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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5년 빛과 그늘<2>

의약분업 시행 5년 빛과 그늘<2>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5.07.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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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딛고 의료 패러다임 변화 대처해야

의약분업 실시로 인해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급기야 재정파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게다가 건강보험재정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정부는 의료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수가인하 정책을 폈으며, 언론 및 시민사회단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의료계가 그동안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는 주장을 하면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붙였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과간 수입 불균형이 심화되고,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등 긍정적 요인보다는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을 계기로 외부적으로는 전문가 집단인 의사 사회(의협)에 대한 불신이 커졌으며, 내부적으로는 의사회 조직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민주화와 사회화 과정에 소홀했던 의사들은 2000년 의료계 파업 이후 결집된 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새롭게 변화된 의사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주제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 사회의 변화는 무엇이 있었고, 5년이 지난 지금 의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게재순서>

1. 의약분업 시행 5년 성적표

2. 의사 사회의 변화

3. 의약분업 시행 5년 빛과 그늘

4. 의약분업 평가 제대로 하자

 

의사 사회의 민주화 요구 봇물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의협 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게 됐다는 점이다. 회원들이 직접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의협의 민주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동안 구태의연하게 운영해 온 의협을 이익집단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요구의 결과물이 의협회장 직선제로 표출된 것이다.

의협과 의사 사회의 민주화는 젊고 유능한 의사들이 의사회 조직의 전면으로 나설 수 있게 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30대 회원들이 의협 중앙회는 물론 지역의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으며, 2000년 의료계 파업 당시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전공의들이 의사 사회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적인 변화는 의료계 파업 당시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중앙으로 결집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이후 의사회 조직도 반회·시군구는 물론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구조로 바뀌게 됐다. 지지부진한 회의구조가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바뀌면서 점차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민주적인 방식의 논의구조를 형성해 나가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직능별 단체의 주장이 거세지다보니 의사결정을 미루게 되거나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의사회 역량 확장

의협 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젊은 의사들이 의사 사회에 대거 참여하면서 의협은 생동적인 모습으로 바뀐 것이 사실이다. 또한 회무의 범위도 과거 회원 중심에서 사스·용천·쓰나미·병원내 아동 폭력 등 사회 전반으로 대폭 확장되고 있다.

의협은 의약분업과 의사 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표출된 힘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이후 2004년 4·30 국회의원 선거에서 일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의협 권용인 사회참여이사는 "총선을 계기로 의협은 정치세력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되고, 정치세력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지면 법 개정 투쟁을 적극 전개해 의약분업을 비롯한 잘못된 제대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협은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 틀을 바꾸기 위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고 다방면으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사 사회 갈등 오히려 심화

의약분업은 정치세력화 등 의사 사회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게 한 원인도 제공했지만 의사 사회의 내부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는 요인도 제공했다.

회원들이 각종 규제들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수가개선을 비롯한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철저히 무시된 상황에서 회원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의사회 중앙회로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의료의 기술은 과간 경쟁은 물론 다툼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내부적 갈등의 골이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약분업은 경제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커다란 사건이긴 하지만 의료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개원가가 처한 어려움을 오직 의약분업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병·의원을 포함해 의료계가 정말 어려운 것이 의약분업 때문인지, 아니면 의료시장의 근본적인 문제 때문인지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의약분업을 시행하지 않았어도 의료시장 재편과 의료의 패러다임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3~4년전 의약분업 직후 일었던 개원열풍과 일시적인 개원가의 호황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중소병원 역시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예상치 못했던 심각한 환자 감소와 경영난에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사 사회가 의약분업이라는 '태풍'에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외부적으로는 영리법인과 민간보험 도입 등을 둘러싼 의료시장 개방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의사 사회가 의약분업 이후 엄청난 경험을 했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적인 고민에 빠져 의료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데 따른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의약분업으로 의료계가 단합하고, 강력하게 정책변화를 요구했던 환상에서 벗어나고 이제는 조직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키고 이끌어가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의약분업과는 무관하게 의사라는 직업과 의료산업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의 운명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 동안 의사 사회는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이 오히려 의사 사회를 더 단단하게 하고, 조직을 급성장 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앞으로 희망은 충분하다.

 

의사 사회, 무엇을 만들어가야 하나?

우리의 의료정책은 시장의 변화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예측한다면 의약분업과 같은 사태를 맞지 않을 수 있다.

의료계와 병원계는 지금처럼 정부에 끌려가기 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정책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시장의 변화에 발 맞춰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면 결국 변화의 희생양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의료일원화·약대 6년제 등 현안도 중요하지만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개입하기 위한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또한 의료계의 사회적·정치적 리더십을 키우고 보다 체계적인 정책적 개입을 통해 미래의 방향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야 한다.

이제는 의약분업의 문제를 넘어 의료의 패러다임을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야 한다는 주변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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