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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향한 미국의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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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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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재미의사/의학칼럼니스트)

 ▲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최근 동경에서 가진 그의 자서전 My Life 일본어판 기념행사에서 그의 부인 힐러리의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 최초 여성대통령과 NHI

NHI(국민개보험)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여성대통령후보 힐러리가 과연 2008년도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가 첫 의문이다. 힐러리는 2006년에 있을 뉴욕상원의원선거에 재선을 위해 출마할 뜻을 명백히 밝혔으며, 이를 두고 2008년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05년 2월 27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의 베스트셀러 책(My Life)의 일본번역판 기념행사에 참가했을 때 동경 기자회견에서 힐러리의 대통령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바 있다. 즉 "힐러리의 계획에 대해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만일 그녀가 당선된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그는 장담했으니, 역사상 세계강대국의 최초 여성대통령으로서 힐러리가 가장 적임자란 말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성인 10명 중 6명은 "여성대통령을 맞이할 시기가 되었다"는 견해이고, 52%는 힐러리가 출마할 것을 예측하고 있다.

힐러리 대선출마설과 함께, 유럽서 진통을 겪고 있는 사회주의 의료가 NHI형태로 미국에 실현될까봐 벌써부터 우려하는 층이 많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병원들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의 NHI)하의 영국병원에 비해서 너무나 청결하다. 만일 환자가 음식을 토해도 간호사가 청소부에 연락하여 즉시 깨끗이 치운다. 그러나 영국의 NHS에선 이런 경우 정부와 노동조합간의 협약 때문에 간호사가 청소부를 부를 권한이 없다. 그래서 자기가 맡은 환자 케어를 중단해가며 청소도구를 찾아서 직접 청결케 해야 한다.  

NHI에서는 의료에 관한 개인선택권은 거의 없고, 정부권한에 일임하게 된다. 정부주도의 저질의료와 더불어, 공짜의료라는 점에서 자주 진료를 원하는 환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기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에 심장동맥 바이패스수술을 받았는데, 그의 수술을 두고  만일 1994년도에 그의 의료개혁(Health Security Act)이 통과되어 NHI 제도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가정한 기사가 흥미있기에 소개해 본다.

<2004년 9월 9일(목요일) 클린턴은 흉부통과 호흡곤란이 있어 뉴욕의 주택 인근병원에서 진찰받은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어 귀가했다. 다음날(금요일) 정밀검사에서 심장기능은 정상이었으나 혈관조영(angiogram)은 여러 심장동맥혈관의 심한 경화증을 나타냈다. 그래서 같은 날 뉴욕의 콜롬비아대학병원에 이송되어, 조기수술이 필요하다고 판정되고 그곳에서 12일(월요일)에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만일 그가 원했던 NHI의 경우였다면, 즉 캐나다와 같은 여건에서는 이렇듯 단시일내 수술은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현재 캐나다의 단일지불(Single Payer)의료제도에서 심장전문의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3.4주 기다려야 한다(2003년도). 클린턴처럼 위급하지 않으나 긴급을 요하는 바이패스수술의 대기기간은 2.1주, 그리고 예정된 바이패스수술은 10.7주 더 대기해야만 된다. 장기간 대기함에 따라 합병증 위험도나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다. 캐나다 의사들이 책정한 합리적인 대기기간은 조기수술 평균 0.9주와 예정된 수술 6.1주이다. 그래서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의 주에서는 인근미국병원과 계약을 맺어 긴급수술 대기환자를 이송해서 도와주기도 한다.  

클린턴은 다행히 그의 NHI가 실패했으므로 캐나다처럼 3.4주 동안 대기하지 않고 하루만에 정밀검사를 하고 3일후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이지 많은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 심장혈관질환과 암의 생존율은 상류층이 저소득층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미국의 조용한 다수세력은 지금 캐나다사람들이 돈을 써가며 찾는 미국의료를 캐나다의 국민개보험과 뒤바꾸기를 한사코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1차대전 이후 경제공황이 와서 자본주의 미국에 사회주의식 뉴딜정책을 도입했듯이, 역사는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뒷걸음질 칠 수도 있는 법이다.>    

 

■ 쿠데타 NHI 실현 가능

1장에서 언급했듯이 천장 모르게 상승하는 의료비는 미국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 상태로 나간다면 2008년도에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고용인 1인당 의료보험요금은 1만5천 달러가 되고, 그중 많은 액수를 고용인에게 분담시키려 해도 노동분쟁(휴업)을 겪음으로써 기업적자를 가중시킬 따름이다. 고용인의 노동조합에서도 의료비 흥정 때문에 임금인상을 더 바랄 수 없다. 소기업 중산층은 의료보험을 잃게 될까 우려한다.

그리고 뾰족한 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2008년도 무보험자수는 8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병원은 이들 무보험자의 응급환자진료에 대한 정부의 보상을 받지 못함으로써 재정파탄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이 기대할 곳은 NHI 뿐이다.

이렇듯 보험료에 아우성치는 고용인과 그것 때문에 기업자체의 존립위기에 처한 고용주, 그리고 적자투성이 병원은 그들의 불만을 합쳐서, 동일한 분출구를 통해 노동조합과 자본가의 제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동맹관계를 맺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단결된 절대 다수세력이 합세하여 민간보험회사를 배격하고 제3자(정부)로 하여금 의료비전담을 요구함으로써 '전체국민의료혜택' 즉 NHI가 쿠데타와 다름없는 방식으로 저절로 굴러들어올 비상사태를 힐러리가 십분 이용할 수도 있다. 힐러리가 이러한 공짜 떡을 먹게 될 가능성이 바로 그녀를 대통령 만드는 찬스가 되고도 남는다.

'여자가 이끄는 쿠데타'의 실제 예도 있다. 1945년 아르헨티나의 독재자 페론을 대통령으로 만든 쿠데타 배후인물이 바로 페론의 애처 에바(영화 '에비타'의 주인공)라는 역사적 사실도 있지 않은가.

한마디로 미국에서 '쿠데타 NHI' 실현을 저지하는 길은 그렇게 되는 상황을 제거하는 일, 즉 의료비와 보험료상승을 억제하는 일이다.

이를 해결할 중책이 2008년 대선을 향한 공화당 후보이자 상원지도자 닥터 프리스트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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