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두가지의 물체 혹은 상태 사이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된 것을 '균형'(balance)이라 하는데, 예컨대 세입과 세출이 같아 적자가 없는 예산을 균형예산, 그리고 지구와 달과의 잇는 선상에서 서로의 인력이 똑같은 지점을 균형점이라 한다.
물건의 무게를 다는데 쓰는 저울이 'balance' 인 것을 보아도 균형이 둘 사이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균형에 대해 '평형'(equilibrium)은 물리학적으로는 어떤 물체에 외력이 작용하였을 때에도 전연 힘을 가하지 않았을 때와 같은 상태이거나, 중력의 방향에 대하여 몸의 기울림을 알고 몸자세를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한 영양을 위하여 모든 영양소를 알맞은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게) 비율로 섞은 음식을 균형음식(balanced diet), 수분과 전해질의 섭취와 배설과 관련된 사람 몸의 상태를 체액균형(fluid balance)이라고 한다.
한편 체액콜로이드 즉 물에 분산된 콜로이드 물질이 체내에서 안정 상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콜로이드평형(colloid equilibrium)이라 하고 화학반응에서 반응계와 생성계의 양적관계가 일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수를 평형상수(equilibrium constant)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에서의 평형감각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운동이나 신체균형을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이것은 머리의 위치와 운동이 속귀의 세반고리관을 자극하여 일어난다. 이것에 대한 영어대응어는 'static sense' 혹은 'labyrintine sense'이다.
이와 같이 엄밀한 의미에서 균형(balance)과 평형(equilibrium)은 다르지만, 체내의 산염기 생산율과 산염기의 배설물이 서로 균형 잡혀 있어 체액의 수소이온 농도가 안정되어 있는 상태를 이를 때 산염기평형(acid-base equilibrium)과 산염기균형(acid-base balance)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같이, '평형'의 경우를 '균형'으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귀의 기능은 '평형감각'일뿐 '균형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