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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의사가 환경운동하면 효과 100배"
"의사가 환경운동하면 효과 100배"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5.05.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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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안경숙 소장

  "저산소증과 같은 응급질환에서 처럼 환경 문제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앞으로 5년동안이 바로 이 결정적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의사이자 환경운동가인 안경숙 닥터 안 자연사랑연구소장(대구 자매가정의학과·44)은 환경 문제에 대한 '결정적 시기론'을 제안했다. 저산소증이 발생한 지 적절한 시간내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빠지는 것처럼, 위기에 빠진 지구환경도 치료해야 할 적기가 있다는 것.

 

■ 에너지 넘치는 지구의사

따스한 봄볕이 싱그러운 푸른빛의 잎사귀들에 부딪혀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각한 환경 문제를 생각하기에 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프고 병든 지구를 보면서 너무 움츠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아픈 지구를 치료하고 돌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그동안 아이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을 지키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해 온 그는,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지구의사'로 통한다.

"제가 의사란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환경문제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픈 지구를 치료하는 '지구의사'가 되기로 한거죠."

청진기와 꽃을 들고 있는 지구의사의 캐릭터 뱃지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뿐 아니라, 지금 지구가 어떤 상태인지, 또 지구를 돌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설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 사무실 없어 11번 이사 다니기도

그는 음악가로 치면 솔리스트다.비록 무대에서는 혼자지만 수많은 대중과 함께 연주하고 감동을 나눈다.또 가끔은 기꺼이 협주에 나서는 다른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도 있다.

20년전 환경운동을 시작한 이래 '자연사랑 미술 공모전''환경 퀴즈대회'등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물론, '녹색화폐 발행''이동 환경도서관' 등 시민 환경 운동도 대부분 혼자서 기획하고 이끌어왔다.

그는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보사부 장관상·환경부장관상·대구시장상·자랑스런 신한국인상 등을 수상하면서 환경분야 유명인사가 됐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환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 몰래 집을 담보 잡히는 바람에 이사할 때 곤경에 처하기도 하고, 사무실을 현재 살고 있는 집의 2층으로 옮기기까지 무려 11번이나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싸들고 이사를 다니기도 했다.

20년동안 끝없이 이어져온 환경에 대한 열정은 어린 소녀의 사회에 대한 막연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사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과 공부보다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는 게 더 재밌었죠. 처음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의대에 진학했지만, 차차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 아예 이 분야에 발 벗고 나서게 됐습니다."

 

■ 닥터안 NIE 교실 인기

그는 제법 여러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다. 그동안 일간지와 지방신문에 수많은 칼럼을 기고하고 여러 방송사에서 고정 코너를 맡아 활동했던 탓인지, 수퍼마켓에서나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게다가 재작년부터 직접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www.docgreen.net)는 방문자수 10만명을 돌파한지 오래다.

얼마전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닥터안 NIE 교실'을 펴냈다. 최근 신문을 통한 학습법인 NIE가 유행이지만, 그는 벌써 10여년전부터 비슷한 방법을 환경 학습에 적용하려고 자료를 모아왔고, 1998년부터 NIE 환경교과서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번 책의 주제는 '쓰나미'인데, 신선한 내용과 탄탄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구입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요즘은 집 앞 텃밭을 가꾸고 퇴비를 만드는데도 열심이다. 그가 말하는 환경운동은 쓰레기 줄이기 차원을 넘어 습지보존·에너지절약·올바른 식습관·아나바다 운동 등 매우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모름지기 모든 운동은 쉽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 의사이기 때문에 환경운동 더 쉬워

그는 자매가정의학과 공동원장이지만 그가 병원에 가는 일은 드물다.처음부터 본격적인 환경 운동가로 나서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을 개원했기 때문이다.비록 그가 직접 환자를 보는 일은 드물지만, 의사로서의 자긍심만은 누구 못지 않았다.

"의사가 되길 참 잘했어요.의사이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강 문제와 환경을 접목시켜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게다가 환경운동 사업 자금을 빌리는 데도 도움이 되구요. 하하."

의사가 환경 운동을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궁무진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병원 원장님들이 환경 운동을 하면 그 효과는 백배가 됩니다. 간단하게는 병원에 환경 관련 홍보물이나 포스터를 비치하거나 모금함을 마련해 두는 것부터 건강 관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환경 이야기를 함께 해주는 것까지, 더없이 훌륭한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는 길은 열려있습니다."

의사들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호흡기질환이나 안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황사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나무 심기를 격려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더 나아가 '환경을 지키는 의사와 병원'이란 좋은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사라면 모름지기 잘못된 건강상식을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요즘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한 웰빙과 한방의 열풍으로 오히려 많은 야생초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잘못된 건강상식을 바로잡음으로써 자연도 보호할 수 있어요."

이쯤되면 의사가 환경운동 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는 이처럼 쉽고 지속가능한 지구 지킴이 활동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뛴다. "건강하게 100살까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숨을 잘 쉬고 잘 먹어야겠죠? 숨을 잘 쉬려면 공기가 맑아야 하고, 잘 먹으려면 깨끗한 음식이 있어야 하고요. 자, 우리모두 건강을 지키는 환경운동에 함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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