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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따라 너도나도 유비쿼터스!
유행따라 너도나도 유비쿼터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08.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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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U병원 표방 종합병원 실제 운영 미흡
최고·최첨단에 대한 지나친 경쟁 역기능도 지적
▲ 유비쿼터스 병원의 핵심은 EMR,Point of Care&모바일 기능, 전자식별 네트워크, IT기술, 보안 및 인증기술, 홈네트워킹 등을 꼽을 수 있다.일부 국내 대형병원들이 유비쿼터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EMR만 해도 아직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새 병원이 오픈하기만 하면 유비쿼터스 병원을 표방하고 전면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서나 있는, 동시에 존재하는'이란 뜻. 'U-헬스케어'란 센서를 통해 습득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의료 및 건강관리를 말하며, U-hospital이란 디지털병원을 바탕으로 병원 내(또는 외) 모든 공간에서 자유롭게 헬스케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디지털병원보다 한층 강화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병원의 핵심 기술로는 전자의무기록(EMR), POC(Point of Care)&모바일 기능, RFID(전자식별) 네트워크, IT 기술, 보안 및 인증기술, 홈네트워킹 등을 꼽을 수 있다.

EMR의 '실제' 도입 현황

국내 'U-hospital'을 꿈꾸는 병원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모델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구축이다. EMR은 검사 결과·촬영 결과·환자 상태·처방 등 환자의 모든 건강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저장·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EMR은 환자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원격적으로 이뤄지는 유비쿼터스의 실현을 위해 디지털화된 관련 정보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많은 대형병원들이 EMR을 속속 도입하고 있고, 수도권에 들어서는 신규 병원들도 개원단계부터 EMR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5월 개원한 세브란스 새병원은 개원 초 '국내 최고의 U-Hospital'라는 모토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환자 유치에 나섰다.

세브란스병원은 개원 기념 기자간담회 자료에서 EMR 시스템을 전격 도입해 디지털 병원으로 거듭나는 한편, 스마트카드를 활용해 환자가 병원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퇴원까지 원격정보 교류가 가능해졌으며, 환자의 손목에 전자식별(RFID) 태그를 부착해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개원 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EMR은 커녕 모바일 진료나 RFID 태그 등이 실제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전산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EMR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

장병철 세브란스병원 의료정보팀장은 이에 대해 "전산개발 외주 업체와 업무 진행에 차질을 빚어 EMR 운영이 10월까지 연기됐다"며 "지난해 7월에서야 EMR 사업 방침이 구체화된 데다 새병원 개원에 맞춰 모든 전산시스템을 정비하려다보니 완벽하게 준비를 끝낼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결국 세브란스병원의 야심찬 U-hospital 계획은 빨라도 10월은 지나야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정보화 부분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일찌감치 자체 개발한 처방전달시스템(OCS)를 도입하면서 의료정보화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그렇지만 OCS 다음단계라고 불리우는 EMR은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국내병원에 EMR 도입이 일반화되지 않아 좀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이 EMR을 도입한 이래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EMR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일자, 일차적으로 과거 의무기록을 전산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내년 초 본격적으로 EMR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PDA→모바일 진료→유비쿼터스?

삼성서울병원은 또 6월 병동에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해 온 EMR을 바탕으로 PDA를 활용한 모바일 진료를 시작하면서 '의료계 유비쿼터스 첫 시동'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PDA를 통해 원내외에서 처방·검사·처치 결과 내역을 조회할 수는 있지만, 보안 관계로 처방은 할 수 없다. 병원내에서 진료할 때보다는 원외에서 응급한 경우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원래 모바일 진료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보안 및 전자 서명 등 기술적인 제한으로 현재까지는 PDA로 처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 필요하면 전화로 처방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PDA 진료가 곧 유비쿼터스를 의미하느냐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삼성서울병원은 반쪽짜리 모바일 진료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내 최초로 완전한 디지털 병원을 실현한 분당서울대병원도 아직까지 U-hospital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기존에 누적된 환자 기록없이 EMR을 구축했기 때문에 100% 종이 없는 병원(환자 동의서 부분 제외)을 실현했다.

또 이렇게 구축된 EMR을 바탕으로 2003년 11월부터 PDA를 이용한 모바일 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는 있다. PDA로 각종 환자 정보는 조회할 수 있지만 환자의 영상 이미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보통의 PACS 영상 이미지는 크기와 용량이 너무 커서 PDA의 작은 모니터로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DA 진료를 위해 투자되는 비용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P병원의 경우 시스템 구축·방화벽 등 시설 설비·단말기 등을 위해 약 15여억원이 투자됐지만, 사용자들은 그만큼 널리 활용하지 않거나 편리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P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가끔 컴퓨터를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 PDA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화면이 작고 불편해 병원 밖에서 사용하거나 환자 명단을 확인하는 이외의 기능을 사용하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남발된 '최초', 과장된 '최고'…왜?

일각에서는 이같이 병원들이 최첨단 병원 이미지를 위해 도입한 여러 시스템의 효용을 충분히 검증하기 앞서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다소 과장된 선전을 하는 데는 자신의 병원이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 때문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국내 내노라 하는 대학병원들 사이에는 서로 무엇이든 최고·최첨단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깊이 배어 있다"며 "이런 경쟁 구도 때문에 심지어 일부 병원가에선 1등이 아니면 아예 안하고 만다는 그릇된 의식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대형병원간 경쟁의식이 서로의 성장에 시너지 효과도 있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상대방의 발전을 오히려 가로막거나 상대의 좋은 점을 일부러 외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U-hospital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고 앞으로 더 좋은 시스템이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곧 U-hospital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나 각자의 병원 실정에 알맞은 시스템을 선택,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보안 등 의료정보화에 따르는 문제점들을 해결할만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 병원이 실현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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