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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과학과 설치 움직임 '좌초 위기'

의생명과학과 설치 움직임 '좌초 위기'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6.02.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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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 후유증으로 서울의대 노력 물거품 우려
의대의 신설 의지 확고해 추진 노력 계속 될 듯

▲ 서울의대가 지난 2001년부터 추진해온 의생명과학과 설치노력이 황우석 사태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황우석 교수 사태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국내 의생명과학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생명과학자의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서울의대가 지난 2001년부터 서울대 대학원에 의생명과학과 신설을 추진, 지난해 5월 정식으로 서울대학교에 '대학원 의생명과학과 신설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는데, 최근 황우석 사태가 불거지면서 의생명과학과 설치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이미 지난해 5월 신청서를 제출하고 학장회의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1월 중순께 이 문제가 서울대학교내 의대와 수의대 간의 알력 또는 갈등 양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급기야 정운찬 총장이 임기내 신설을 보류시켰다.

서울의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지난해 5월 신설을 신청하고 검토중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 문제가 언론에 불거진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황 교수 사건을 기득권과 신진세력의 대결로 몰아가고, 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생명과학 분야에서 의대와 수의대의 역할이 따로 있고,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생명과학과를 대부분 의과대학에서 주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대와 수의대간의 갈등구조를 만들어 현재의 난감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 사태를 '음모론'으로 몰아 가고 있는 사람들이 꾸미는 또 다른 '음모'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서울대 주병에서는 황 교수 사건 관계자들의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등 민감한 상황에서 의생명과학과의 신설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극렬한 반대가 있을 경우 잘 이루어지지 않는 서울대학교 특유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의생명과학과 신설이 아예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대의 의생명과학과 설치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다각적인 차원에서 의생명과학과 신설은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학과 및 자연계열 졸업생으로 구성돼 있는 서울대 대학원 의학과는 구성원의 졸업후 진로가 판이하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목표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전공단위가 40개로 매우 세분화 돼 있고, 참여하는 교수도 300명이 넘는 만큼 대학원 의학과에서 모든 교수와 모든 학생이 동일한 목표와 평가기준을 갖고 교육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학원 부실운영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차적으로 지원하는 교수를 중심으로 대학원 의학과와는 별개의 소규모 학과를 설치해 학사관리와 논문심사시스템을 확립하는 한편 기존 의학과와 상호 자극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것이 의생명과학과 신설이다.

이를 위해 서울의대는 지난해 3월 전체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의 교수가 의생명과학과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대 관계자는 "우수한 의생명과학자의 양성은 의학과 관련된 여러 전공분야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나, 새로운 학문분야와 신기술의 최종 응용분야인 의학 분야에서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의대가 의사를 교육하는 대학원과정과 의생명과학자를 양성하는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는 유수한 의생명과학자 대부분이 선진국 의과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학과의 세부전공은 자연과학적 방법을 토대로 하는 기초의학과 환자 진단·치료를 연구하는 임상의학으로 대별되는 가운데 기존 기초의학은 해부학·생화학·생리학 등 전통적인 전공으로 세분화돼 그동안 한국 의학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 기초의학 분야는 미래의학의 발전을 위해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의학 관련 융합학문 분야를 흡수해 연구하고 대학원생을 교육함으로써 우수한 의생명과학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 전공단위로 구성된 대학원체제로는 새로운 학문의 도입과 체계적인 교육 및 연구에 한계를 드러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의학관련 학문의 체계적인 교육과 연구를 위한 새로운 대학원 학과 신설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의대가 신설하려는 의생명과학과는 새로운 융합 전공을 능동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BT 술기와 전통적 기초의학을 접목시켜 교육함으로써 미래의 의학과 의료 및 의약산업을 이끌어갈 의생명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통해 21세기에 닥쳐올 의료산업과 의생명산업의 무한경쟁에 대비한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즉 기존 대학원 의학과는 임상적 응용과 전통적 연구 분야를 지향하고, 신설될 의생명과학과는 새로운 BT 술기 등 다양한  기초인간생물학 연구를 통해 기존 의학과에 응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서울의대의 운영방안에 따르면, 의생명과학과는 우선 현재 의학과에 소속된 기초 및 임상 의학 전공 교수 중 의생명과학과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교수를 중심으로 하며, 점차 개방해 나가는 한편 BK사업단 구성과 관련해 다른 학과의 교수도 참여할 수 있다.

또 평가시스템을 확립해 신설 학과의 운영 및 연구업적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차등화하는 한편 학사운영과 박사학위 취득과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즉 제1저자인 논문의 SCI 등재 학술지 발표 기준치를 상회하는 대학원생에게만 논문제출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교과과정은 인체해부학·인체조직학·인체생리학 등 필수과목과 함께 BT·IT·NT 관련 강좌를 비롯 세포치료학·줄기세포생물학·이종장기이식학·조직공학 등 이식치료와 관련된 부분과 생체영상학 및 분자·세포의 구조와 기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의대는 "50년전에 시작된 '의학과' 단일체계로 부터 의학과와 의생명과학과 체계로 분리하고, 각 학과의 특성을 살려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인재육성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할 시점"이라며 의생명과학과 신설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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