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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없습니다, 과학자만 있을 뿐···
'스타'는 없습니다, 과학자만 있을 뿐···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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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스타패컬티' 선정된 고재영 교수

그 기사를 본 의사라면 누구나 '혹시 이중에 의사는 없을까'라며 11명의 이력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었을 것 같다.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이 함께 제정한 '국가 석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11명의 과학자 명단이 발표된 기사 말이다. 선정된 이들 11명은 향후 5년간 해마다 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될 뿐더러, 필요한 경우 5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이 사업은 '노벨상'이라는 야심찬 목표에 걸맞게 '스타패컬티(Star Faculty)'란 가칭이 붙었다. 물리학 분야 5명·화학 분야 3명·생물학 분야 3명의 '스타'들 사이에 고재영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가 있었다. 한 사람이라도 의사가 포함돼 있다는 건 의사들의 자부심 고양에 조금은 보탬이 됐을 듯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스타패컬티 사업은 '노벨상'이라는 어쭙잖은 목표만 빼면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후보자'란 기대가 부담스럽냐고 묻자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 칭호는 매우 의미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황우석 사태로 무너진 한국 과학발전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이 11명의 '스타'들 마저도 거부할 것인가. 고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재영 교수

▶ '스타패컬티' 선정자들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교육부도 노벨상 수상자 후보감을 골랐다고 발표했는데요.

노벨상이라니 가당찮습니다. 그런 기대는 사양하고 싶군요. 사실 '스타패컬티'가 노벨상을 내걸고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11명의 과학자들을 만나보니 다들 저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노벨상을 목표로 하고 지원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우습습니다. 노벨상은 그렇게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저희 연구팀은 지난 1997년부터 과기부로부터 창의적 연구사업단 지원금을 받아왔는데요, 그게 끝나는 시점이어서 연구비 때문에 골몰하고 있다가 마침 지난해에 교육부에서 공고가 나서 부랴부랴 지원했습니다. 창의사업단에서는 매년 6억원 정도를 지원받았는데, 이번 사업에선 2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차이나는 액수를 어떻게 벌충할지 요새 고심하는 중입니다.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연구비가 가장 고민입니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니까요.

 

▶ 그래도 '스타패컬티'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높은데, 반드시 노벨상은 아니더라도 과학적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혀 부담 없습니다. 다른 선정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막말로 황우석 교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 사람에게 수십억원씩 '퍼주는' 것도 아니고, 매년 2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죠. 그만큼 스타패컬티 사업과 노벨상을 연결짓는 것은 황우석 교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과학자 일부에게 과대한 기대감을 덧씌워놓고 선전하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런 '거품'만 빼면 이번 사업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단언컨대 저희 세대에는 과학계의 노벨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능한 많은 과학자들에게 골고루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줌으로써 과학을 육성해나가는 이런 사업이 지속된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노벨상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교수님은 논문의 인용횟수가 4565회로, 선정자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논문의 피인용 횟수 등의 수치만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무리라는 비판도 제기되는데요?

수치로 평가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평가합니까. 논문 업적 등이 아니라면 심사위원들의 주관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논문의 성과를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 해외 유명 저널에 등재된 업적이나 SCI 등재 횟수 등으로 평가해야 한다는데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 있어 피인용 횟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그것은 연구자의 지속적인 성실성과 연구업적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말해주고 있거든요.

가령 A연구자는 세계 최고의 저널에 논문이 발표됐지만 그 논문이 그다지 인용되지 않았고, B연구자는 주목할 만한 저널에 논문이 게재된 적은 없지만 수년에 걸쳐 꾸준히 논문이 인용됐다고 칩시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둘 중에서 굳이 점수를 준다면 B연구자에게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의료인중 '스타패컬티'에 유일하게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연구와 임상, 어떻게 이끌어가실 계획이십니까.

의사가 되고서도 연구자의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임상도 병행하다 보니까 연구를 보다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아 레지던트의 길을 밟았습니다. 단순히 연구만 하다보면 기초적인 부분에 몰두해 좁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직접 질병과 부딪히다 보니 연구하는 시각이 많이 보충되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국내 의대 커리큘럼이 연구하는 의사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는 체제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기대를 걸었는데, 그쪽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더라구요. 미국에서는 바이오 메디컬 사이언스 분야가 모두 의대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가 의대 중심이 아니라 카이스트·포항공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경쟁이 힘들어질 겁니다. 의대에서 연구와 임상을 두루 발전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게 바로 저의 과제이기도 하구요.

고재영 교수의 연구분야는?

고 교수는 '아연과 관련된 뇌질환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이다. 뇌 세포 안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아연에서 뇌경색·치매 등 뇌질환의 원인을 발견한 것. 아연이 뇌에서 분비된다는 사실은 195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고 교수는 아연이 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규명하면서 뇌 속에서 아연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밝혔다.

2002년에는 생쥐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을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이 아연 때문에 많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 치매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 교수가 이끌고 있는 중추신경계 시냅스 아연 연구단은 뇌경색 등 급성 뇌손상이 일어날 때 아연이 신경세포 안으로 유입되거나 내부에 축적돼 신경세포의 죽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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