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산화(oxidation)를 촉진하는 물질을 산화제(oxidant)라고 하는 것은 표준화되어
있는데, 산화를 방지하거나 억제하는 물질 즉 'anti-oxidant'에 대해서는 그동안
항산화제와 산화방지제를 불규칙하게 사용하여 왔다.
일반인들에게는 'anti-'으로 잘 알려진 '항-'관련 용어 중에는 '항-'이 적당하지 않은 것도 있다. 따라서 'anti-'를 무조건 '항-'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항-'의 내용을 잘 분석하여 더 좋은 용어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antimetabolite'는 '항대사물질'보다는 '대사대항물질'로, 'anti-nociceptive'는 '항통각-'대신 '통각억제-', 'antiperspirant' 혹은 'antisudorific'은 '항한제'보다는 '땀억제제'등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의협 4집 용어집에는 위와 같이 되어 있다. 또 같은 'anti-'지만 '항-'이 아니고 '해열제(anti-pyretic)', '해독제(antidote)', '반사회-(antisocial-)'등으로 쓰기도 한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의학용어에 '항-'이 들어가는 용어가 대단히 많다. 그 중에는 '항-'으로 굳어진 좋은 용어들이 많다. 'antigen'과 'antibody'를 '항원'과 '항체', 그리고 'antibiotic'을 '항생제'등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영어의 'anti'를 항상 '항-'으로만 하지 말고, 용어에 따라 '억제', '방지', 혹은 '대항'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그 뜻을 더욱 분명하게 다듬는 노력이 아울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