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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국민 건강은 이발과 같다?
국민 건강은 이발과 같다?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05.2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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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근 의사와 한의사의 IMS 논란을 다룬 방송에서 미용사와 이발사가 전동이발기 사용을 놓고 벌인 논쟁과 비교 보도했다.

미용실의 전동이발기 사용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발사가 제기한 문제가 '머리 잘 깎으려고 하는 건데 봐주자'는 국민여론에 부딪혀 흐지부지 된 것과 의-한 갈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 의사파업 이후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될대로 악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유력 방송사의 기자마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이익단체 간 논쟁은 무조건 밥그릇싸움 내지는 영역다툼으로 비화한 것은 국민의 진정한 알권리을 침해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처사다.

일반인이 얼핏 보아서는 IMS와 침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한의사도 '의사'인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게 무엇이 나쁘냐고 되묻는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언론은 논쟁의 겉만 훑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바라보고, 그 논란이 어떤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깊이 살펴봐야 한다. 그 주제가 한번 문제가 생기면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건강'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MBC의 보도는 "속보이는 싸움"이란 제목과 "의사와 한의사들이 또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앵커의 멘트에서도 알 수 있듯, 의사와 한의사들이 겉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이 나간 후 의료계와 한의계는 입을 모아 "어떻게 국민 건강을 머리깎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느냐"며 질타했다.

더구나 의료계와 한의계의 한두 마디 정도의 짧은 멘트를 번갈아 제시하는 데 그쳐,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알리고 쟁점을 합리적으로 풀어가려는 시도는 어느 부분에서도 엿볼 수 없었다.

보도의 결론은 더욱 기가 막힌다.취재 기자는 "힘센 집단인 의사와 한의사들도 자신들의 이해보다는 '소비자 여론과 선택'에 먼저 귀를 기울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끝맺었다.

국민들이 원한다면 CT 등 방사선 장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한의사들이 방사선 판독을 맡아도 상관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우리 나라에서 국민 건강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라는 의사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로 인해 국민 건강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내몰게 될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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