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규제
청개구리 규제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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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 과연 제대로 규제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되고 불합리한 규제는 뜯어고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별다른 규정이 없거나 규정이 있더라도 유명무실하여 오히려 일을 더디게 한다면 관련 규정을 정비하여 규제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얼마전 규제개혁위원회는 'MRI 등 고가 특수의료장비 설치 승인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방사선의학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학계는 이 규정을 폐지하겠다는 발상에 대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정을 불합리한 규제로 보고 폐지하겠다는 것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가 특수의료장비 설치 승인제도는 지금까지 고가 의료장비가 무분별하게 도입되어 설치되는 것을 제한하고 관련 전문가가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의료장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민 의료비를 억제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이 규정이 폐지될 경우 병원경영을 염두에 둔 병원급 의료기관이 앞다퉈 고가 장비를 도입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촬영건수가 남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 의료비의 증가가 예견되고 있다. 촬영을 해도 제대로 판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 낮은 중고장비의 무분별한 유통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또한 관련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고가 장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의료의 질 저하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반드시 있어야 할 규정을 풀어놓음으로써 벌써부터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의,법학 전문대학원 도입 추진 계획안'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회의 개혁안을 중심으로 4+4학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의학교육계 일각에서는 획일적으로 4+4학제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2+4, 3+4, 4+4 등 다양하게 의학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대학 자율에 맡겨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오히려 규제를 늘리고,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풀어버리는 청개구리식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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