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한방 피해 알리는 일에 평생 바쳤다."
"한방 피해 알리는 일에 평생 바쳤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10.18 18:1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방 민간요법 피해 알리기 평생 손 철 전 전남의대 교수
▲ 한방을 각종 대증요법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손 철 회원.

정년퇴임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손 철(85)회원의 일상은 글쓰기와 자료 찾기로 여전히 바쁘다.

여든다섯. 어떻게 보면 쉴 만도 한 나이이지만 그는 한방으로 인해 해를 입는 국민이 있는 한 이를 올바로 알려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의사로서 눈감는 날까지 해야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손 전 전남의대 교수(소아과학)가 한방의 피해에 대해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때는 청도의대(중국)를 졸업하고 전남 광주에 정착한 지 몇년 지나지 않은 해방 이후의 어수선한 정국에서 였다.

당시 광주에는 마마와 콜레라 같은 전염병과 열악한 보건환경으로 십이지장충·촌충 등과 같은 기생충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지만 의약품은 고작 미군을 통해 흘러 들어 오는 것을 제외하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민간요법과 한방의료가 혼재돼 근거를 알 수 없는 치료법이 성행했다.

촌충 치료약으로 석류나무 뿌리를 삶아 먹이던 것은 그나마 양반이었지만 홍역에 걸린 아이한테 잉어 피를 먹여 디스토마에 걸리게 만드는 사례도 다반사.

당장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국민들에게 보건교육을 하는 것이 시급했다.

한국전쟁이 끝나도 이런 상황은 계속됐다. 그런 와중에 광주에서 꽤 용하기로 소문이나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한의원과의 싸움은 그가 한방 올바로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가 됐다.

환자들이 수은과 납 중독 현상을 호소해 그 한의사를 만나 경고를 했지만 한의원의 행태는 계속됐다. 도저히 말로는 안되겠다 생각한 그는 환자들의 수은과 납 중독 사례를 모아 사례집을 만들어 한부를 그 한의원에 경고문과 함께 보냈다.

물론 경고문은 수은과 납 성분이 함유된 약재를 계속 쓰면 검찰고발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한의원은 그 이후로 그 약재를 쓰지 않았다.

손 회원은 그 사건 이후로 한방의 피해를 알리고 국민을 교육시키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또한 한방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광범위한 사례조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약하고 무지한 사람들의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약점으로 잡아 사람 골탕 먹이는 게 한약이다. 한방은 그저 몇백년 전부터 내려오던 각종 대증요법들을 묶어 놓은 것이지 의학이라 할 만한 패러다임이 없어." 손 회원의 말이다.

그는 한방과 각종 민간요법을 피해를 알리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관련 책 집필에 들어갔다. 또한 그의 제자인 유용상 회원의 책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감수하기도 했다.

그래도 "요즘 한의대 다니는 젊은 학생들이 스스로 한의학이 얼마나 취약하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그는 "의협이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당할 수 있는 의료일원화라는 뜨거운 감자를 지혜롭게 다뤄 국민건강의 위해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