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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태풍에 맞선 `醫風당당'
태풍에 맞선 `醫風당당'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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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물바다..흙탕물 바닥에서 투쟁의지 다져

○…4시20분경 시작된 식전행사는 의대생, 전공의들이 주축이 되어 `의료개혁을 완수하자'며 굳은 결의를 다졌다. 김현종 연세의대 학생회장 겸 학생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회로 풍물패 길놀이를 시작으로 한껏 흥을 돋구었으며, 대학가요제 출신인 이범용(분당 이범용정신과)회원이 `꿈의 대화'등을 부르자 단하의 참석자들은 세찬 빗줄기에도 박수를 치며 환호. 5시40분경 대구파티마병원 안과 2년차인 박재홍회원이 1부 사회자로 나와 “7만의사, 2만 학생들이 모여 한국의료개혁 선포식을 시작한다”고 외치자 참석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연호. `새로운 의료질서'를 염원하는 참석자들은 우산도 쓰지 않은채 질척거리는 바닥에 앉아 질서정연하게 뜨거운 열기로 대회를 진행.

○…투쟁경과보고에 나선 주수호 의쟁투 대변인은 “개원의들은 다시 투쟁의 전열을 다듬고 있으며, 전공의와 학생들은 굳센 단결력으로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현 상황을 소개했다. 또 “8월12일 상임이사, 의쟁투중앙위원, 전공의대표, 전임의대표, 교수협의회 대표 등 10인으로 의료계 비상공동대표소위를 구성하여 가동해 여기에서 전의료계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한 단일 요구안을 만들었으며, 이 요구안을 갖고 정부에 협상하겠다”며 앞으로의 대책을 보고.

○…이어 울산시 의쟁투 김정곤 중앙위원이 등단, “회원들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고 회원들의 의지와 뜻을 성실하게 받든 것이 죄냐, 전국 회원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투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발적으로 의권쟁취 투쟁에 동참했다”며, “구속자를 석방하고 수배자를 해제하라”고 소리 높여 외치자 단하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연호하며 의사들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데 대한 울분을 표출.

○…사회자는 “선배님들 왜 어깨를 움추립니까?, 폐업만이 투쟁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고 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투쟁”이라며 단하의 기성세대들을 독려했으며, 전공의 및 학생들과 기성세대들의 투쟁방식을 이원화해 진행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 비대위 산하 의약분업 평가단은 그동안 불법사례를 고발접수한 결과 임의조제 84%, 변경조제 7.1%로 나타났다며, 이런 현실에서 약사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사들의 투쟁의 당위성을 강조.

“태풍이 상륙한다”는 기상청 예보로 “행사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는 한마디로 기우(杞憂)였다. 서울 장충체육관 집회 이후 네번째로 치러진 매머드급 의사 결의대회는 전국 7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을 하나로 묶어 의료개혁의 주체로 승화시켰다.

○…태풍과 함께 불어닥친 폭우속에 의대생·전공의·전임의·개원의·교수 등 대회에 참가한 4만여명은 의료개혁의 주체임을 당당히 선언. 내린 비로 행사장이 이미 물바다로 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굳건한 모습으로 투쟁의지를 달궜다.

○…1, 2부로 진행된 대회는 장대같이 퍼붓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우산을 접고, 이마에는 `의권쟁취'가 새겨진 붉은 띠를 두르고 단결된 힘을 과시. 대회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젖을대로 젖은 몸과 마음 그리고 국민건강권을 위한 함성도 비가 되어 내렸다. 전국치과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박종욱(서울대 치과병원)씨는 연대사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국민의 건강권이 멍든다”며 “지금까지 의료개혁의 방관자였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개혁의 주체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연대투쟁에 합류.

○…대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의권(醫權) 독립을 위해 감방에서 투쟁한 김재정 의협 회장이 무대에 등장한다”고 진행자가 안내하자, 이미 어둠이 내려 앉은 대회장은 `김재정', `김재정'을 외치는 함성속에 형형색색 형광 팔찌가 출렁였다. 김 회장은 “국민의 건강권을 외면하고 의사를 집단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민주당이 과연 정부를 위한 정당이냐”고 질타한 후 “의사가 빠진 개혁을 중단하고 의사와 함께 하는 개혁을 처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 金 회장은 특히 “의료계의 정당한 대정부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9월 15일을 기점으로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공식 선언.

○…대회 하이라이트인 `의료개혁 원년 선포식'에서는 추교용(인제大 부산백병원 전공의 비대위 대표)씨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한국의료를 파탄케 한 정부를 집중 성토. 추 대표는 “7만 의사와 2만 학생은 이제부터 `동지'라는 이름의 원으로 타오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한마음으로 뭉쳐 달궈진 `의도의 칼'로 한국의료 백년 역사의 썩은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며 전국 9만여 의사가 의료개혁의 선봉에 설 것을 다짐.

○…이날 선포식에 참가한 4만여 의사는 정부의 탄압 등 어떤 시련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는 강철같은 동지애를 확인. 특히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결의대회에 참가한 주 괄(인천·주산부인과)원장은 “올바른 의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후배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오히려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변을 숙연케 하기도. 주 원장은 “여의도 집회만 빼고 전국 규모의 결의대회에 모두 참석했다”며 “의료개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남다른 열정을 보이기도.

