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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약물치료, 40년 역사 바뀐다
파킨슨병 약물치료, 40년 역사 바뀐다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07.0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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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레보도파를 1차치료제로 사용해온 파킨슨병 치료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레보도파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가장 중요한 이 약물의 한계를 뛰어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생명연장이라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레보도파에 탈탄산효소억제제 카비도파, 그리고 COMT억제제인 엔타카폰을 결합해, 지속적 도파민 자극치료를 가능케한 경구용 치료법의 개발이 그것이다. 스타레보란 이름의 이 새로운 파킨슨병 치료제는 파킨슨병 약물치료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레보 국내 런칭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파브리지오 스토키 이탈리아 라사피엔자 대학 신경과 교수와 이명식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과장을 통해 이 치료제의 의미와 국내 파킨슨병 치료의 현실을 들어봤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내용은 무엇인가?

스토키 교수  파킨슨병의 가장 중요한 약인 레보도파는 6∼10년 이상 사용하게 되면 운동동요증상(motor complications)과 이상운동증(dyskinesia)이라는 운동장애가 생긴다. 최근의 연구는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가에 대한 이해와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레보도파의 경우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도파민자극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간헐적인 자극을 지속적인 수준으로 유지시키는가가 관건이다. 즉 레보도파의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면 뇌 안에서도 도파민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도파민 효능약(dopamine agonist)을 사용하면 반감기가 길어져 운동동요를 막을 수 있으나 이것도 3년 정도 지나면 30% 환자만이 유지되고 결국 나머지는 레보도파를 복용해야 했다.

또 다른 시도는 레보도파 장투여 방법이다. 장투여를 통해 부작용은 줄어들었으나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 레보도파에 엔타카폰과 카비도파를 더한 스타레보다. 레보도파를 직접 장에 투여한 수준의 혈중농도를 유지시킴과 동시에 쉽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투여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원숭이 동물실험에서 증명된 것이므로 인체에 대한 시험을 위해 스트라이드PD라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결국 지속적인 도파민 자극이 운동장애를 없앨 수 있는지, 혹은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이명세 교수  레보도파를 장투여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사용하기가 불가능하다. 스트라이드PD 연구의 경우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레보와 레보도파를 비교, 스타레보가 운동장애를 막을 수 있는지 보기 위한 것이고, 내년에 시작될 또 하나의 연구는 이미 장애가 진행된 환자의 경우도 스타레보를 통해서도 완화가 가능한가를 보기 위한 것이다. 만일 이 두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파킨스병 초기환자의 치료에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도파민 자극을 유지시키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없나?

스토키 교수  레보도파의 반감기를 늘인다면 어떤 방법이든지 좋다. 지금까지 유일한 것이 엔타카폰인데 또다른 COMT억제제인 톨카폰의 경우 간독성의 문제로 초기에 사용하는 것을 권하기 어렵다. 원리는 같다. 하지만 매주 간효소를 측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엔타카폰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명식 교수  물론 여러가지 시도는 있어왔다. 레보도파가 대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셀레지온과 병용해보거나 서방형태로 투여한 적도 있지만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실패했다.

라자질린(rasagiline)이라는 약물과 스타레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스토키 교수 라자질린은 비가역적 MAO-B(monoamine oxidase type B)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엔타카폰이 뇌안에 들어가지 않고 작용하는 데 비해 라자질린은 뇌신경계 자체에 작용하는 것이다. 두 약물은 도파민 양을 높게 유지시키는 목적에서는 같다. 또한 같이 사용될 수도 있다.

국내 엔타카폰 연구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이명식 교수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197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레보도파와 엔타카폰을, 또 한 그룹은 레보도파와 위약을 투여, 증상의 개선을 비교했다. 엔타카폰 그룹의 경우 OFF-TIME이 9% 정도 줄었고 위약이 7% 줄었다. 외국의 경우에는 9% VS 2%여서 국내 연구의 통계적 의미가 없어졌다. 이는 환자의 자가기록 방식에 혼선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레보도파 자체의 복용량을 줄여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분명한 것은 엔타카폰 그룹에서는 레보도파를 50mg 정도 줄일 수 있었던 반면 위약그룹에서는 거의 못 줄였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하루 1∼1시간 30분 정도 OFF-TIME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국내 파킨슨병 치료의 현황은 어떤가?

이명식 교수 국내 파킨슨병은 유병률에 대한 자료도 없다. 1000명에 1명 꼴이라는 외국자료를 인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4만인데 보험공단의 치료제 복용환자수 통계를 보면 1만 8000여명으로 나온다. 나머지는 치료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치료받지 않는 환자의 많은 수가 한약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에 파킨슨병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환자의 절반이 병원에 오기 전에 한의원으로 먼저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들은 중풍으로 진단받은 경우가 많았다.

또한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기까지 평균 세번의 기관을 거쳐 5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부터 병의원으로 온 사람은 150만원을 쓴 후 병을 진단 받았다. 개인병원의 경우 20명 중 1명만 진단을 제대로 받았지만 이들은 refer라도 된다. 환자의 절반을 잡고도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한의원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또 다른 문제점을 말하자면, 파킨슨병은 전신질환으로 진찰이 1∼2시간 소요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는 이런 질환을 보는 의사를 고용하지 않고, 의사는 일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보통 하루에 40명 환자를 본다. 70명까지 보는 의사도 있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뇌질환인데 의료인이나 국민에 대한 홍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

스토키 교수는 하루에 몇 명의 파킨슨 환자를 보는가?

스토키 교수 너무 많이 보고 있다. 보통 10명 정도?

파브리지오 스토키 교수는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교 신경과 교수 겸 치에티 G.D'Annuzio 대학교 신경종양학 교수다. 파킨슨병 연구소 Antonio Benedetti의 과학소장직을 맡고 있으며, 신경약물학 연구프로그램 NEUROMED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유럽신경과학회·미신경과학회·국제운동장애학회·이탈리아 파킨슨병학회·임상 신경약물학회 등 여러 관련 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제 및 유럽 파킨슨병 심포지움 학술담당 이사 및 국제 운동장애 교육위원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명식 교수는 연세의대 신경과 교수이며,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과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했으며,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영국 런던의 Queen Square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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