턴·신규 간호사들로 붐빈다. 신규들은 매일매일 박진감 넘치고 바쁜 병원 생활에 적응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나는 소화기 내과 인턴이다. 환자 명단 작성·침상 체중 재기·ABGA·ascites tapping·central line remove·EKG 찍기·foley catheter insertion·드레싱·동의서 받기·컨퍼런스 준비와 회진 안내·차트 옮기는 것이 내 주임무다.

가끔씩 하는 도장 파오기·열쇠 복사·학용품 사오기·미비 차트 나르기·짐 옮기기·의국 청소·선생님들의 각종 심부름·회식 자리 분위기 띄우기 등은 나의 부임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다양한 부임무를 하고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현영아! 너 의사 맞니?"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다 그게 싫었는데 이럭저럭 하다보면 레지던트 되고 전문의 되는 거야!" 라고 말이다.

이렇게 나의 의사 생활은 이제 시작된 것이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의사로써 병원에 근무한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 별로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성격은 급하고 예민해졌고, 말과 걸음은 빨라졌다.

변화된 나의 모습에 나 자신조차 놀라기도 한다. 또한 학생 때 접했던 사회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요하는 주변 상황에 익숙해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고 더 많은 학습이 필요함을 느낀다.

많은 걱정을 했지만 순탄할 것이라고 믿었던 인턴의 생활에 가끔씩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3월 정식 근무 첫 날, 응급실 인턴 동료가 사라져 버렸다.

우리에겐 미국에 갈지도 모른다는 메시지 하나만을 남기고 말이다. 매일 보던 친구가 사라진 것도 인턴에겐 무덤덤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인턴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집에 갔던 동료 인턴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같은 인턴으로 근무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곁에 있던 동료였기에 많은 생각이 든다. 좀 더 설득해 볼 걸 이라고 말이다.

같이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렇게 자꾸 인턴이 빠져나간다면 그 부담은 남아있는 우리에게 더욱 크게 올 것이라는,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그런 심정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다. 외국 메디컬 드라마 ER 시리즈나 그레이 아나토미(GRAY ANATOMY) 같이 인턴이 의사다운 생활을 하는 세상을 그려보며 하루하루 살아 갈 수밖에….

'에고 삐삐가 왔다. 난 이제 중환자실에 피를 뽑으러 가야 한다. 정말 이렇게 살다보면 모두가 바라는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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