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기획] "한의학과 중의학은 다른 학문"
[기획] "한의학과 중의학은 다른 학문"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6.18 21:4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중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A씨는 지난 2001년 국내 동국대 한의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하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지원 불가 통보를 받았다.

대학 측은 그 이유에 대해 "한의학과는 동일한 계열에 한해 지원할 수 있는데 한의학과 교수들이 모여 회의를 연 결과 중국 중의대는 동일계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중·일 동양 3국의 전통의학은 동일한 학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한의학과 중국의 중의학, 일본의 캄포는 의료인의 자격이나 의료행위의 내용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한의학의 '한'에 대한 한자표기가 과거 중국(漢)에서 현재 한국(韓)으로 바뀐 것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복지부, "한의학과 중의학 본질적으로 달라"

 

교육부는 지난 2000년 1월 한의학과 중의학의 관계를 묻는 민원에 대한 회신(문서번호 대학 07000-57)에서 관련 학계인 한의학회의 의견을 받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의학은 중의약·침구·골상 등으로 나눠진 반면 한의학은 모두를 포괄하고 체질의학을 가미하고 있어 학문 체계가 많이 달라졌다. 현재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과과정을 보면 유사한 과목이 있으나 동일 학문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중의학과 한의학이 다른 학문이라는 내용은 대법원을 비롯한 여러 차례의 판결에서도 명확하게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면 법원 판결 내용을 근거로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한국인 중의사들이 법인 설립과 관련해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2003구합11469)을 제기했을 때 복지부는 답변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즉 "중국에서 중의학을 전공한 유학생들의 국내 한의사 면허시험 응시자격 요구에 대해 법원은 이미 여러 차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면서 "법원은 우리나라 한의학이 중의학과 그 기원에 있어서는 동일 내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재에는 이론과 임상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중의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취지의 판결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대법원 98두11007·서울고등법원 97구20221·서울행정법원 98구914·서울행정법원 98구9744·서울행정법원 2001구13132).

 

외국엔 한방의료기관 없다

 

한국인 중의사가 한의사 면허시험에 응시하는 데 걸림돌은 의료법 제5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중국 등 외국 소재 대학 졸업자가 한의사 면허시험을 보려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한방의학 전공 대학을 나와야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이에 해당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지난 2001년 이 의료법 조항은 해당 대학의 결정을 복지부 장관의 재량에 포괄적으로 위임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대리인으로 최근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끌어냈던 이석연 변호사가 선임됐지만 결국 합헌으로 결정됐다.

한의학과 중의학이 다른 학문이라는 위 판결과 유권해석에 따르면 외국 대학 중에 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이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의학은 국내에만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경제특구에 외국병원을 유치하면서 한방의료기관은 제외하기로 규정한 것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외국병원 가운데 한방의료기관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의병원을 인천경제특구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의사는 현재 국내에서 의료행위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다자간 협상으로 WTO에서 의료시장 개방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서비스 시장은 양자간 협정으로 개방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과 중국 또는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의료시장 개방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현재 많은 한국 의료기관이 중국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의료기관의 국내 진입 허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로서는 지난 2000년 연간 1000만달러어치가 수입되는 중국산 마늘에 긴급관세를 부과했다가 연간 5억달러어치 상당의 핸드폰 수입길이 막혀 금액상으로 50배 이상의 보복조치를 당했던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의학 수용 주체는 의사

 

중국은 중의대 본과 5년을 졸업하고 1년 임상실습을 수료한 중의사에게 의사(Medical Doctor) 자격증을 준다. 의료영역에 있어 서의와 법적인 구분이 없어 중의사가 뇌수술까지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성약'이라 불리는 완제품 중약을 9000종 가량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안전성과 유효성 검사를 거친 것으로 효과가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서의와 중의 모두 자주 처방하고 있다.

중성약이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주사제나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한의사의 업무범위 밖의 일이 될 것이다. 의료계에서 중국 중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중의학 등 각국 전통의학을 보완의학의 일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의과대학 내에 보완의학교실을 설립하는 방안이 오는 29일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