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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허브의학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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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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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 전통 약초 과학화해야

의학에서 아스피린의 예를 들어본다.

아스피린의 역사는 기원전 400년에 소급하며, 당시 희랍의 히포크라테스는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버드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1823년 이탈리아에서 버드나무 추출물이 진통작용이 있음을 입증하고 이를 Salicin이라 명명했으니, 이것이 현재 아스피린의 천연물이다. 그 후 1897년 독일 바이엘의 연구가가 아스피린 합성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으며, 최초로 임상시험을 거쳐 드디어 1899년에 아스피린의 판매가 개시됐다고 한다.

1930년대에 바이엘사의 아스피린 특허가 만료되고, 아스피린은 제네릭을 거쳐 싸구려 OTC가 되어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약품으로 지구상에서 매년 1천억 정(100 billion)을 소모하고 있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동양의학자 허준이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한국역사에 자랑스러운 보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그의 옛 학문의 역사적 가치와 현대과학이 지배하는 현 시점에서의 기여도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철학이 아닌 구시대의학을 과학적 검증 없이 현대의학에 적용하려드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발상이랄 수밖에 없다. 천년 이상 내려온 민속의학을 400년 이전의 학문으로 정리한 지식을 그대로 21세기 과학시대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옛날 경험에 의해 약효가 인정된 약초는 버드나무에서 Salicin을 추출했던 것처럼 현대의학을 통해 본질을 규명하고, 안전성과 임상효과를 입증한 후에 사용이 허용되고 보급되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옛날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이용해 왔던 전통의학을 '근거에 바탕 둔 의학(EBM)'이라는 원칙 하에 수용하고 있다.

 

■ 한국뉴스를 읽고

과학소양이 없는 지도자 때문에 전통의학이 기세등등한 가운데서도, 한국의학에서 보완대체의학자들이 우세한 현실은 한방의학에 대한 과학화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화라는 가장 요긴한 첫 단계를 생략하고 비약적으로 '한의학의 국제화'라는 독선적인 구호를 내걸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현대의학은 곤욕과 수모를 겪고 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현대의학의 약초수용에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무작위 임상대조시험에서 약효와 안전성 유무를 규명해야만 한다.

연구결과 약초의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보완대체의학센터(NCCAM)의 2005년도 예산에서 7600만 달러가 약초 연구 지원비로 지출된다.

한국정부에서 "한약재 과학화사업에 20억원(약 $2M)을 지원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 금액으로 '한약의 국제화'를 내세우는 일은 지도층의 과대망상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일은, 일단 현대의학에 수용된 약초는 당연히 현대식 국제진단명에 의해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양-한방 협진모델 적극 개발'이라는 한국뉴스는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한국정부는 중풍 등 만성질환에 대한 양-한방 표준협진모델을 개발해 한방공공의료서비스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장차 국립대학병원을 공공의료기관의 본부로 격하시켜, 협진진료의 시범장소로 삼으려는 의도인 듯하다. 국가의학연구센터라 할 대학병원에서 현대의학과 400년 이전의 망령이 호형호제해 가면서, 중풍환자에 대한 수술적용(indication) 여부를 토의하고 '동의보감 진단명'을 존중하는 협진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한국의학을 망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한국의료계의 한방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한방이 없어지면 국민건강이 나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에게 이러한 인식을 보급시켜 국민이 의학계와 뜻을 같이 할 때 의료일원화의 실현도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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