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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현재 깨어있으면 모든 고통은 사라집니다"
"현재 깨어있으면 모든 고통은 사라집니다"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5.04.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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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자기치유' 강의하는 전현수 원장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할 때 모든 것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죠."
  세상에서 가장 힘든 관찰은 바로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게 아닐까 싶다. 관찰하는 대상이 자신이기 때문에 때로는 게을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관대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현수 원장(전현수신경정신과·송파)은 '과거를 놓는 훈련'을 통해 '나'와 쉽게 대면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20년간의 불교공부를 통해 불교를 정신치료에 접목, 꾸준히 치료와 명상을 병행해 온 그는 이제 환자들에게도 명상을 통한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주려 한다. 그 첫번째 길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잡념을 없애는 것.
  하지만 '과거를 놓는 훈련'이라는 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는 다소 엉뚱하게도 '모기'를 예로 든다.

 

■ "과거에서 자유로워지자"


"모기가 물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모기가 물어서 가려울 거라는 예상은 과거에 모기에 물려서 괴로웠던 기억 때문이죠. 모기에 물렸을 때의 기분 나쁜 감정, 또 물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실제 모기가 물었을 때의 가려움증이 부가됩니다.

 

모기가 물었을 때 '그 순간만' 있는 그대로 느껴보세요. 그러면 과거에 바탕을 둔 정서적인 반응이 빠져, 가려움이 훨씬 덜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은 가렵지만 조금 있으면 사라질 것이다'하고 좀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죠.

 

이렇게 그 순간에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과거의 영향은 떨어지고 현재의 고통만 느껴집니다. 현재의 고통 그 자체는 고통의 정도가 적고 때로는 모두 없어지기도 하지요."

 

과거의 기억과 경험들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현재에 느끼는 감정에만 충실하라는 이야기다. 사람은 보통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 일어난 일에 반응하기 때문에, 과거 자체가 오히려 고통의 근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과거를 기억 속에서 덜어내는 것이 "정신적인 휴식을 갖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기억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 원장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불교 교리의 '마음'에 심취…미얀마로 향하다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자란 그는 레지던트 2년차부터 불교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85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인 고익진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면서부터 불교에 대한 그의 열정은 뜨겁게 타올랐다.

 

모든 고통의 근원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불교의 교리에 전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의 좌선(정좌 명상)을 통해 전 원장은 자신의 마음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 뿐 아니라 환자들의 고통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스승님이 돌아가신 뒤로 점차 명상에 게을러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명상 태도를 바로잡고 정신적인 나태함을 청아하게 씻어줄 수행처가 절실했다. 그 즈음에 지인으로부터 '위빠사나 수행'에 관한 책을 한 권 선물받았다. 지난 해 여름, 망설임 없이 한달동안 병원문을 닫고 미얀마로 향했다.  

 

"위빠사나 수행법은 석가모니가 사용했다던 수행법으로 '조용한(삼매) 상태'에 머물러 사물 그 자체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홀연히 깨우치게 되는 거죠. 흔히 말하는 '득도'(得道)의 상태 말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한 달 내내 하면서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 신체의 건강함을 체득한 것이죠."

 

 

■ '명상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치료의 새 영역 일궈

 

미얀마에서 돌아온 뒤로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환자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명상을 통해서 얻는 마음의 평정과 안정감이 고통을 조금씩 덜어내주고 있음을 알게 되자, 명상을 치료의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였다.

 

전 원장은 미국 메사추세츠 의대 부속병원에서 실시하던 'MBSR 프로그램'을 우연히 알게 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MBSR 프로그램은 위빠사나 명상과 요가를 주된 방법으로 해 자기의 감정 및 인간관계 등을 관찰하면서 8주간의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와 이완을 가져오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2000년 당시 미국 내 200여군데에서 시행했다.

 

전 원장이 기획한 '명상과 자기치유 8주 프로그램'은 ▲1~2주 바디 스캔 ▲3~4주 요가 ▲5~6주 좌선·보행 명상·일상 행위 관찰(마음 챙김)·감정 관찰·대인관계 관찰 ▲7~8주 종일 종합프로그램 및 명상의 생활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발가락에서 시작해 정수리까지 감각을 관찰하는 바디스캔을 시작으로, 명상을 통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관찰해 나가면서 점차 마음의 병을 치유하게 됩니다.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한 집중력을 통해 온갖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생활에 예민해 신경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스트레스에서 많이 벗어나 마음이 안정돼 간다"고 할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전 원장은, "정신과 치료와 명상을 병행해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오는 5월에는 다섯 번째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기획중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생활화해 편안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며 미소짓는 그에게서, 뜨거운 여름 미얀마에서의 수행도 잊은 듯한 '자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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