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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20:40 (금)
행복한 발명가 꿈꾸는 의사
행복한 발명가 꿈꾸는 의사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12.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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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의대 진단검사의학과 이종욱 교수

불, 문자, 바퀴, 종이, 활판 인쇄술, 화약, 나침반, 증기기관, 엔진, 비행기, 전화기, 무선통신, 전자 계산기, 전기, 백신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인류의 생활과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꾼 발명품이라는데 있다.

건양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인 이종욱 건양의대 교수는 거창한 인류의 문명까지는 아니어도 병원 문화를 좀 더 편리하게 바꾸는 발명에 푹 빠져 있다. 이 교수는 얼마 전 주사기의 공포에 덜덜 떨며 울음이 그치지 않았던 채혈실에서 아이들의 울음을 몰아낸 '울음 잡는 동영상(?)'을 제작해 세간에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

 

고무튜브와 고무줄을 활용 한 수액팩 압력기를 장착한 '휴대용 수액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는 이종욱 교수.

■ 피를 뽑으면서도 울지 않는 어린이

"건양대병원 채혈실은 검사실과 개방이 되어 있어 채혈을 하는 아이들이 울게 되면 모두가 정신이 없습니다. 채혈실에서 우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눈 높이에서는 '피 뽑는 것이 무섭긴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두 딸이 생각이 났죠. 제 딸들은 피 뽑는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피를 뽑을 때도 우는 법이 없었습니다."

피를 뽑으면서도 울지 않는 아이들의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면 무서움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이 교수의 뇌리를 스쳤다. 예상은 적중했다. 채혈실을 방문한 아이들은 더 이상 주사기의 공포에 빠지지 않은 채 동영상의 아이들처럼 순간의 공포와 아픔을 잘도 참아냈다.

이 교수는 2000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진단시약'을 시작으로 '어린이 채혈용 압박대', '여자용 소변컵' 등 다양한 발명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발명하는 의사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 교수의 1호 발명품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진단시약'은 일명 'CLO test'.

"당시만해도 국산시약이 없었을 때라 호주에서 CLO test를 수입해서 쓰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특허를 내서 상용화되었습니다."

수입품에 비해 이 교수가 발명한 국산시약은 절반 정도로 가격이 낮아져 환자의 부담이 대폭 감소했다.

이 교수는 울음 잡는 동영상으로도 소용이 없는 4~5세 어린이들을 위해 압박대에 예쁜 곰·토끼·병아리 인형을 붙여 '어린이 채혈용 압박대'를 선보였다.

"고무줄만 봐도 우는 어린이들이 많거든요. 어린이용 채혈용 압박대는 삑삑 소리도 나고 예쁜 팔찌 같아서 어린이들의 울음을 더 줄일 수 있었지요."

최근 이 교수는 수액을 투여받는 환자가 편리하게 화장실을 오가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휴대용 수액가방'을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 환자 불편줄일 발명품 상상하며 하루 시작

"당뇨와 간염 등에 시달리다보니 몸이 많이 허약한 편이라서 자주 입원을 하곤 합니다. 지난 6월에는  교통사고까지 당해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안정을 취하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수액 때문에 불편하고, 움직일 때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수액을 담는 가방을 만들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필요는 발병의 어머니'라는 발명계의 진리가 작동했다.

이렇게 해서 고무튜브와 고물줄을 활용한 수액팩 압력기를 장착한 '휴대용 수액가방'이 탄생했다. 수액을 맞는 환자들은 가방 하나만 어깨에 둘러매면 어디든 다닐 수 있어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집안이나 주변에서는 발명을 한다니까 허튼소리를 한다거나, 허풍을 떠는 것 아니냐며 의아한 눈길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웃고 넘기곤 했죠. 하지만 주변의 시선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발명을 출원할 때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비용 문제였습니다."

이 교수는 "환자들이 좀 더 편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하고, 창작하는 것이 낙이 되어 버렸다"며 "무언가 발명하는 것이 이렇게 보람되고 행복한 작업인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저는 직원들에게 현재 맡은 일에 너무 숙련되지 말라고 합니다. 일이 숙련되어 불편함을 모르게 되면 개선점이 보이지 않거든요."

이 교수는 오늘도 환자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발명품을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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