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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그린, 최초의 의학전문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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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8.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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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항생제>펴낸 박성진 회원

누가 그 딱딱한 면역학과 항생제를 소재로 만화를 그려 그것도 고상한 의사들에게 읽힐 생각을 하겠는가?

이런 터무니없는 발상이 <만화 항생제>란 한 권의 책으로 현실화 됐다. 의대생 시절 면역학 강의노트를 글이 아닌 그림으로 써나가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외울 것도 많은 항생제와 면역학 등을 만화책으로 출간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발상에 이르게 됐다는 박성진 원장(강원도 춘천시 하나내과의원). 그가 최근 2년 9개월 동안 의협신문에 연재했던 '안티바이오틱스'를 묶어 한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항생제의 역사에서 항생제 사용의 일반원칙, 항생제 작용기전 및 분류와 각종 항생제 등의 딱딱한 주제를 기발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녹여낸 박 원장은 책 서문을 통해 "만화를 연재하는 3년여 동안 매주 머리를 쥐어뜯으며 밤잠을 설쳐야 했다"는 말로 그의 발상을 현실화하기까지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 만화가로서의 '필모그라피' 쌓고파 …

박 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 한창이던 7월 여름이었다. 당시 컴퓨터 통신 수준에 불과하던 네트워크상에서 의사가 그린 의약분업 관련 만화가 떠돌아다니는데 제법 그럴싸하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당시 의사사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왜곡되지 않으면서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에 목말라 있었고 그런 면에서 박 원장의 만화는 의사사회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대안으로 지목됐다.

박 원장은 열정적인 동시에 차분하고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엉뚱하다. 어떨 때 보면 의사라는 직분에 몰입돼 있다가도 뒤로 돌아서서는 만화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나 난 이런 박성진 원장의 이중성(?)을 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2001년 의약분업 이후 개원 붐이 의대 교수들과 봉직의들에게 불어 닥칠 때 박 원장도 과감하게 전임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물론 의약분업 투쟁과정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전공의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응급실에서 한 달 내내 2~3시간 새우잠을 자며 '빡'세게 생활한 것을 견디기 힘들어 해서는 아니었다. 뭐 그렇다고 남다른 개원 아이템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만화가로서의 '필모그라피'를 쌓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연세 원주의대에서의 전임의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신촌'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많지 않은 특별한 시간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 원장은 아직도 그 시기를 90년대 후반 아프리카 서부 사하라 사막에서 군의관으로 생활했던 시기와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꼽고는 했다. 나는 당시 그의 그런 심정을 120퍼센트 이해했다.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착한 아들로, 성실한 모범생으로, 훌륭한 내과의사로 뒤돌아 볼 틈 없이 달려왔던 박 원장에게는 잠깐이나마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나는 미루어 짐작했다. 아마 2년 9개월여의 의협신문 연재 끝에 출간된 '만화 항생제'와 조선일보에 연재한 '진료실 엿보기', 의협신문 만평을 그려 낼 수 있었던 '내공'은 그때 쌓였다고 확신한다.

 

■ 기회되면 '면역학'도 출간할 예정

이럭저럭 1년여의 작가 생활을 접고 박 원장이 다시 의사로 돌아간다고 말했을 때 난 무척 시원섭섭했다. 이제 그가 의사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강원도 춘천으로 돌아가 봉직의 또는 개원의가 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은 꽤나 섭섭한 일이었다.

4년여의 시간이 흘러 이제 박 원장은 봉직의를 거쳐 개원의가 됐다. 얼마 전 <만화 항생제> 출간을 계기로 그는 지인들을 불러 모아 조촐한 출판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원장은 친구들로부터 꽤나 의미있는 선물을 받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그가 의대생 시절 그렸다는 원조 항생제 만화 복사본이었다.

아직도 의대생들 사이에서 족보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그 복사본은 박 원장의 의대생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아직도 복사본이 대학가를 떠돌고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는 그는 "만화 항생제 출간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조만간 항생제에 이어 면역학을 만화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는 박 원장은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의사와 의사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또는 국민과 의사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한 연결을 위해 만화가로서의 실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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