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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근 자동차보험 사기 사건 수사의 시사점
시론 최근 자동차보험 사기 사건 수사의 시사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2.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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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변호사)

매년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사건 및 진료비 허위 청구 문제가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에서도 정기적으로 자동차보험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있는 전국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손해보험회사가 있다.

작년 말에도 서울지역의 20여개 의료기관들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허위청구 문제로 입건이 되어, 현재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필자도 그 중 일부 의료기관의 위임에 따라,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입회를 하여 적극적인 변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보험 관련 수사 내용 중에 의료기관들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이는 의료법을 다루는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도 관심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자동차보험과 관련하여 의료기관을 수사할 때에는 주로 진료비 허위 청구 부분(즉, 사기)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최근에는 진료비 허위 청구 이외에 진료기록부 상세기재 의무 위반, 간호기록지 작성 및 보관 의무 위반 부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의사가 입원 환자들에게 원내 처방을 하고 그 처방에 따라 간호조무사들이 약을 봉지에 담아 환자들에게 갖다 준 행위에 대해서도, 약사법 위반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다른 지역에서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서, 각각 의료법 위반과 약사법 위반으로 의사를 기소한 사례가 있다. 진료비 허위 청구에 비해 의료법 위반이나 약사법 위반은 위법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이 뒤따르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가볍게 다룰 문제는 결코 아니다.

수사기관이 의료법 위반 부분에 대해 조사를 확대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진료비 부당청구 문제가 의료기관의 느슨한 환자 관리와 불완전한 진료비 청구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다. 즉,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진료 업무와 청구 업무가 구분이 되어 있는데, 위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들 사이에 상호 확인과 통제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로 진료비 청구가 이루어지다 보니 실제 진료한 내용과 청구한 내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수사기관이 인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의료기관들 중 일부는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부의 기재 내용만을 가지고 진료사실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기계적으로 진료비 청구를 하고 있었다. 물리치료, 주사제 등의 경우가 그렇다. 만약에, 간호사 등이 간호기록지나 물리치료대장을 제대로 작성하고 그에 따라 진료비 청구가 이루어진다면, 위와 같은 부당청구는 방지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해가 가지만, 진료사실을 확인하지 아니하고 기계적으로 청구하는 업무 관행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한편 기존에는 진료비가 잘못 청구되었다면, 이는 의사와 직원들 간의 공모에 의한 악의적인 범죄행위라고 단정하고 수사를 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진료비 청구의 문제점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변화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일단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의료기관이 '보험 사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많은 의사들이 진료비 허위 청구로 인한 사기죄로 기소되고 처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의사들이 사기죄 이외에도 의료법이나 약사법 위반죄의 경합범으로 기소되고 있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의료기관이 간호기록지(또는 간호일지)를 작성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법 제21조는 간호기록부 작성 및 보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과 1개월 이내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료인은 위 의료법 조항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의료인이 이가튼 의료법 조항을 숙지하고 향후 간호기록지 등 미작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자동차보험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의료사고의 경우에도, 의료인이 관련 진료기록부 등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입원환자에 대해서 의사가 원내처방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간호조무사 등이 약을 담아 환자들에게 교부한 것을 약사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봉지에 담는 기계적인 행위만을 한 것일 뿐, 이를 '조제행위'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약사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원내처방을 하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보험 관련 사건은 관련 당사자인 보험회사, 교통사고 환자, 자동차보험 가입자 등 각자 상반된 이해관계로 인하여 그 분쟁의 양상이 대단히 복잡하다. 그 사이에 끼인 의료기관은 낮은 진료수가, 거짓 환자(소위 '나이롱 환자'), 보험회사들의 횡포 등으로 인해 고통과 희생을 당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보험사기로 문제가 생기면, 해당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기록을 작성하고 그에 따라 진료비를 정확하게 청구하는 것이다. 오래된 관행이나 현실적인 불가피성만으로는 용서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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