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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 찾기 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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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6.02.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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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최근 침구사제도 부활을 위한 법 개정안을 마련해 관련 단체에 의견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숨겨진 내용이 드러나면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침구사는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제도가 폐지되면서 신규 인력 배출도 끊겼다. 이에 침구사들은 다시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위해 그동안 13번의 시도를 했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이번 김 의원의 법안은 14번째 시도가 낳은 산물이다.

우선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에서 '세계 침구제도 현황과 한국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고 침구사제도가 보험재정 측면에서 비용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번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법안은 침구사를 의료기사의 종류에 포함시키고, 침구사에 대한 지도권을 한의사에게 주기 위해 의료기사 지도권의 행사 주체로 의사·치과의사 외에 한의사를 새로 규정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법안을 검토하던 의협 담당자는 곧 '함정'을 발견했다. 이대로라면 한의사는 침구사뿐만 아니라 방사선사 등 다른 의료기사까지 지도할 수 있게 돼 CT 등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의사 CT 사용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치열한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법안의 취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법안 어디에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과연 법안의 진짜 목적이 침구사제도 부활인지, 한의사도 CT를 사용할 수 있게 의료기사 지도권을 주자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결국 의협은 의견서에서 침구사 부활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의료기사 지도권을 둘러싼 혼란이 일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한의협은 의료기사 지도권 규정에는 적극 환영하면서도 침구사 제도에는 반대했다. 결국 두 단체 모두 이 법안에는 반대한 셈이다.

물론 김 의원이 처음부터 은근슬쩍 한의사에게 포괄적인 의료기사 지도권을 주려는 의도를 가졌던 건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의료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치과의사 출신 국회의원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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