○…한편 지방 회원들은 이날 대형버스 350여대와 열차 등을 이용해 참가했는데, 대구·경북 지역만 120대의 버스를 동원, 이 지역의 뜨거운 의지를 확인. 부산시 회원들은 고속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서울진입 시간이 오후 8시. 할 수 없이 회군(回軍) 해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으며, 강성(强盛)인 제주시 회원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약했지만, 태풍으로 인한 결항으로 끝내 참석하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계속되는 폭우를 무릅쓰고 흙탕물 바닥에 앉은지 3시간이 넘은 오후6시50분 1부행사가 끝나고 2부행사에 앞서 문화공연이 시작됐다.

○…폭우속에서도 해는 저물어 사위가 어두워지고 조명 빛줄기에 비친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고, 숙연한 멜로디의 `아침이슬'이 흐르는 가운데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강경대응을 지시한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극에 이어 흥겨운 리듬과 율동속에 `단결투쟁가'가 빗소리를 잠재우자 단상에는 `의료개혁 원년을 선포한다'를 새긴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며 투쟁의지를 극명하게 표현.

○…`우리는 더이상 의사 노예가 아니다' `5,000만 국민과 함께 의료개혁 원년을 선포한다'는 외침에 실려 수백개의 풍선이 빗줄기를 거슬러 비상(飛翔)하는 가운데 흙탕물에 앉은 참석자들이 앞사람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전우애속에 2부행사가 시작.

○…끝까지 지치지 말고 초심(初心)을 지켜 투쟁해 나가자는 내용의 `처음처럼'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김도환(순천향대병원 전공의)사회자의 진행속에 `이기주의 매도하는 정부는 사과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의사들을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정부와 언론 및 시민단체의 각성을 촉구.

○…구속수감중인 醫協 의쟁투 신상진위원장의 옥중서신을 낭독하기 위해 무대위로 오른 신위원장의 부인은 “여러분이 신위원장을 잊어버려도 신위원장은 여러분을 사랑한다”며 `7만의사 단결하여 의권쟁취 이룩하자'는 구호를 선창, 남편 못지않은 투쟁력을 과시.

○…부인이 대신 낭독한 옥중서신을 통해 신위원장은 현행 의약분업 정책을 ▲다국적 제약기업과 대형약국만 살찌우고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을 다망하게 하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정체불명의 ▲무원칙한 ▲시대역행적 `엉터리 의약분업'이라고 규정하고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더이상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계 죽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

○…이어 `지금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으나 이 터널은 곧 끝날 것'이라며 희망을 강조한 서신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의사 ▲민족과 나라가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눌 줄 아는 의사 ▲사회의 병든 구석을 찾아 치료할 수 있는 의사 ▲환자의 곁을 떠나지 않아도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들 수 있는 의사 ▲동료끼리 사랑하고 단결하여 사회의 큰 횃불로서의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승리를 확신.

○…낭독을 마친 신위원장의 부인은 구속 또는 수배중인 의료계 인사를 위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숙연한 분위기속에 노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의권탄압 중지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제창.

○…이날 오전 발표된 `대정부 요구안'을 낭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 부산지역 안승준대표자는 “이 요구안이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협상의 전제조건을 정부가 성의있게 수락할 경우 협상에 임할 것이며 국민에게 의사들의 요구를 정정당당히 밝히고 함께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더욱 거세어 지는 비바람 속에서도 일말의 동요없이 요지부동(搖之不動) 자리를 지키며 구호와 노래와 율동으로 비바람을 이겨내는 가운데 학생·대전협·전임의·교수협의회 대표자 및 각시도의사회 대표자 등이 사회자의 요청으로 속속 무대위로 등단. 시도의사회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경상북도의사회 변영우회장은 “경상북도의사회 회원과 의대생들은 지난 10개월간 똘똘 뭉쳐 열렬히 투쟁해 왔다”며 醫協 김재정(金在正)회장을 중심으로 결집해 투쟁을 승리로 이끌자고 강조.

○…대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지도부를 사수할 사수대를 만들기 위해 사회자가 자원해 줄 것을 요청하자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사수대 자원자가 400여명이 속속 무대위로 올라오고 있던 중 이날 오후6시30분경 보석으로 풀려난 醫協 한광수(韓光秀)회장직무대행과 의쟁투 최덕종위원장직무대행이 행사장에 도착, 박수와 함성속에 대회의 열기를 고조.

○…韓회장직무대행은 “수감 1개월간 나름대로 고생했다고 생각했으나 이 자리에서 폭우속에 흙탕물에 앉아있는 여러분을 보니 나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문을 연 뒤 “김재정회장 구속후 1개월간 직무대행을 하면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무능을 개탄해 마지않는다”고 밝히고 “오늘날의 의료현실은 물이 샐때 마다 땜질로만 막아온 제방이 드디어 무너져 밀려드는 탁류 그 자체”라고 지적.

韓회장직무대행은 또 “우리 의사들이 환자와 국민 곁으로 자신있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여기에 오면서도 생각했다”며 “여러분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피력.

○…이어 崔위원장직무대행은 “장대비 속에 4시간여를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고 메어진다”고 심정을 밝히고 “이 자리에서 내가 할 말은 딱 두마디”라며 `의권쟁취'와 `국민건강 수호'를 절규.

○…태풍을 동반한 폭우속에 5시간여 진행된 행사의 대미는 학생·전공의·전임의·교수 등 각 단위대표들이 단상에 올라 다시 한번 투쟁의지를 다지고 승리를 확신하는 자리로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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