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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디딤돌과 걸림돌-4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디딤돌과 걸림돌-4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08.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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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드디어 디딤돌 역할

미국의 민주당은 물론 많은 여당(공화당) 의원이 찬성하여 하원을 통과하고, 멀지 않아 상원통과도 낙관되는 배아줄기세포(ESC) 연구증진법안에 대해 보수파 종교 추종자인 부시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상원 공화당 지도자로서 부시의 의료정책 입안자이자, 2008년도 공화당 대선후보로 알려진 닥터 프리스트도 낙태를 반대하는 등 스스로를 보수파 정객으로 자처해 왔다. 프리스트는 의료윤리 문제에 있어 근래 플로리다의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 사건과 관련, '프로-라이프'를 지지하며 부시의 의료정책에 앞장서 왔다.

그런데 장기이식 전문가 출신인 닥터 프리스트는 의학계가 찬성하고 있는 이번 ESC연구증진법안에 대해서만은 부시의 눈치를 보며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의학도라는 자신의 배경과 대통령정책 입안자로서의 직책사이에 '이해상충'이라는 그의 고충을 납득할 만도 하다. 사실이지 그 사이 난치병 치료라는 명분을 내세워 꾸준히 부시를 설득시켜 그의 거부권 행사만은 막아보려고 노력중이라는 설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7월 13일자 뉴스에 의하면 그는 부시가 납득할 수 있는 절충안, 즉 생명체배아(embryo)를 파괴함이 없이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줄기세포연구를 추진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아를 담은 내용으로 여야 간의 타협을 모색했으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절충안이 의학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상의 기술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원들은 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원하고 있다. NIH 줄기세포연구부장도 "배아파괴 없이 줄기세포를 형성하는 방법은 없다"고 논평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미망인 낸시 레이건은 닥터 프리스트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ESC연구 법안에 찬성하게끔 꾸준히 설득해왔다고 한다. 닥터 프리스트 자신도 오랜 시일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끝에 드디어 지난 7월 29일 부시의 의견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반생을 바친 의학도출신으로서 학계와 다수 국민의 편이 되고자 결심을 굳힌 것이다.

부시와의 불화 그리고 많은 공화당의원과의 견해 차이는 공화당의 유일한 2008년도 대선후보라는 그의 정치생명을 수포로 돌릴 위험성마저 있다.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내다보면서도 그의 'ESC 찬성선언'은 실로 '양심선언'으로 높이 평가할 일이다.  

상원의 찬성연설에서 프리스트는 "배아가 발생초기의 생명체로 알고 있는 본인입장(보수파)과 과학연구가 양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의 판단결과를 피력하고, "배아줄기세포는 의료과학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특수재산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마땅히 지지해야만 한다"고 그의 결정을 밝혔다.

프리스트 측근의 말에 의하면 이번 결정에 있어 정치적 개입은 전혀 없었으며, 프리스트는 몇 주일간 의학문헌을 검토하고, 과학자와 의료윤리학자들과 의견교환을 거친 다음 최종결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ESC연구를 지지해온 일부 공화당의원들은 백만대군을 얻은 듯 크게 환영했다. 특히 암치료중인 펜실베이니아의 스펙터 의원의 격찬을 받았으며, 중도파의 지지세력을 얻었다. 그러나 대다수 보수파 여당 동료의원들은 그를 배반자로 몰아 차기 대선후보에의 기대는 어림도 없다고 공격했다. 부시가 속한 크리스천 보수파는 성명을 통해 그의 결정이 대선이라는 정치목적을 위해서라고 비난함으로써 2008년도 대선 예선에서 당의 균열을 내다보게 되었다.

의학계는 물론 시민단체는 프리스트 결정을 "당론에 구애받지 않고 '원칙'을 존중한 용기 있는 행위"라고 높이 평가했다. 여론투표 결과 대다수의 미국 국민은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를 찬성하고 있어, 만일 그가 대선후보로 추대되는 날엔 당선 가능성이 더 굳어진 셈이다.

프리스트 찬성연설에도 불구하고 상원투표는 8월의 휴회기간이 끝난 9월에 가서야 있을 예정이다.

부시는 프리스트의 찬성결정보고를 받고서 "자기양심대로 투표할 일이다"라고만 답했다고 한다. 백악관대변인은 부시자신의 반대의견은 확고부동하다고 알림으로써 거부권행사를 시사했다.

그러나 낸시 레이건은 "거부권행사는 하지 않으리라 본다"며 낙관했다. 아무튼 인간배아줄기세포연구증진법안의 통과 여부는 9월 이후에나 가려질 전망이다. <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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