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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공무원과 의사들의 '도원결의'

공무원과 의사들의 '도원결의'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11.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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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보건사랑회·노원구 청년의사회 3년째 함께 봉사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덤이죠"

▲ 봉사활동을 마친 노원구의사회 청년의사회와 복지부 보건사랑회 회원들이 잠시 한 자리에 모였다.

보건복지부 봉사 모임인 보건사랑회와 일찌감치 '사회와 함께'를 선언한 노원구의사회 청년의사회 회원 40여명이 또 의기를 투합했다.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받은 여성 부랑인 1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금남의 집' 영보자애원(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묵리 464번지)에 집단 방문신청서를 낸 것.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영보자애원은 정신과 신체의 장애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어눌한 여성들의 '영원한 보금자리'이자 '마지막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재단법인 천주교 성모영보수녀회 소속 수녀들이 운영하는 이곳은 몇몇 자원봉사자와 직원을 빼놓고 대부분 여성인 금남의 집.

보건사랑회와 청년의사회는 지난 6월 미인가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인 '은혜의 집'에 함께 봉사활동을 한데 이어 올해 들어 넉 달 만에 다시 발을 맞췄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본격적인 김장에 앞서 김장독과 그릇 청소 노력봉사를 자청했고, 노원구의사회 청년의사회 회원들은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진료실을 차렸다. 외과에서부터 내과·산부인과·비뇨기과·가정의학과에 이르기까지 각 전문분야의 회원들이 함께 모이고 보니 움직이는 작은 종합병원이 꾸려졌다.

보건사랑회-청년의사회 '의기투합'

지난 10월 30일 일요일 아침. 영보자애원 입구에는 봉사활동에 나선 보건사랑회와 노원구의사회 회원들을 환영하는 여성들로 북적거렸다. 처음엔 서먹했으나 여성들의 팔짱공세가 이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뵙습니다"

노원구의사회 청년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장현재 원장(파티마의원·노원구의사회 총무이사)이 한 수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잘 오셨어요."

"오늘은 내과 환자가 많아요. 산부인과 선생님은 이쪽으로 오시고, 방사선과 선생님은 저 건물로 가시면 됩니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하나 하나 오늘의 소용될 곳을 귀뜸한 뒤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회원들은 자칫 지나치기 쉬운 정보하나라도 놓칠새라 "여긴 어떠세요?", "이곳은요"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청진 하나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진료를 받은 생활자들은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에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자신의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뇌성마비 생활자는 감사의 인사를 너무 크게 한 탓에 순간적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했다.

대한IMS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의대 이상철 교수와 멀리 광주에서 정형외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김경수 원장이 함께 차린 통증치료실은 늘 급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생활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청진 하나에도 온 신경 집중

"전면적인 조직개편 이후 새로운 팀제를 어떻하면 잘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토론하느라 지난주 내내 전체 복지부 직원들이 강행군을 했습니다. 오늘 오후에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대정부질의를 준비해야 합니다."

보건사랑회를 이끌고 있는 의료정책팀 홍성진 사무관은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사정을 이해해 달라"며 "대신 아침 일찍부터 나와 노력봉사의 양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최상성 사무관은 "사회복지시설 지원업무를 맡다보니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살피고 싶어 빼놓지 않고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며 "출산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앞으로도 노력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운영지원팀 유만진 보건주사의 두 딸은 "'봉사하러 가자'는 아버지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또 오게됐다"며 스스럼 없이 환자들과 어울리곤 했다.

보건사랑회장을 역임한 역대 회장인 윤승기(감사관실 감사팀)·백은자(의료정책팀) 사무관도 회원들과 함께 노력봉사와 의료봉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권형원(의료정책팀)·소상문(보건정책팀) 보건주사도 구슬땀을 흘리며 김칫독을 나르기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복지부 공무원들 김칫독 나르며 구슬땀

"15년 전엔 저도 복지부 공무원이었습니다. 나중에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됐지만…"

노원구의사회 총무이사이자 청년의사회장을 맡고 있는 장현재 원장은 불쑥 감추둔 과거를 털어놨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의사가 되고 보니 공무원 사회와 의사 사회 양쪽을 모두 볼 수 있게 됐다는 장 원장은 "의사 회원들이 정말 열심히 진료현장과 의학교육 강단에서 일하고 있지만 딱 5% 부족한 것이 사회에 대한 관심"이라며 "조금만 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국민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의사의 이미지를 잘 가꿔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복지부 공무원들과 의사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터 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잠시동안이지만 서로 땀을 흘리고, 함께 봉사를 했다는 기억을 공유하다보면 조금씩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지 않냐 그런 거였죠"

그렇게 머리속으로 그려오던 공무원과 의사회의 합동 봉사의 구상은 복지부 보건사랑회와 선이 닿으면서 2003년에 와서야 첫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가족들도 한 두 명씩 손을 잡고 나서면서 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장 원장은 귀뜸했다.

봉사를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서는 길.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늦은 밥술이나마 같이 뜨자며 소매를 잡았다. 농익은 가을 햇살이 구수한 된장찌개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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